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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dom akin to feral Sep 18. 2024

남편의 월급이 들어오지 않은 달

미국박사과정의 경제적인 부분

미국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남편은 학교에서 stipend를 받고 있는데,

이는 사실 한 사람 분의 최소 생계비 정도이다.

(사실 미국의 렌트만 생각하더라도 한 사람이 살기에는 부족하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우리 집의 주 소득원이다.


그래도 적은 돈이라도 이것에 감사한 이유는

박사과정에서 받는 돈은 학교마다, 프로그램마다 다른데,

재정이 부족한 곳에서는 학생들의 월급을 줄이거나 끊는 경우도 꽤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7년간 이곳에 있으면서 고학년이 되고 나서는 급여가 줄어들긴 했지만,

꼬박꼬박 밀리는 경우 없이 방학을 제외하고는 다달이 급여가 나왔다.

방학에도 남편이 일을 받은 경우에는 생활비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급여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급여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나는 덜컥 겁이 났다.

reddit을 기웃거려 보니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미국 전역에 엄청나게 많다는 걸 이번에야 알게 됐다.


그제야 남편과 같은 과정에 있던 친구 한 명이 얼마 전 급여를 못 받아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도 그 비슷한 일을 겪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사무실에 찾아가 몇 번 이야기했지만, 달의 절반이 지났음에도 월급은 들어오지 않았다.

겨우 들은 말은 이번 월급은 못 나오게 되었고, 다음 달에 두 달 치를 입금한다고 했다. 모아둔 돈이 있어서 다행히 가계에 지장은 없겠지만, 이런 일이 오래 지속되면 버티기 힘들 것이다.


미국박사과정에 대한 경제적인 부분을 한글로 검색해 보면 대부분 긍정적인 이야기들이다. 미국석사와는 달리 돈을 받으면서 공부를 있다는 내용이다. 장학금 기회도 물론 많다. 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 말에만 큰 비중을 두고 이 과정을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나의 관찰과 경험으로는 조금 회의적이다. 학교의 펀딩이라는 것은 해마다 일정하지가 않기 때문에 박사과정이라는 장기 프로젝트에서 학교가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장학금 기회도 찾아보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회가 많은 것과 내가 그 핏에 맞고, 끝내주는 연구를 해서, 시기적절하게 그 장학금들을 수여받는가는 아주 다른 문제이다.


그래서 박사과정 학생들을 들여다보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부모님께 경제적 도움을 받거나, 그럴 기회도 없다면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니면 카드깡으로 다달이 살아가는 박사과정생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내가 보기에는 많지 않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박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공부이지 경제적인 게 아니다. 그래서 뭐가 되었든 간에 이미 박사과정을 시작한 이후에는 어떠한 문제가 오더라도 삶은 살아진다는 것이다. 나도 주변에서 돈을 아끼기 위해 매일 같은 음식을 싸가지고 다니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다. 혹은 썸머잡이나 학교일 혹은 캐쉬잡도 마다하지 않고 일할 기회를 찾아다니는 학생들도 보았다. 신용의 나라 미국에서 야무지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버티는 학생들도 많다. 결국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은 다 있다.


다른 것들은 신경 쓰지 않고 공부에만 매진하면 정말 좋겠지만, 삶은 우리를 그런 방식으로 살게 놔두지 않는다. 힘들고 치열한 과정 속에서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는 박사 과정 학생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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