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단계 : 충분한 남자 프로젝트

by 유주얼


섹스에 대한 남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파트너를 만족시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즉 자신의 성적 능력이 충분치 못하여 창피를 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다.

번식에 대한 수컷의 욕망은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 한 거스를 수 없는 모든 생명체의 본능이기에 그 생식능력에 대한 집착 또한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비록 점점 더 치열해져만 가는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출산과 양육을 제한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생식능력만큼은 강한 남자이기를 원한다.

자신의 성적 능력이 상대를 만족시키고도 남도록 충분하기를 원한다.

생식기의 크기나 강직도, 성행위의 지속시간이나 사정 횟수 등에 집착하면서 그러한 수치들이 남들보다 우세할 때 굉장한 자신감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여자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해보면 자신의 성능력에 대해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남자치고 실제로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자들의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정말 섹스를 잘하는 충분한 남자란 어떤 남자일까?


먼저 성기의 크기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이성간 섹스의 경우, 굵기나 길이 그 자체가 중요하지는 않다. 핵심은 남자의 성기가 여성의 몸 안으로 들어왔을 때 어떻게 적절하게 자극해주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자궁목과 그 주변에 골고루 닿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여성의 질 안쪽 구조와 남성의 성기가 조화롭게 맞아야 한다.

예를 들어 여자의 자궁목이 매우 깊이 자리하고 있는데 남자의 성기가 너무 굵다면 깊이 들어가기 곤란할 수도 있고, 반대로 여자의 자궁목이 얕은 위치에 있는데 남자의 성기가 너무 길면 두 사람의 성기가 밀착하여 다채롭게 교류하는 데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성기가 굵을수록 좋다든지 길수록 좋다든지 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발기된 상태의 강직도는 중요하다. 발기, 그리고 강직도는 두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영양과 호르몬이다.

영양은 섭취된 음식물의 양분이 혈액을 통해 세포로 잘 전달됨으로써 이루어진다. 탄수화물과 당분을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 무기질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깨끗한 혈관과 맑은 혈액이다. 정력에 좋다는 음식을 두루 챙겨 먹어도 혈관에 지방에 쌓이고 혈액이 탁하고 끈적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혈액순환이 잘 되고 피가 맑아져야만 발기와 강직도가 향상된다. 강한 남성이 되려면 반드시 육식보다 채식을 더 많이 해야만 하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이유다.


남자의 호르몬은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의 비율이 적절해야 하는데, 이 비율이 깨지고 여성 호르몬이 많아지면 발기가 충분히 되지 않고 강직도도 떨어진다. 남자에게 여성 호르몬이 많아지는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다. 특히 복부비만, 뱃살이다. 탄수화물과 당분,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이고 몸을 활발히 움직여야 한다.

배가 좀 나왔을지라도 남자의 몸이 크고 듬직하면 힘이 세서 섹스도 잘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옛말에 ‘마른 장작이 화력이 좋다’는 성적 농담은 괜한 말이 아니다.


충분한 남자를 가늠하는 척도로 흔히들 생각하는 것이 사정(射精)이다. 사정에 대해서는 상반된 두 가지 지향점이 존재한다. 한쪽은 하룻밤에 여러 번 발기와 사정을 거듭하는 것을 넘치는 정력의 증거로 과시하는 태도고, 다른 쪽은 힌두교의 탄트라(Tantra)와 도교의 방중술(房中術)에서 권하는 바, 사정을 하지 않아야 이롭다는 믿음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한 번의 동침에서 여러 번 거듭해서 사정하는 것은 결코 자랑 삼을 일이 못 된다. 여자 입장에서 놀랍고 신기할 수는 있으나 섹스의 만족도와 직결되지는 않는다. 젊은 시절에 그런 남자를 만나본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 몇몇 친구들이 있었는데, 특이한 경험 정도로 기억하는 것뿐 계속 관계를 지속할 만큼 그 남자와의 성교가 좋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과도한 사정은 무엇보다 남자 자신에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해롭다. 정액에는 정기가 있으므로 함부로 낭비하면 허해지고 기가 상한다.


섹스는 스포츠나 단순한 오락, 혹은 배설 행위가 아니다. 두 사람 간의 내밀하고 진솔한 소통이다. 대화로 치면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말을 죄다 쏟아내고 또 쏟아내기를 거듭하는 것보다 서로 차분하게 얘기하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상대의 내면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 참된 소통인 것처럼, 섹스도 그렇다.

남자의 거듭된 사정이 여자의 오르가즘을 거듭하여 일으킨다고 믿는다면 완전한 착각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천천히 진행하면서 점층적으로 오래 지속하는 성교를 더 선호한다. 강렬하고 짧게 여러 번 하는 것보다 천천히 길게 한번 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탄트라와 방중술이 가르치는 바대로 사정을 안 하는 쪽은 어떨까?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섹스의 자연스러운 결과인 사정을 하지 말라고 권하는 것일까?

탄트라와 방중술이 모두 매우 오래된 가르침이며 비교적 지배층 남자들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 당시 높은 신분의 남자는 대부분 여러 명의 아내를 두고 있어서 욕구에 끌리는 대로 성생활을 했다간 금세 몸이 허해지고 기력이 쇠하게 될 것을 걱정하여 사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가르침이 강조되었을 것이다. 더불어 사정을 조절함으로써 자녀(특히 아들)에 관계된 예기치 않은 갈등을 방지하고 건강한 아이를 태어나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날에도 곧이곧대로 따를 수 있는 가르침은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정을 하지 않으면 불로불사, 즉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는 말에 혹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 모양이다. 영원히 변치 않는 플라스틱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그렇게 좋을까? 나고 자라서 살다가 때 되면 시들어 사라지는 자연의 섭리를 억지로 거스르는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과도하지만 않다면 사정하는 것을 결코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정하지 않고 성교를 마치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나쁘지 않다. 또한 사정으로 마무리를 짓더라도 가능하다면 최대한 지연시킬수록 좋다.

혼돈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정을 참는 게 아니라, 사정 욕구가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길게 유지한다는 뜻이다.

일단 정액이 생성되어 고이고 누적되면 사정은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참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고 또 어찌어찌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간신히 참았다 한들 정액은 이미 생겨버린 것이니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았을 뿐, 사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정감이 생기기 전 단계에서 오래 머물러야 한다.

이는 상대인 여자의 속도에 맞춘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여자는 절정에 이르는 속도가 남자보다 느리다. 그러니 여자를 배려하는 남자라면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여자가 충분히 달아오르도록 애무하면서 여유를 가진다.


쾌감을 성기 자체로만 좁혀놓지 않도록 한다. 몸 전체의 감각을 골고루 느껴본다. 육체적 교류를 통한 마음의 소통을 느끼고, 나아가 정신적 교감까지 느끼도록 쾌감의 범위, 쾌감의 차원을 확장시키면 사정의 욕구가 없는 상태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섹스를 즐길 수 있다.


섹스를 경제력이나 학력과 같은 하나의 능력으로 여기는 남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다. 상대에게 자신의 힘과 능력을 과시하여 대단한 존재로 인정받으려는 욕심은 섹스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섹스는 두 사람이 소통하고 교류하며 평등한 관계에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인데,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힘을 보여주려 하거나 능력을 과시하려 한다면 소통은 이루어질 수 없다.

만일 내가 가진 재력으로 상대에게 베풀어주고자 할 때에도 상대의 취향이나 필요는 아랑곳없이 무조건 비싼 것들을 사주며 돈 자랑을 한다면 전혀 고맙지 않은 행위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의 성 능력에 우월감을 가진 남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지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게 아니다. 그래서 자신감이 넘치는 남자일수록 여자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섹스야말로 인간이 가장 겸손해질 수 있는 기회다.

나를 치장하고 꾸며주는 모든 외피를 벗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돈을 잘 번다고 해서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해서 인기가 많다고 해서 좋은 차를 가졌고 옷을 잘 입는다고 해서 그것들 때문에 섹스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오로지 벌거벗은 몸, 존재 그 자체로서만 생명과 생명의 호흡으로 서로를 만난다.

모든 것을 벗어던진 알몸의 나를 사랑스럽게 받아주는 상대가 있다는 데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나와 다른 또 하나의 우주로 들어가는 신비로움 앞에 겸손해진다.

충분한 남자가 되고 싶다면 다음의 공식을 기억하고 실천하면 된다.


충분한 생식기 = 깨끗한 혈관 + 맑은 피 = 채식 위주의 식사 + 적당한 운동

충분한 성교 시간 = 상대에 대한 배려 + 쾌감의 범위와 차원을 확산 (성기 → 몸 전체 → 마음 → 정신)

충분한 만족 = 함께 소통하는 자세 + 겸손한 마음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면, 섹스를 잘하는 남자란 결국 너그럽고 겸손하고 배려심 많은,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다.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섹스는 사람과 사람이 나눌 수 있는 가장 깊은 소통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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