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커피타임/제과/주방에서,

일상기록

by 우사기

커피타임


똑같은 타르트를 두 개 만든 날,

마지막 접시에 옮기는 과정에서

보기 좋게 모양이 흐트러졌다.

그래도 그 정도는 괜찮은 편이다.

어차는 하나는

내가 먹으려고 만든 것이니까.

예전 선물하려고 만든 케이크를

상자에 넣다 찌그러트린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가뿐하게 웃어줄 수 있다.

모양이 찌그러진 아이들을

조금 다듬어 컵에 담았더니

파르페스러워졌다.

그렇게 탄생한

미니 파르페는 밤 커피와 함께!

여유 있게 만들었던 베리베리 무스를

틀에 넣어두었다 딸기와 함께 차려냈더니

커피타임의 작은 포인트가 되어주었다.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아 좋아하는 젓가락 받침이

포크 받침으로 바꾸었더니 존재감을 발산했다)

샤블랑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반응이 아주 좋았다.

선물로 넣어주신 감사한 과자들은

고급스러운 달달함을 풍기며

따뜻한 커피에 녹아들어

기분을 한껏 올려주었다.

역시

달콤한 아이들은

휴식시간을 풍성하게 한다.




제과


계량하는 시간이 즐겁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머릿속으로 과정을 정리하며

재료를 하나하나 정확히 계량한 다음,

다시 재료의 개수를 체크한다.

혹시 빠트린 게 없는지.

손이 많이 가는 케이크를 만들 때도

오늘처럼 간단한 구움과자를 만들 때도

제과의 시작은 늘 한결같다.

제과 실습은 주에 두 번,

그렇게 정해두고

되도록이면 지키려 애쓰고 있다.

만드는 것도 좋지만

맛있는 아이를 먹는 것도 좋아한다.

(곱게 포장된 예쁜 선물이라면 더욱이)

먹는 것만큼이나 플레이팅도 좋아한다.

맛있는 아이는

멋스러운 그릇에 담아줘야 하니까.

그릇 고르기에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처음의 목적은 잃고

그릇의 세계로 빠져든다.

오랜만에 꺼낸 물고기 접시에

슈톨렌을 담으니 카페 느낌이 물씬,

좋다.

그럼 어울리는 커피잔도 꺼내야지.

여기서부터는 사진의 세계로.

접시의 방향도 조금씩 틀어보고

각도도 요리조리 맞춰보고,

워워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진정 무엇입니까?


이야기가 샛길로 빠졌지만,

올해는 제과에 충실하게

많이 맛보고

많이 만들겠다는

뭐 그런 혼잣말이다.




주방에서


주방에서 꼼지락거리는 하루,

케이크 만드는 날이다.

요즘은 남은 제과 재료들을

틈틈이 비워주고 있는데

오늘의 당첨은

베리 퓌레와 화이트초코.

언제나처럼 소소한 실수들이 있지만

적당히 가다듬은 후 딸기를 올려 완성.

완성 사진이 끝났으면

딸기를 내리고 4등분으로 잘라주기,

다음은 단면을 확인하며

오늘의 첫번째 반성회.

그리고 나눠줄 것은 용기에 하나씩 담고

내가 먹을 것은 접시로.

여기서 접시로 옮기다

케이크를 쓰러트리고.

쓰러진 케이크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음은 오늘의 두 번째 반성회.

쓰러진 케이크도 살리고

겉모습은 적당히 커버할 수 있지만

맛만큼은 잔꾀가 통하지 않으니까.

수정할 부분은 꼼꼼히 체크해두고

기록하는 것도 잊지 말고.


아아,

숙제를 마친 것 같은 홀가분함이

적당히 기분 좋은 노동이

작은 에너지가 되어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집밥기록/케이크만들기좋은날/아침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