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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말산 토끼 May 10. 2021

인내는 쓰고, 결과는 알 수 없다

Feat. 쌍둥이 유모차에 감춰진 노력

유산 이후, 아내는 공부를 시작했다. 


국어, 영어를 제외하고는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나와 달리 아내는 우등생이었고, 지금도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내는 유산의 아픔을 잊기 위해 더욱 맹렬히 임신, 출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나와 함께 하나하나 나누기 시작했다.


인공수정, 체외수정 (시험관)... 그동안 우리가 자연임신을 당연하게 생각하여 관심을 갖지 않았기에 몰랐던 세상.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수많은 부부들이 정신적, 체력적, 금전적인 면에서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했던 노력은 고작 산부인과에서 길일(배란일)을 받는 수준이었는데, 그건 사실 노력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민망한 것이었다. 늦은 나이에 아기를 기다리는 부부 치고는 상당히 무지하고 게을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인공수정 : 임신을 하기 위하여 정상적인 성관계를 통하지 않고, 의학적 기술을 이용하는 것. 주로 정액을 주사기로 밀어 넣어 임신을 유도

체외수정 (시험관) : 정자와 난자를 채취하여 시험관에서 수정한다. 


인공수정 (출처 : 쏘이빈 임신정보 블로그)

쏘이빈 임신정보 블로그

https://tysistory.tistory.com/entry/%EC%9D%B8%EA%B3%B5%EC%88%98%EC%A0%95-%EC%8B%9C%ED%97%98%EA%B4%80-%EC%8B%9C%EC%88%A0-%EC%B0%A8%EC%9D%B4%EC%A0%90



현대 사회에서는 산부인과 난임 클리닉과 각종 여성병원 등이 게으른 삼신할미의 역할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


수정된 십 수개의 배아를 보관하고, 또 그 배아로 여러 번의 시술을 하고, 자궁의 컨디션과 부부의 요구에 맞추어 단태아, 다태아까지 만들어(?) 준다는 사실까지! 


우리 주변에는, 젊은 부부임에도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기를 갖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여성의 경우는 한방학적으로 몸이 차고 순환이 잘 되지 않는 문제로...

산부인과적으로는 난소 기능 저하, 자궁내막증, 다낭성 증후군, 호르몬 불균형, 생리불순, 나팔관이 막혀서, 습관성 유산 등등의 다양한 이유로...


남성의 경우에도 정상 정자가 적어서, 남성 호르몬 부족, 정자 운동성의 문제, 정자 수의 부족, 무정자증 등등의 다양한 이유로... 


또는 아무런 이유를 찾을 수 없기도 한다. 


차라리 문제가 있다면 의학적으로 도움을 받겠지만, 난임의 이유가 없고 둘 다 정상이니 기다리며 준비하라는 말을 들으면 부부 모두 숨이 턱 막히고 기가 막힌다. 


결국 임신이 되지 않아 초조해진 부부는 결국 병원에 찾아가 난임 관련 검진을 받게 된다. 고액의 비용을 들이고, 3개월간의 고통을 버텨낸 후 의느님의 손을 빌려 아기를 만들게 된다. 


3개월. 


시술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여자에게 필요한 시간.


누군가에게는 짧지만, 아이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3개월은 너무 긴 기다림의 시간이다. 시술이 실패하면 이 모든 일들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만 한다…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의 심정이 이러할까?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 (출처 : Ad Fontes 님의 브런치)


시지프스 (출처 : Ad Fontes 님의 브런치)

https://brunch.co.kr/@adfontes/49


하나도 모르던 내가 엄청난 정보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알면 보이는 세상. 


관심을 갖고 나니 길에 지나다니는 임산부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기 시작했으며, 최근 들어 눈에 자주 띄는 쌍둥이 유모차들의 비밀(?)을 알고 나서 그들의 수고와 노력에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세 쌍둥이 유모차 (출처 : 차일드 홈 블로그)



그리고, 너무 늦게 결혼을 결심한 나를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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