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우스야에서 나와 조금 걷기로 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동네,
그런 일상스러움이 좋아
그 동네에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다.
한산한 골목길을 빠져나와
왼편으로 몸을 꺾어 건널목을 건넜더니
너무 좁지도 널지도 않은
간간이 버스와 자동차가 지나가는 도로가 나왔다.
그 도로를 따라 걸었다.
그 길에서 치로루도 만났다.
일요일 정기 휴일 푯말이 없었더라면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갈 뻔했던.
유난히 은행나무가 많던 길,
맞다.
예쁜 과자 가게에도 들렀었다.
카페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유니크하게 그려진 지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카페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곳은 자그마한 복합 시설이었고,
앤티크 가게와 그릇 가게
그리고 화원이 모여 있었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
두드리고 싶은 충동을 강렬하게 일으켰던 어느 문.
결국 문을 두드리지 않고도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바로 옆 앤티크 가게로 들어갔지만.
저 문은 아마도 앤티크 가게의 연장선 같은데
그땐 왜 물어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앤티크 가게와 그릇 가게를 둘러 본 다음
나는 그 두 가게 사이에 있는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손 느낌 가득한 카페 문을 열자
바깥공기와의 온도 차만큼이나
농축된 커피 내음이 순식간에 퍼져왔다.
무언가 오래된 느낌,
익숙하고 편안한 낡음,
나무와 어우러진 냄새,
적당히 활기찬 소곤거림,
그 소곤거림과 적절히 섞인 음악.
그리고
창가 자리 옆으로 펼쳐진
무심히 흩트려놓은 듯한
커피 세상이 있었다.
클램프 커피 사라사.
찜만 해두고 몇 년째 가보지 못한
사라사 니시진[さらさ西陣],
어쩌다 보니 사라사의 커피 배전소인
클램프 커피에 먼저 오게 되었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커피 세상
시선을 정면에 두면 작고 평온한 뜰,
몸을 조금씩 틀 때마다 들리는
삐걱거리는 나무 소리까지.
그곳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교토에 있지만
교토에 있는 것 같지 않은,
여행이지만
여행이 아닌 것 같은 시간.
원두를 사지 않을 수 없다.
오후 창가의 햇살을
그윽했던 그 커피 내음을
좀 더 오랫동안 기억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