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후르츠 산도와 모닝커피를 기대하며
달려간 이치카와야 커피는
예상보다 사람이 많았다.
역시 교토의 아침은 서둘러야 한다.
춥다는 핑계로 늦장 부린 게
후회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곧바로
기요미즈데라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전 여행 때 이쪽 근처에
머물렀던 적이 있어 길이 익숙했다.
이 시간이면 기온 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사람이 붐비기 시작하지만
반대 방향인 이 쪽은 의외로 여유로워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기 나쁘지 않다.
가을과 겨울이 적절히 겹쳐진
기요미즈데라를 한 바퀴 돌고 내려오니
내려올수록 가을빛이 더 짙어져
마치 계절을 거슬러 온 것 같았다.
그 느낌이 좋아 가을 길을 쫓아 조금 더 걸었다.
다음은 하리오에서 모닝커피를 마신 후
점심 식사를 위해
가을 정취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날은 타이밍이 어긋나는 날인지
바로 눈앞에서 점심이 마감되었다.
아쉽지만 무게의 점심도
다음번으로 미룰 수밖에.
한 번 어긋난 타이밍은
그다음에도 계속되었다.
순간 초라쿠칸의 애프터눈 티라도라고 생각했지만
이곳이야말로 예약 없이 그럴 순 없었다.
모닝커피에 이어
다시 티타임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달달한 케이크와 향긋한 티가
금세 마음을 가라앉게 해주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뜻밖에 좋은 곳을 독차지할 때도 있는 것처럼
또 이렇게 타이밍이 어긋날 때도 있는 법이니까.
식사 타이밍을 놓쳐서 그런지
배가 고프지 않아 다시 조금 더 걷기로 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을로 가득했는데
주위가 어느새 겨울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봄날 해 질 녘 풍경이 좋아
한참을 서 있었던 그곳도
겨울 느낌이 가득했다.
아침에서 점심으로 넘어온 것뿐인데
한 계절을 지나온 것 같은 묘한 느낌.
그렇게 가을과 겨울을 오가며
교토의 12월을
타박타박 걷고 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