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
요코하마에서 도쿄를 향하는 느낌으로
고베에서 오사카로 향했다.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고
1박이라고는 하지만
머무는 시간은 엄밀히 말하면
반나절 정도라
오미야게를 사는 정도의
가벼운 일정만 남겨두었다.
내 기억으로 난바에 온 건
이번이 두 번째.
하지만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막상 이곳에 도착했을 땐
티브로 보던 익숙한 풍경을
처음 눈앞에 마주한 것 같은
작은 흥분과 기쁨이 있었다.
소란스러운 풍경이
어쩌면 이 계절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북적이는 거리
화려한 간판
살짝 뜰 떠 보이는 사람들 틈에 끼어
목적 없이 난바의 거리를 걸었다.
목적 없는 발걸음이 어느 지점에서 턴을 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어디쯤에서부터 피로가 몰려왔는지도.
나는 난바역 타카시먀 백화점 앞에서
발을 멈췄다.
타카시마야라는 익숙한 이름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았다.
이럴 땐 식사도 백화점 레스토랑이 편한다.
오사카를 올 때만 해도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오코노미야키며 타코야키며
오사카스러운 음식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츠나하치 덴뿌라집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하고 편안한 신주쿠 본점을 떠올리며
나는 빨려 들 듯 소리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주저 없이 덴뿌라 정식을 주문했다.
그리운 맛,
마음이 녹아드는 편안한 맛이다.
거기서부터
이곳이 오사카인지 도쿄인지,
이곳이 그 어디여도 상관없을 것 같은
백화점에서의 쇼핑이 시작되었고
도쿄의 일상처럼 쇼핑 중간엔
즐겨먹던 생과일주스도 찾았다.
저녁은 호텔 근처의 보편적인 식당에서
고등어구이와 굴프라이라는
소박하면서도 조금은 풍성한 세트를 주문했다.
이제 막 퇴근한 듯한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하는 일상스러운 저녁,
따뜻하고 정겹고 맛있었다.
간사이 공항을 가는 길이 편할 것 같다는 이유로
사카이역 근처 호텔로 정했는데 정답이었다.
선물처럼 펼쳐진 야경이 좋아
커튼을 치지 않고 불을 껐다.
아주 조용하고 느릿하게
오사카의 밤이 깊어갔다.
마지막으로 간단히
머물렀던 곳 이야기를
이번 여행은 네 도시를 옮겨가는 일정이라
호텔은 편리한 교통을 우선으로
청결하고 친절한 곳을 찾았고,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규모가 조금씩 커지는 느낌으로
소소한 변화를 주기도 했다.
나고야에서는 예기치 못한
환풍기 소음이 있기도 했고
고베에서는 생각지 못한
오르막길을 만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큰 불편 없이 잘 지냈던 것 같다
여전히 호텔 룸에서 먹는
편의점 디저트가 있었고
간간이 오니기리도 있었다.
일정 중 잠깐잠깐 호텔에 들러 쉬어가는 시간,
이상하게 나는 지붕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좋더라
유난히 호텔 침대 한 편에 기대어
리모컨을 쥐고 뒹굴뒹굴하는 시간이 많았던 여행.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배우가 나오면
그게 또 그렇게 반갑고 좋을 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은
일상스러움을 쫓는 여행이라 했는데
티브를 보지 않고 살던 도쿄의 일상보다
더 일상스러운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겨울 여행에 마침표를 찍으며,
이쯤에서 4월의 교토
사쿠라 리벤지 여행을 꿈꿔본다.
(지금은 사쿠라 리벤지 여행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