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던 날들 이후, 혼자 살아내는 연습의 시작
이 글을 쓰고 있는 11월 5일
딱 1년 전 오늘
2024년 11월 5일
아들이 군에 입대한 날이다.
이날은 아들의 첫 군생활이 시작된 날이자,
나의 첫 1인가구 생활이 시작된 날이었다.
입대 전,
함께 야경 보며
내일을 생각해 보는 시간
입대하기 전
요즘은 군입대 준비물 리스트가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
얼마 전 조카가 입대했던 언니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요즘은 다 챙겨가야 해.
무릎보호대, 물집방지패드, 챙겨가지 못하면 아들 고생한다”
아들에게 물었다.
“이제 당분간은 자유롭지 못할 텐데 가고 싶은 곳 있어?”
아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집 근처 야경 보고 싶어요. 익숙한 풍경, 눈에 담아두고 싶어요.”
그래서 입대 준비물을 챙겨놓고,
근처의 작은 야경 명소로 향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언덕 위에서,
아들은 잠시 말없이 불빛을 바라봤다.
나는 그 옆에서 그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날 밤,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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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장
입대 훈련장은
강원도와 맞닿은 경기도의 작은 도시.
집에서 한참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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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장 앞에서
모자를 눌러쓴 아들을 바라보았다.
짧게 깎은 머리 아래로 드러난 이마가
유난히 넓어 보였다.
익숙한 말투였지만,
그날따라 낯설게 들렸다.
“엄마가 마지막에 울면 훈련할 때
생각나서 힘들다더라.”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며
가능한 덤덤한 표정으로 아들의 등을 두드렸다.
“잘하고 와.”
아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순간,
손끝이 조금 떨렸던 것 같았다.
엄마의 마음도 덩달아 작아졌다.
아들은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갔고,
나는 집으로 한 걸음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멜로디가
오늘따라 귀에 더 잘 들어온다
서로 다른 길의 출발점에서,
우리는 각자의 ‘첫날’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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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첫날
집에 도착하니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신발장 앞에는 아들이 두고 간 신발 한 켤레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냥 보던 물건이었는데,
그날따라 마치
“금방 다녀올게요.”
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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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나누던 밥상이
이제는 나 혼자만의 식탁이 되었다.
식탁 위 반찬을 줄이고,
밥그릇 하나만 올려놓는 일 —
별것 아닌 일인데도 마음이 허전하다.
그동안 나는 아들에게 맞춰 살았다.
그의 하루 리듬이 곧 나의 하루였고,
그의 식사 시간이 곧 나의 식사였다.
이제는 그 리듬을 내게 맞춰야 한다.
오늘부터 나의 첫 1인가구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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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훈련소에서 규칙을 배우듯
나도 내 일상의 규칙을 새로 세워야 한다.
하루 끼니를 혼자 차리고,
조용한 집에 말을 걸고,
불 꺼진 거실의 고요를 견디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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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살 어무니의 1인가구 실험은 거창하지 않다.
때로는 쓸쓸함의 온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때로는 혼자 웃는 기술을 익히는 것뿐이다.
그게 이 나이의 새로운 훈련이고,
내가 시작한 ‘1인가구 생활실험일지’의 첫 장이다.
아들은 오늘도 그곳에서
자신을 단련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이곳에서 나를 단련한다.
아들은 군대라는 낯선 공간에서
‘혼자 견디는 법’을 배우겠지.
나는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혼자 살아내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첫날’을 견디며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