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여행
[팡또 에스프레소또]를 처음 방문한 건
오모테산도였다.
자그마한 베이커리 카페가 입소문을 탔고
산책길에 긴 줄이 이어진 걸 여러 번 봤었다.
그때도 모닝 세트가 있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오픈 시간을 맞춰갔던 기억이 난다.
(프렌치토스트가 맛있었던 기억도)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적으로 지점이 늘어났고,
요즘은 특히 고민가나
지정문화재인 건축물을 리노베이션 해
그 지역에 자연스레 녹아든
오사카/교토/고베 지점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24년 6월에 오픈한
이진칸[異人館] 지점은
1895년 건축된 고베지정전통건축물인
저택을 개조해 만들었고,
1층은 주차장 부분을 개조한 베이커리와
본관을 개조한 카페로 나누어져 있다.
본관 1층 카페는 구저택을 이어받은
중국풍의 가구를 중심으로 배치한
호화롭고 화려한 공간으로,
넓은 중정은 테라스 자리로 되어있다.
1층은 베이커리는 테이크 아웃도 가능하며
관광객의 휴식 장소로도 공간 제공을 한다니
날씨가 좋은 계절엔 테라스도 좋을 것 같다.
모닝 메뉴는
빵 무한리필과 카페 메뉴로 나눠져있는데
나는 빵 무한리필로 주문했다.
(카페 메뉴를 주문하면 1층으로
빵 무한리필 메뉴를 주문하면 2층으로
안내받게 된다)
2층으로 안내를 받고 올라가니
내부 전체가 한눈에 들어와
나도 모르게 텐션이 올라갔다.
카페는 밖에서 바라보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2층은 각기 특색을 살려 꾸며진 룸들에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창밖 풍경까지,
만약 자유롭게 앉으라고 했으면
어디에 앉을까
굉장히 고민되었을 것 같다.
자리를 안내받은 다음
다시 복도 쪽으로 나와
빵이 있는 자그마한 룸으로 향했다.
빵은 아마도 10종류 정도였던 것 같다.
잼이나 꿀, 올리브유에 발사믹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고,
그릇도 종류가 다양해
고르는 재미도 살짝 더해졌다.
베이커리 카페인만큼
빵에 자신 있는 [팡또 에스프레소또]
카페의 전반적인 빵 맛이 궁금하다면
이 코스가 괜찮은 것 같다.
어느 정도 공간에 익숙해지자
그때부터 곳곳에 진열된 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살짝 물어보니 자유롭게 볼 수 있다기에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책으로 손이 갔다.
취향을 간지럽히는 책들이 가득하길래
한참을 뒤적이며 서있었더니
점원이 핑크문 방도 책들이 많다며
그쪽으로 안내해 주었다.
누군가의 집에 놀러 가
비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
몰래 책장을 뒤적이는 느낌이랄까,
어느새 내 머릿속엔
빵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책들로 채워졌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본관 2층은 이국정취를 체험할 수 있는
이국의 문 [異国のとびら]이라는
서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출판사에서 토털 프로듀스했다고 하는데
이국정취를 느낄 수 있는 책이나 잡지 등
셀렉션이 아주 좋았다.
나는 카페를 나오며
[일본의 아름다운 언어 사전]이라는
책을 한 권 골랐다.
계절과 자연에 따른 아름다운 단어들이
빼곡히 담긴 책이 그날의 기분과 어우러져
마음에 쏙 들어온 것 같다.
그렇게
빵을 찾아갔다 책을 들고나온
고베의 화사한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