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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길에서,

교토 여행

by 우사기

철학의 길은 이미 푸르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쿠라 꽃잎은 흔적 없이 사려졌지만

지난번 산책길에 만났던

사쿠라 나무 갤러리의 테라스도

변함없이 평온한 모습이었다.

이번엔 긴카쿠지 쪽에서 난젠지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걸었더니

눈에 담기는 풍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걷다 보니 어느새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온 것처럼 강렬한 햇살에

쉬어갈 곳을 찾다

예전 카키고리를 먹었던 그 집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때는 여름 느낌 한가득

카키고리를 팔고 있었는데

너무 지치고 목이 마른 상태라

간판을 발견한 순간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때 먹었던 꿀맛의 맛차 카키고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가 떠올라 카키고리를 주문했더니

아쉽게도 카키고리는 여름 메뉴라 없다고 했다.

이럴 수가,

날씨는 봄을 훌쩍 뛰어넘어 여름 같은데...

결국 카키고리 대신 유즈소다를 주문했다.


자그마한 창 너머로 미도리를 느끼며

마시는 달달한 유즈소다,

달달한 유즈소다를 마시며

떠올리는 그 여름날의 카키고리.

그렇게 나의 세 번째 철학의 길 산책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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