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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tted student day

by Freedom to Transcend

4월에 각 로스쿨들은 합격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Admitted student day를 개최한다. 나도 합격한 학교들에서 행사에 관련된 이메일을 받았다.


Admitted student day는 필수 참여가 아니기 때문에 꼭 가지 않아도 되는 행사이지만, 직접 학교 건물을 둘러보고 교직원들 및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참여를 결심했다.


어떤 학교들은 합격생들에게 여행경비를 지원해 주어 행사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나의 경우에 모든 합격한 학교행사에 갈 수 없었기에, 내가 잠정적으로 최종 선택할 학교의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간 김에 내가 관심 있는 학교와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합격한 학교들의 행사도 모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남편과 나의 일정을 조율하고 비행기와 호텔 등을 예약했다.


그 지역에서 세 군데의 학교를 둘러볼 계획을 세우자 마음속으로 더더욱 이 지역에서 학교를 다녀야겠다고 생각이 굳혀지게 되었고, 그래서 우리는 간 김에 여름에 이사할 아파트도 시간이 나는 대로 둘러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남는 시간에 집을 둘러보는 강행군 스케줄표가 나왔다.


학교 행사는 전반적으로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간단한 아침식사 제공과 함께 네트워킹 시간을 갖고, 교수진 및 교직원들이 학교 소개를 하고, mock class를 듣고, 재학 중인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한 뒤 그룹을 나누어 학교 투어를 했다. 반나절이 조금 넘게 진행되는 행사이다 보니 나중엔 스케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지치게 됐다.


학교 탐방은 설레기도 했지만 긴장되는 부분이 더 많았다. 미국인들은 모이면 바로 스몰톡을 시작하고, 심지어 로스쿨에서는 학생들에게 네트워킹을 강조하기 때문에 더더욱 압박을 느꼈던 것 같다.


나도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건 큰 부담이 없지만, 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첫 만남에 외국인인 내 사정을 설명하긴 어려우니까 그 점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때로는 횡설수설을 하기도 했는데, 이 점이 좀 후회스럽다.


그래도 여러 학교들의 행사에 참여해서 얻는 부분이 많았다. 간단한 학교 기념품들을 챙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직접 학교 분위기도 느껴보고 건물도 둘러보며 학교들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마음의 변화가 있기도 했다. 만약 여러 지역의 학교들을 다 가 볼 수 있었다면 아마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남은 시간에 아파트 투어도 진행했다. 새로운 도시는 우리가 지금 사는 곳보다 큰 도시이기 때문에 평균 월세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여름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성수기이기에 집값은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대충 감 잡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투어가 실제 계약까지 하는 결과로 이어져버렸다. 그리고 그 여파로 기존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큼직한 일들이 이 짧았던 여행에서 결정이 나게 되면서, 그만큼 부담도 컸지만 남편과 힘을 합쳐서 나름대로 잘 해결이 되었다. 이사와 새로운 학교 시작 등 실감 나지 않는 일들이 나의 앞에 놓여있지만 결국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끝나있을 것이다. 다음 단계까지 또 뚜벅뚜벅 걸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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