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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로카 Apr 12. 2022

브런치 작가이지만 글을 잘 못씁니다.

저장만 많이 해 놓고 차마 발행을 하지 못한 내게 바치는 글

 2월 21일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지금까지 올리지 않고 있다. 아니, 못 올리고 있다. 그 이유는 다른 플랫폼도 아닌 '브런치'이기 때문에 작가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완벽한 글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을 때는 마냥 기분이 좋았다. 심지어 한 번에 합격했기 때문에 자신감도 넘쳐났다. 그리고 그때는 미리 구상하고 있던 글감이 있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머릿속이 복잡해서 글을 완성하기가 어렵다. 내 글을 보고 사람들이


'뭐야, 브런치 작가가 글을 왜 이리 못써.'


라고 흉을 볼 것 같아서 작가의 서랍에 저장만 하다가 포기한 글도 꽤 된다. 그래서 그냥 하던 대로 블로그 글만 쓰고 브런치는 그냥 놔둘까 생각도 했다. 블로그 글은 리뷰 위주라 글 쓰는 난이도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둘러본 후 느낀 점은


'그래도 한 번 써 보자.'였다.


브런치 작가는 합격한 사람만 글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희소하다. 이런 플랫폼을 손에 넣고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아쉽다.


또한 지금 당장 높은 수준의 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쓰다 보면 글솜씨가 발전할 것이고, 그 발전 과정이 고스란히 저장될 것이다.


그럼 나중에 브런치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에게 좋은 포트폴리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못 쓴 글도 나름의 가치가 생기는 셈이다.


그리고 구독자가 많은 작가들도 가끔 짧고 컨셉에서 벗어난 글도 종종 올리는 것을 봤다. 어차피 글을 쓰는 것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내려놓고 써도 된다.


그래서 좀 가벼운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 개 정도는 꼭 쓰려고 마음먹었다. 부담을 내려놓는 대신 몇 가지는 지켜서 써야겠지.


글의 양에 구애받지 않는 대신 최대한 정제된 언어로 써보려고 한다. 이모티콘이나 줄임말을 최대한 줄일 것이다.


사진은 한 장만 넣거나 또는 넣지 않으려고 한다. 놀랍게도 사진을 고르다가 힘 빠져서 글을 포기한 적도 있다. 뇌 용량을 글을 쓰는 데에 오롯이 사용해야겠다.


주제도 제한 없이 쓸 계획이다. 원래는 패션 관련 글만 쓰려고 했는데, 주제가 좁아지니 글이 안 써진다. 그냥 그때그때 쓰고 싶은 주제가 생기면 바로 써 봐야겠다.


패션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최다 조회수 글은 자동차 관련 글이다. 원래 인생은 계획대로 안된다. 브런치도 쓰다 보면 나중에 방향이 보이겠지.




나의 원래 계획은 여름에 브런치 작가 '도전'을 하는 것이었다. 한 번에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으니 올해 안에 브런치 작가 되는 것이 실질적인 목표였는데 1월에 되었으니 사실 목표는 초과 달성한 셈이다.


그러니 올 1년은 덤이라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써 봐야겠다. 이 사람은 글도 못 쓰는데 어떻게 브런치 작가이지라는 의문을 가지실 분께 인사드리며 글을 마친다.


'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 중에 5만 번째로 글을 잘 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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