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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Jun 21. 2024

[여행속여행] 아시야(芦屋) 산책,

고베 여행

고베를 여행 속 여행지로 정한 이유 중 하나는

아시야[芦屋] 방문이었다.

산노미야와 오사카 사이에 위치한

아시야[芦屋]에는

[타니자키 준이치로 기념관]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오늘의 목적지다.

일단 가벼운 아침 식사부터.

산노미야에서 놓쳤던 니시무라 커피는

아시야의 모닝 타임으로.

잔잔한 일상이 묻어나는

휴일 아침의 카페,

입구 오른편 원두 판매 창구의

낡은 저울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이곳도 모닝 세트가 인기다.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근처에 잠시 나온 듯한 혼자인 손님이나

단란한 가족 단위의 손님들 사이에 끼어

나도 잠시 아시야의 일상을 즐겼다.

니시무라 커피는 1948년 개업이래 지금까지

현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카페라고 한다.

이곳은 미야미즈[宮水]로 내린

블랜드 커피가 유명하며,

일본에서 처음으로 산지별 원두의

스트레이트 커피를 메뉴에 넣은 곳이다.

이곳의 여름 한정 메뉴인

얼음 컵에 담긴 아이스커피도 인기라는데

맛이 궁금하다.  

(미야미즈는 니시미야신사의 남동부 일대에서 용출된 물로 니혼슈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고 에도시대부터 알려져 있다)


아시야역에서 목적지인

[타니자키 준이치로 기념관]까지는

도보 약 20분,

버스를 타도 괜찮지만

한적한 동네의 아침 산책이 좋아 걷기로 했다.

아시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향이기도 하다.

아시야하니 단편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 속의

[예스터데이]라는 작품이 생각난다.

소설에는 도쿄 출신이지만  [예스터데이]를

간사이 사투리로 개사해 부를 만큼

완벽한 간사이 사투리를 쓰는 키타루와

간사이 출신으로 도쿄의 와세다 대학 진학 후

간사이 사투리를 완전히 버리고

완벽에 가까운 표준어를 사용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거기에 보면 주인공이 아시야 출신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보통 아시야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주택지로 알려져 있지만

자신이 자란 곳은 아시야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급 주택지가 아닌

평범한 집이라고 말한다.

(이건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의 이야기다)

키타루도 도쿄의 고급 주택지로 알려진

덴엔초후에 살지만 실은 자신의 집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

극히 평범한 집이라고 한다.

묘하게 겹치는 두 친구의 이야기와

주인공이의 이야기가

하루키 자신의 이야기라는 게

아주 흥미로운 소설이다.

그 외의 초기 3부작인 [1973년 핀볼]에서도

아시야라는 지명이 나오진 않지만

아시야의 풍경을 그리는 장면이나

다시 돌아온 고향의 바다가 매립되어

어릴 때 보던 해안선이 사라진 걸

아쉬워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아버지에 관한 에세이인

[고양이를 버리다]에서 등장한

어릴 적 아버지와 고양이를 버리러 갔던 바다도

지금은 완전한 매립지가 되어 아쉽다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시야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아주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무튼,

그 사라진 해안선을 예전 지도에서 본 적이 있는데

아무런 인연이 없는 나도 사라진 해안선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아시야를 걷는 동안

한 편에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또 다른 한 편에는

타니자키 준이치로를 생각했다.

잔잔하고 차분하고 깨끗한 동네는

발 닿는 곳곳마다 꽃들도 아름다웠다.

샛길로 빠졌다 곧바로 걸었다를 반복해는 사이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산책이 너무 길었는지 말이 너무 많았는지

힘이 살짝 빠진다.

안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럼,

[타니자키 준이치로 기념관]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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