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여행
그날은 달이 참 예쁜 날이었다.
하얀 달을 따라 헤이안진구에서 니넨자카
그리고 기온까지 타박타박,
그렇게 교토의 밤까지 걸었다.
히가시야마에서 청수사로 향하는 길은
기온에서 청수사로 향하는 길보다 한산해서 좋다.
노을이 예쁘다는 어느 주차장에 도착하니
정면을 보면 야자카의 탑과 교토 타워가,
왼편으로 보면 니넨자카가,
뒤를 보면 청수사를 향하는 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주 높은 곳에 올라온 것도 아닌데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해 질 녘 교토를 담기에 더없이 좋았다.
해 지는 시간에 맞췄다고는 하지만
해 질 때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어
나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이쪽 저쪽으로 풍경을 둘러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둘러보다를 반복했다.
그때 동네 산책을 나오셨다는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여행을 왔냐고 물으시길래 나는 그렇다고 하며
여기서 보는 교토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고 대답했다.
그러니 자신은 이 근처에 살고는 있지만
아주 오랜만에 저녁 산책을 나왔다고 하시며
익숙해서 잘 모르겠지만
아름답긴 아름답죠라고 하셨다.
그리고 교토는 시골이니까
도쿄 같은 도시랑은 느낌이 다르니까요라고 하며
여태껏 도쿄에 가 본 적이
한 번밖에 없다고 덧붙이셨다.
그런데 그 뉘앙스는
시이소 양쪽에 교토와 도쿄를 태운다면
교토가 위쪽 도쿄가 아래쪽에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예전에 어느 식당에서도 교토에 살고 있는
어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도 도쿄에 가 본 일이 없다고 했다.
그때의 뉘앙스도 비슷했다.
도쿄에 가보고 싶은데 못 가봤다가 아닌
갈 필요를 별로 못 느낀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살짝 프라이드가 강한 교토 사람들
특유의 표현이 교토 사투리와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자아냈다.
교토스러움이랄까...
문뜩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아저씨랑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해가 내려앉았고,
주위는 점점 더 멋스러운 풍경을 자아냈다.
조금씩 변해가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한 순간이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조금 서둘러 니넨자카로 향했다.
옅은 조명과 어우러진 야자카의 탑은
아침과는 또 다른 매력을 뿜어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풍경을 뒤로하고
나는 발걸음을 기온으로 돌렸다.
기온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바람이 선선하게 불었고,
그 사이사이에서도 계속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밤길을
나는 조금 더 걷기로 했다.
기온 시라가와의 타츠미바시 쪽은
외국인들이 유난히 많은 곳이다.
간간이 들려오는 가이드를 하는
택시 운전사 아저씨들의 목소리에
살짝 귀를 기울이며
완전히 어두워진 기온 거리를 서성였다.
그리고 어느 아저씨의 마이코상이라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양옆으로 비키며
마이코상이 지나가는 길을 활짝 열어주었다.
한 발짝 떨어진 곳곳에서
감탄사가 들려오기도 했다.
완전한 관광 모드에 휩싸였지만
바라보는 풍경만큼은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다츠미바시에서 벗어나
다시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오니
마치야 너머로 하얀 달이 모습을 들어냈다.
그랬다.
나는 헤이안진구에서부터 하얀 달을 쫓고 있었다.
달빛이 유난히 아름다운 교토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