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햇살 좋은 계절 길을 걷다
서너 번 스쳐 지나간 가게가 있었다.
쥬니단야[十二段屋],
무엇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다음번엔 꼭 가보자 했었는데,
그게 12월 어느 주말의 런치가 되었다.
조용한 동네라 주말이라도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예감이 맞았다.
아담한 가게에 적당히 찬 손님들,
조곤조곤한 말소리와 작은 움직임들이
따사로운 온기가 가득한 이 가게와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교토의 다시마키타마고[出し巻き卵],
주문하고 보니 도쿄에서 즐겨가던
야겐보리[やげぼり] 생각이 났다.
야겐보리도 교토에 본점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긴자의 하치다이메기헤[八代目儀兵街]도 그렇고
어떻게 교토만 오면
도쿄에 있을 때 교토에 가면
본점에 꼭 가봐야지 하던 곳들은
한 번도 간 적이 없는지.
(어떻게 그토록 까맣게 잊었는지)
그래도 그런 곳들은
도쿄에서 교토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오히려 도쿄를 가면 다시 그리워질지도.
오히츠(나무밥통)에 담긴
새하얀 밥만 보아도
식욕은 두 배가 된다.
간결하고 담백한 밥상,
그 밥상에 상냥히 말을 걸어주시는
할머니의 친절까지 더해져
마음까지 녹아드는
따사로운 시간이었다.
아,
여긴 오차즈케 집이었지.
마지막에 밥을 조금 남겨
내어주는 차로 밥을 말아
오차즈케를 만들어 먹으면 된다.
우스야 [碓屋],
교토를 다녀갈 때면
교토에 관한 책을 한두 권씩 사 간다.
여행 중간중간 서점에서 뒤적인 책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걸 마지막에 챙겨가는 거다.
그렇게 내게로 온 책들은
교토가 그리운 날이면
무심히 들쳐보기도 하고,
여행 일정이 정해지면
마음을 움직였던 페이지를
조금 깊게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렇게 알게 된 우스야에서
이번 여행의 두 번째 교토 점심을 했다.
시골 할머니 집 같은 포근함이
쥬니단야와도 닮은 듯한 이 가게는
조용한 동네의 쇼텐가이(상점가)에
위치하고 있어
교토의 잔잔한 일상을 엿보기에도 괜찮다.
내가 앉은 테이블에서
주방 풍경이 살짝 엿보였다.
주문이 들어간 후
우나기에 양념을 발라 앞뒤 돌려가며
아주 느릿하게 굽는 풍경이 좋아
다른 짓을 하지 않고
오랫동안 그쪽으로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부드럽고
맛있게 느껴졌던 우나동.
손님들도 온통 동네 주민들 같아
잠시지만
그곳의 일상에 묻히는 것 같던,
그 따사로운 느낌도 좋았다.
* 우나쥬[鰻重]는 우나기[鰻(うなぎ):장어] + 찬합 [重箱(じゅうばこ):쥬바코]으로 찬합 위에 올려져 나오는 것을 말하며, 우나동[鰻丼]은 우나기[鰻(うなぎ):장어] +돈부리 [丼(どんぶり):덮밥]으로 돈부리 그릇에 올려져 나오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