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아침 2시간만 빌려
우동가게로 운영하는 재미난 곳이 있었다.
맛이 뛰어난 가게는 아니지만
이탈리아 국기를 마주하며 먹은
아침 우동이 살짝 기억에 남는다.
교토에 오면 특별한 목적 없이
무심히 들러가는 곳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신푸칸,
수국이 피기 시작할 때도 예뻤지만
왠지 가을 색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 신푸칸과 에이스 호텔이 이어진 곳,
호텔 로비 한 편에 바로
스텀프타운 커피가 있다.
포인세티아가 있는 모퉁이 자리에서
친숙한 일상의 아침처럼
아사 바나나 모닝커피를.
그러고 보니 코메다의 모닝도 있었다.
(모닝이 유난히 많았던 교토)
살짝 부족했던 우동은
오멘에서 채웠다.
따뜻한 국물의 맛있는 규니쿠우동.
그래 겨울은 따뜻해야지.
이제는 교토를 떠나야 할 시간,
그간의 버스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며
다음 여행지인 고베를 향했다.
이번엔 교토역에서 비야코센이 아닌
카라스마역에서 한큐센으로 이동했다.
교토를 벗어나자 점점 일상스러워지는
실내 풍경과 대조되는 바깥 풍경을 만끽하며
조금 낯선 역이름들을 곱씹는 동안
어느새 산노미야역에 도착했다.
산노미야역은 공사로 아주 번잡했다.
지난번 여행 기억을 더듬으며
먼저 호텔로 가 짐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평일이라 그런지 산노미야는
예상보다 한산했다.
이 밤은 특별한 계획 없이
산노미야를 둘러보기로 했다.
배가 고픈 건 아니었지만
살짝 출출한 느낌이 있어
군것질거리를 찾다
쇼텐가이에서 타코야끼 가게를 발견했다.
사실 들어가기 전부터
내가 아는 타코야끼와
뭔가 다를 것 같은 느낌은 있었다.
그래도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메뉴는 심플했고
혼자니까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1인분 주문으로 자연스레 흘러갔다.
그리고 5분 정도 기다렸을까
처음 보는 신기한 타코야끼가 나왔다.
다시지루(육수) 와 함께.
심플하게 타코만 들어간 고베의 타코야끼는
소스가 아닌 다시지루에 찍어 먹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달걀 맛이 조금 강하며 후와후와한 타코야끼를
다시지루에 찍어 먹어보았지만
맛은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생소한 느낌의 타코야끼를 집어
요리조리 관찰하다 타코를 빠트려버렸다.
타코가 빠진 타코야끼,
다시지루에 들어간 타코야끼는
달걀 수프가 되어버리고.
이럴 땐 익숙한 맛이 그립다.
모스버거,
너를 고베에서 먹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