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 샴스(2)

사랑의 법칙 40가지 - 번역 (29)

by 유주얼

콘야, 1244년 10월 17일


농부가 나를 늙은 소에 태워서 도시의 중심가까지 데려다준 덕분에, 나는 내 말과 함께 머물 수 있는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설탕 장수가 운영하는 여관이 바로 내가 찾던 곳이었는데 네 개의 방 중에서 나는 가장 단촐한 방을 골랐다. 방에는 매트리스와 뻣뻣한 담요, 기름이 다해가며 불꽃이 깜박이는 램프가 있었고, 햇볕에 말린 벽돌은 베개로 삼기에 적당했다. 가장 좋은 건 도시 전체와 주변을 둘러싼 언덕의 가장자리까지 다 보이는 훌륭한 조망이었다.

그곳을 거처로 정한 뒤 나는 거리로 나와 거닐기 시작했다. 공기에 스며든 온갖 종교와 관습과 언어들이 혼합이 놀라웠다. 걷는 동안 나는 집시 악사, 아랍 여행자, 기독교 순례자, 유대 상인, 불교 스님, 프랑크족 음유시인, 페르시아 예술가, 중국 곡예사, 인도 뱀 조련사, 조로아스터교의 마술사, 그리스 철학자들을 볼 수 있었다. 노예시장에는 피부가 우유처럼 뽀얀 첩들과 크고 검은 몸을 가진 거세된 남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엄청난 고통을 겪어서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혈액 배출 장치를 갖고 유랑하는 이발사며, 크리스탈 볼을 놓고 앉아있는 점술사, 불을 삼키고 있는 마술사들이 있었다. 예루살렘으로 가려는 순례자들과 십자군에서 도망친 병사로 의심되는 부랑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내 귀에는 베네치아어, 프랑크어, 색슨어, 그리스어, 페르시아어, 터어키어, 쿠르드어, 아르메니아어, 히브리어, 그리고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지방의 언어들까지 실로 많은 언어들이 들렸다. 그러나 이렇게 끝이 없어 보이는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모두 비슷하게 현재 불완전한 일을 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모든 사람들은 미완성의 걸작이었다.

이 도시 전체가 바벨탑이었다. 모든 것이 끊임없이 바뀌고 분열되고 빛을 발하며 번성했다가 허물어지고 분해되고 죽어가고 있었다. 이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나는 방해받지 않는 침묵과 고요함 속에 머물러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세상에 완전히 무관심하면서 동시에 몸부림치며 고통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불타는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을 보며 나는 또 하나의 황금율을 떠올렸다.


흠결이 없고 대적할 자 없는 완벽한 신을 사랑하는 건 쉬운 일이다. 정말 어려운 것은 불완전하며 결점투성이인 동료 인간을 사랑하는 일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 무엇을 사랑해야만 한다. 사랑이 없이는 지혜도 없다. 신의 창조물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신을 진실로 사랑할 수 없고 알 수도 없다.


좁은 골목을 따라 늘어선 작고 때묻은 가게 안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의 장인들이 애를 쓰며 일하고 있었다. 내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루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유명해지면 어떤 느낌일까, 나는 궁금했다. 유명세가 그의 본질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로 마음속이 복잡해지면서, 나의 발걸음은 루미가 설교할 신전의 반대편으로 향하게 되었다. 걸음을 옮기면서 주위는 점차 달라져 갔다. 북쪽으로 향할수록 집들은 더욱 허름해지고 정원은 폐허 같았으며 아이들은 시끄럽고 난폭했다. 또한 풍겨오는 냄새도 한층 진하고 강렬하며 매캐해졌다. 그러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서자 땀과 향수와 욕망의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가득했다. 그곳은 도시가 바다를 면한 쪽이었다.

가파른 자갈길을 오르자 대나무로 벽을 세우고 그 위에 풀로 엮은 지붕을 덮은 형편없는 집이 나타났다. 집 앞에는 여자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들은 놀란 눈으로 호기심에 가득 차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앉은 자리 옆 정원에는 색색의 장미들이 피어나 꿈결 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매혹적인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누가 그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었을까 나는 궁금했다.

그 궁금증은 곧 풀렸다. 내가 정원에 다가가기도 전에 출입문이 덜컹 열리더니 한 여자가 나왔는데, 턱은 두껍고 키가 크며 몸집이 거대했다. 그녀가 찡그리자 눈이 살덩이에 파묻혀 보이지 않게 되었는데, 얼굴에는 검고 가느다란 턱수염과 두꺼운 구렛나룻이 있었다. 나는 곧 그녀가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가진 자웅동체(雌雄同體)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신 뭐야?” 나를 수상쩍게 바라보며 묻는 그녀의 얼굴은 한순간은 여자였다가 금방 다시 남자의 얼굴로 바뀌며 끊임없이 출렁거렸다.

나는 내 소개를 하고 그녀의 이름을 물었지만 그녀는 내 질문을 무시해버렸다.

“여긴 당신 같은 사람이 오는 데가 아니야.” 이렇게 말하며 그녀는 마치 성가시게 날아다니는 파리를 쫓는 것처럼 나를 향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왜죠?”

“여기가 유곽인 걸 몰라서 그래? 당신들 데르비시는 욕망을 멀리하겠다고 맹세하잖아. 사람들은 내가 여기서 죄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다고 생각하지만, 난 라마단이 있는 달에는 장사도 접고 적선도 한다구. 얼씬도 하지 마쇼. 여긴 이 도시에서 가장 더러운 구석이니까.”

“더러움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나는 반박했다. “그래서 이런 규율도 있지요.”

“무슨 개소리야?” 그녀는 쉰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것은 40가지 법칙 중의 하나입니다.


진짜 더러움은 사람의 내면에 있다. 그 밖의 다른 더러움은 씻어 없앨 수 있다. 깨끗한 물로도 지워지지 않는 유일한 더러움은 증오로 물든 마음, 그리고 영혼을 오염시키는 편협함이다. 몸은 금욕과 금식으로 정화시킬 수 있지만, 마음은 오직 사랑으로서만 정화시킬 수 있다.


거대한 자웅동체인은 그 얘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당신 미친 거 아냐? 여긴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다 오지만, 맙소사, 데르비시가 이런 데를? 개구리한테서 수염이 나게 되면 모를까. 내가 당신을 계속 여기 있게 놔두면, 신께선 우리에게 저주를 퍼붓고 여길 산산조각 낼 거야. 우리가 신앙심 있는 사람을 꼬드겼다는 죄로 말야.”

나는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거죠? 당신은 신이 걸핏하면 화를 내는 괴팍한 독재자여서 저 높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다가 우리가 잘못이라도 하면 돌멩이나 개구리를 비처럼 퍼부어서 벌준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유곽의 주인은 가느다란 수염 끝을 잡아당기며 비열한 표정으로 나를 짜증스럽게 바라보았다.

“걱정 마세요. 저는 유곽에 들어가려고 여길 온 게 아니니까요.” 나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다만 저는 당신네 장미정원에 감탄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아, 저거.” 그녀는 무시하는 투로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우리 애들 중 하나가 만든 거야. 쟤, 사막의 장미라는 앤데.” 그녀는 몸짓으로 우리의 앞쪽을 가리켰다. 창녀들 사이에 앉아있는 한 젊은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섬세한 턱선과 진주빛 피부를 가졌고 검고 그윽한 눈에는 깊은 수심이 드리워져 있었다. 가슴이 아릴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오래지 않아 그녀가 곧 이곳을 떠나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목소리를 낮추어 유곽의 주인만 알아들을 수 있게 속삭였다. “저 여인은 좋은 분이군요. 저분은 머지않아 신을 찾아 영적인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이곳을 영영 떠나게 될 겁니다. 그 날이 오면 저분의 길을 막지 마세요.”

자웅동체인은 폭발하기 전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뭐라고 했어? 당신이 뭔데 감히 내 애들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닥치고 당장 꺼져. 안 그러면 자칼을 부를 테니까!”

“자칼? 그게 누굽니까?”

“모르는 게 좋을 텐데?” 주인은 강조하듯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자칼’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미세하게 소름이 끼쳐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금세 그 느낌을 털어냈다. “어쨌든 저는 갑니다. 하지만 곧 다시 오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땐 놀라지 마세요. 저는 일생동안 기도 방석에 엎드려 시간을 보내면서 정작 눈과 마음은 바깥 세상에 두고 있는 그런 경건한 타입은 아니니까요. 그런 경건한 자들은 경전(經典)의 표면만을 읽지요. 하지만 저는 꽃봉오리 속에서, 날아다니는 새들 속에서 경전을 읽습니다. 저는 한 사람, 한 사람 내면에 숨겨진 숨 쉬는 경전을 읽습니다.”

“당신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주인은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모든 사람은 열려있는 책입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 살아있는 경전입니다. 신을 추구하는 마음은 매춘부든 성자든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사랑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존재하며 발견되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40가지 법칙 중의 하나도 이렇게 말합니다.


한 사람, 바로 ‘나’ 안에 모든 우주가 들어있다.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 좋아하지 않는 것들과 심지어 경멸하고 혐오하는 사람들까지,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모두 내 안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 자신이 아닌 바깥에서 악마를 찾지 마라. 악마는 외부에서 공격하는 비일상적이고 특별한 힘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 속에서 내 안에 존재하는 목소리이다. 내가 나 자신을 완전히 알게 된다면, 정직하고 엄격하게 나 자신의 빛과 어둠을 모두 직면하게 된다면, 의식의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은 신을 알게 된다.


가슴 앞에 팔짱을 낀 자웅동체인은 야비하게 찡그린 얼굴로 나를 향해 상체를 기울이고 으름장을 놓았다.

“매춘부에게 설교를 하는 데르비시라! 경고하는데 나는 네 놈이 그 정신 나간 생각으로 우리 애들을 괴롭히는 꼴은 못 보니까 다신 이곳에 얼씬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만일 안 그랬다간, 신에게 맹세컨대, 자칼한테 네 놈의 그 못된 혀를 잘라오라고 시켜서 맛있게 먹어주겠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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