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기상부터 점심식사까지
아침 7:00 기상
우리 부부는 같은 침대는 고사하고 같은 방에서 잠을 자본 날 조차 손에 꼽는다. '부부란 자고로 한 침대를 써야 정이 붙어가는 법'이라고 하신다면, 몇 가지 변명거리가 있다. 첫 번째는 남편의 코골이였고 두 번째는 체감 기온의 차이로써 남편은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아주 갈라놓게 된 세 번째 이유는 아기와의 분리수면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리수면에 있어서 실패라는 단어를 쓰진 않겠다. 우린 시도조차 한 적이 없으니. 엄마로서 아기의 잠든 얼굴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 주는 영양제였으며, 그 소소한 행복감을 만끽하는 동안 아기는 혼자 자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아무튼 그러함들로 인하여, 현주소를 말하자면 대체로 나는 안방에 남편은 아기방에서 잠을 이룬다.
아기가 만 한 살 쯤까지는 내가 데리고 잤다. '영아돌연사 증후군'이라는 단어는 초보엄마인 나를 오랫동안 괴롭혔고, 아기가 밤잠을 자다가 '낑' 소리만 내어도 눈이 번쩍 떠졌다. 눈이 번쩍 떠질 때에는, 나의 온갖 불길한 상상들이 머리를 스쳤고 그것들이 현실이 아님을 재빨리 확인해야 했다. 나는 잠결에도 아기 궁둥이를 토닥이고, 아기가 모로 누워 있으면 바로 눕혔다. 그렇게 밤잠을 서너 번 단위로 끊어 자기를 일 년. 체력에 한계를 통감했으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 상황에 갇혀 나오질 못하고 악순환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즈음 남편은 일 년여의 육아생활 끝에 나름대로 육아에 자신이 붙어있었다. 남편은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나에게 '일주일에 두세 번은 내가 데리고 잘게.' 했다. 그 말이 지금은 그를 영영 아기방의 붙박이로 만들어버렸다. 다행히도 남편은 곧잘 잠에 들고 쉽사리 깨지 않는 스타일이라, 아기와의 동침이 다소 피곤해도 그럭저럭 견딜만하다는 출력을 내놓았다. 그래서 오히려 한동안은 코골이에 시달릴 아기를 걱정했더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소 체력이 회복되며 정상적인 일상을 이어가게 되니 남편에게 그리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육아에 있어서 대부분의 아빠는 둔하고 엄마가 예민한 것은 호르몬 상 당연지사이며, 둔한 남편들의 배려는 예민한 엄마에게 아주 늦게 다가온다.
아무튼 아기는 여전히 해가 뜨면 일어난다. 늦으면 아침 7시 반까지 잘 때도 있지만, 이르면 6시 반에도 일어나기 일쑤다. 이 아기의 엄마, 아빠로 말할 것 같으면 청춘을 올빼미족 중의 올빼미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늦은 밤과 새벽이 주는 설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오전이 다 가도록 늦잠을 푸지게 자는 달콤함을 즐겼던 이들이다. 그들에게 이른 기상시간은 일 년 반이 되도록 당최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우리 집의 인생 16개월차 아기는 이제 더 이상 잠에서 깨었다고 울지 않는다. 대신 방문을 열고 터벅터벅 안방으로 걸어 들어와 엄마가 누워있는 침대 발치와 머리맡을 오가며 엄마가 눈을 떴나 감았나를 확인한다. 아가는 엄마를 외쳐 부르지도 않는다. 다만 선반에서 우유 혹은 두유를 집어 들고 바스락대며 다가와 '엄마, 엄마'를 속삭인다. 뻗은 엄마의 발을 만지작거려본다. 나는 잠귀가 워낙 밝아 아기방 문이 열릴 때부터 잠에서 슬쩍 깨었으나, 자못 아무것도 못 들은 척 몇 분 간 게으름을 부려본다. 그렇지만 이토록 귀여운 생명체가 엄마의 눈치를 살피고, 혼자 우유팩에 붙은 빨대를 고사리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뽀시락뽀시락 소리를 내고 있자면 그 모습이 참을 수 없이 궁금해져 눈이 절로 떠진다. 나는 부스스한 머리도 무거운 눈꺼풀도 애쓰거나 신경 쓰지 않은 채,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아가를 껴안는다.
"아가, 잘 잤어?"
"엄마, 엄마, 엄마."
"응, 알겠어. 우유는 이따가 줄게. 궁디궁디 먼저 씻자~"
밤새 축축해진 기저귀를 벗기고 욕실로 가서 손과 엉덩이를 씻겨준다. 아기는 연신 손을 뻗어 수전을 끄고 싶어 하고 이내 또 틀고 싶어 한다. 아기는 요즘 물장난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나는 아기를 받쳐주는 샤워핸들을 수전에서 떨어뜨려 놓고 다시 엉덩이를 씻긴다.
아기를 향해 허리를 굽혀 씻기다가도, 가끔 무릎 꿇고 아기와 눈높이가 같아지면 아기는 여지없이 그리고 망설임 없이 나와 눈을 맞추고 씽긋 웃는다. 이 사소한 일련의, 눈을 뜨고 아침잠에서 깨어가며 엉덩이를 씻는 과정이 아기의 마음에 어떤 방식으로 쌓여 이토록 행복하다는 표정을 보여주는 건지. 엄마는 궁금함을 뒤로하고 아기의 행복함에 편승하기로 한다. 아기의 미소에 엄마의 이른 아침 기상으로 인한 피로는 다소 상쇄된다.
간단한 샤워를 끝내고 물, 우유, 배도라지즙 중 아기가 원하는 것을 빨대컵에 부어준다. 아기는 부엌 바닥에 털썩 앉아 내가 앉을 곳과 컵을 두어야 할 곳을 손가락으로 척척 가리킨다. '요즘 부쩍 자아가 발달하고 있는 모양이다.'라고, 아기의 뻗은 검지손가락 끝을 보며 생각한다. 아기의 뜻대로 해준다. 나는 아기에게 컵을 쥐어주고 돌아서서 얼른 아침밥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기의 마음을 만족스럽게 해 주는 일'과 '아침밥을 빨리 먹이고 하루 일과 하나를 해치우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저울질하자면 그 무게는 전자가 월등하다. 본인이 가리킨 자리에 앉아 컵을 내민 엄마를 쳐다보며, 아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빨대컵을 양손에 꼭 쥔다. 작은 빨대의 크기가 무색하게 입을 양껏 벌려 빨대를 앙! 하고 문다. 입이 동그란 모양이 될 만큼 빨대를 쪽쪽 빨아 200ml 되는 양을 한 번에 마셔버린다. 뉘 집 딸인지 고 녀석 참 호쾌하다.
아침 8:00 아침식사
이유식. 아기가 분유를 떼고 일반 식사로 넘어가는 연습과정이자 과도기. 보통 생후 6개월~12개월이다. 이 시기에는 이것저것 재료를 섞어 다양한 죽의 형태로 주면 그만이었고, 식사시간 사이에 분유도 먹이고 있으니 식사의 영양소가 조금 아쉽게 느껴져도 엄마는 자기 합리화가 가능했다.
아기는 돌이 지나고 미련 없이 분유를 떼었다. 우유가 입에 잘 맞았던 덕분이다. 하지만 엄마는 고민이 깊다. 아기는 더 이상 이유식이 아니라 어른밥 같은 유아식 한 상을 먹어야 하는데. 너무 짜도 안되고, 달아도 안되며, 기름져도 안되고, 매운 건 당연히 안된다. 어른상에 아기상까지 한 끼에 두 개의 식단을 고민해야 했다. 한동안은 아기 밥도 국도 반찬도 양껏 만들어서 다 소진될 때까지 삼시세끼 같은 것만 먹였다. 질린단다. 그렇게까지 표현은 할 수 없는 아기지만, 엄마와 아기는 텔레파시가 가능하다. 아기의 눈치만 봐도 왜 안 먹는지 알겠다.
‘매일 똑같은 음식 지겨워.’
아기는 몇 끼를 굶어도 매일 먹던 그 밥은 싫단다. 나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성공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또 다른 실험에 다다랐다.
아침은 가볍게 먹여보자. 아기에게 묻는다.
"오트밀, 토스트, 단호박죽, 밥 중에 뭐 먹을까?"
"밥!"
"밥 먹을 거야?"
내가 물음에 아기의 표정이 심드렁하다. 엄마가 말한 단어들 중 마지막 글자를 따라 말했지만, 정말로 밥을 먹고 싶은 눈치가 아니다.
"오트밀 먹을까?"
"히힛"
'히힛'하고 웃으면 좋다는 뜻이다. 참고로 양 볼에 손을 얹고 꽃받침을 만들며 '꺄앙' 소리를 내면 매우 좋다는 뜻이다. 보통 까까를 양손 가득 쥐었을때 나오는 반응이다.
아기와 적당한 타협을 얻어낸 나는, 실리콘 찜기에 오트밀 30g을 넣고 우유를 150ml 부은 다음 전자레인지에 1분씩 끊어 총 2분간 데워준다. 2분 내내 돌리면 찜기 밖으로 우유가 꿀렁꿀렁 넘쳐버린 것을 두어 번 봤기에, 또 다른 형태의 시행착오 끝에 얻어진 결론이다. 오트밀이 데워지는 사이, 아기를 식탁에 앉히고 턱받이를 둘러준다.
오트밀을 손선풍기로 열심히 식히면 다소 꾸덕해지는데, 덕분에 아기는 많이 흘리지 않고 숟가락질을 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성취감에 오트밀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부쩍... 이라기엔 아기가 이제는 대부분의 것들을 혼자 하고 싶어 하는데, 그중 유독 쉽지 않았던 것이 숟가락질이고 동시에 아기에게 많은 성취감을 가져다준 것도 숟가락질인 것 같다. 아기는 국을 좋아한다. 국물류를 나비처럼 조심스레 떠서 벌처럼 입으로 숟가락을 쏘며, 반은 흘리고 반은 삼키면서도 엄마, 아빠에게 당당하게 짓는 그 의기양양한 표정이란. 그럴 때면 아기의 매 숟가락질을 외면하지 못하고 엄마, 아빠는 밥 먹던 수저를 내려놓고 양껏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해주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아침은 오트밀을 먹였다. 그 사이 엄마도 밥을 먹는다. 이제는 아기와 같은 메뉴를 먹게 되는 일이 많아지고, 그때마다 자못 기쁘다. 아기가 작게 자른 토스트를 입에 가득 넣고 씨익 웃어 보일 때면, 나도 같은 토스트를 먹는다.
"우와~ 토스트 맛있다! 그치?"
아기는 대답인지 감탄사인지 모를 "웅!"을 뱉는다. 엄마는 새삼스레 '같은 즐거움을 공유하는 기쁨'을 상기한다.
오전시간
아기의 오전시간은 엄마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 엄마가 지난밤 잠을 잘 자서 컨디션이 좋으면 온갖 집안일을 하느라 오전이 다 지나가고, 잠을 설쳐 비몽사몽이면 아기와 놀이매트에 앉아 책을 읽거나 아기의 장난감 상자를 뒤져 놀거리를 찾아본다.
일단은 아침 밥상을 정리하며 식기세척기에 세척된 그릇들을 정리하고, 아침 식사를 끝낸 그릇들로 다시 채워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기는 이 시간 동안 주방의 서랍 곳곳을 뒤지거나, 부엌에 상시 비치된 에듀테이블을 가지고 놀거나, 냉장고에 붙여 둔 자석들을 붙였다 떼며 놀았더랬다. 그마저도 지겨워할 때쯤, 물티슈를 두어 장 뽑아주면 바닥을 쓱쓱 닦기를 한참이고 그러다 그 물티슈로 본인 발이며 얼굴을 닦기를 한참이었다. 그러다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발견하면 집게손가락으로 집어 들어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 엄마에게 달려온다.
"지지! 지지!(엄마 내가 지지를 발견했어!! 얼른 칭찬해 줘)"
"우와, 우리 00이가 지지를 찾았어? 아구 잘했네. 엄마 줘. 엄마가 버릴게."
그랬던 아가가 지금은 식탁 의자를 끌고 싱크대로 와 의자에 올려달라 아우성이다. 지금보다 더 아기일 때, 노란색 범보의자를 싱크대 옆에 올려놓고 앉혀두면 엄마가 설거지하는 것을 몇십 분 동안이나 빤히 구경하던 참을성 좋던 녀석이었다. 그 생각이 번뜩 스친 내가 '엄마가 무얼 하는지 궁금해 자꾸 보채는구나. 옆에 세워 구경하게 두면 조금 잠잠하겠지.' 싶어 의자를 싱크대 옆에 두고 그 위에 아기를 세워주기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제는 수시로 의자를 끌고 와 엄마와 같이 설거지를 하겠다며 난리다. "설거지는 엄마가 하는 거고, 아가는 옆에서 구경하는 거야."라는 말은 설득력도 없고 아기에게 이해도 되지 않는 문장이다. 아기는 의자 위에서 연신 까치발을 들고 싱크대 수전으로 손을 뻗는다. 나는 그런 아기가 의자에서 떨어질까 살피고, 설거지를 방해하는 손길을 쳐내느라 몇 배는 힘들어졌다. 하지만 그런 아기의 다양한 방해공작(?)과 엄마의 제지 사이, 나름의 의사소통이 우리의 관계를 또한 아기의 사고를 확장시켜 줄 거라 애써 자기 위로를 해본다.
아기는 제 청소기를 갖고 있다. 버튼을 누르면 윙~하는 소리와 함께 아주 미세한 흡입력을 가진 장난감이다. 설거지가 끝난 후 온 집안 창문을 다 열고 청소기를 돌리고 있노라면, 아기는 재빨리 자기 청소기를 들고 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아기가 쭈그려 앉아 티비 선반 아래까지 청소기 헤드를 집어넣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아기의 관찰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나의 체력이 방전되기 직전, 빨래까지 돌려 건조기에 넣고, 집안 소소하게 어질러진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고 나면 어느덧 아기의 낮잠 시간이다.
오전 11:00~12:00 낮잠
월령별 아기의 적정한 수면시간과 깨어있는 시간을 알려주고 또 수면 교육을 도와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성인의 적정 수면시간이 8시간 정도라는데 나는 일평생 한 번도 제시간에 잠들어 그 8시간을 채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엄마로서 책에서 배운 대로 아기의 수면시간은 악착같이 확보하려 노력했었다. 그래야 아기의 면역력이 좋아져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일념 하나로. 아기가 자야 할 시간이 되면, 코니 천 아기띠(돌이 지나서까지 쓸 거라곤 상상도 못 했던)를 꾸역꾸역 입고 아가를 들쳐 안아 어떻게든 재웠었다. 그 탓에 엄마는 무릎도 어깨도 만성으로 뻐근하지만, 반면 그 덕에 아기는 16개월에 키 84cm, 몸무게 14kg의 건장한 아기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다시 한번 자기 위로를 해본다.
얼마 전부터 '아기가 스스로 잠드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들은 졸리다는 느낌을 굉장히 불편해하고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간에는 어떻게든 그 불편함을 덜어주고자 포근한 엄마 품을 무제한 제공했었다. 하지만 요즘들어 엄마에게 풀스윙으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땐 가끔 엄마를 한대 퍽하고 치거나, 억지 눈물을 뚝뚝 짜내는 아기를 보며 이제는 아기가 '자기 조절'을 배워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시간이 다 지나갈 때쯤, 아기의 액션이 느려지고 눈빛이 멍해질 때쯤.
"이제 낮잠 코~ 자러 갈까?"
물어본다. 졸린 아기는 자기 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냉큼 방으로 달려간다. 가끔은 본인이 직접 아기띠를 찾아와 내 목에 걸어주기도 한다. 나는 그 호의를 마다하고 냅다 아기 침대 옆 매트리스에 눕는다. 아기도 졸린지 양손으로 눈을 가린 채 내 옆에 풀썩 눕는다. 하지만 아기는 쉽사리 잠에 들지 않는다. 잠에 빠져드는 일은 사람마다 난이도 차이가 극명하다. 나는 그것이 여전히 어렵고, 남편은 매우 쉽다. '아이가 남편을 닮았기를.' 매번 잠을 재울 때마다 바라지만, 아기는 내 품에서도 자기 침대에서도 한참을 뒤척인다.
나는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아기가 더 이상 뒤척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 한 시간 동안 아기는 혼자서 다양한 행동양상을 보인다. 방 밖으로 나가 두유를 가지고 와선 잠든 척하는 내 앞에 내밀기도 하고, 자기 엉덩이를 내 얼굴에 바싹 붙여보기도 하고, '엄마의 품 어디까지 파고들 수 있는지.' 그 한계가 궁금한 양 내 가슴팍으로 마구 머리를 들이밀어 보기도 하고, 나와 십자로 누워 내 배를 자기 발뒤꿈치로 팡팡 찍어 누르기도 한다. 그리고는 마지막 절규로 모든 짜증과 화를 몇 분 동안 쏟아내고 나서야 기절하듯 잠에 든다. 엄마는 그 모든 과정을 다 인내하고 나서야 아기가 고요히 잠든 얼굴을 빤히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 그렇게 잠이 든 아기는 내리 2시간을 잔다.
오후 1:00~2:00 점심식사
낮잠에서 부스스 일어나 방 밖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아기는 꼭 무언가를 하나 쥐고 있다. 침대 머리맡에 있던 인형 혹은 아기띠 혹은 본인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나는 잠에서 깬 아기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점심 준비를 한다. 점심, 저녁식사는 밥, 국, 단백질을 골고루 챙겨보려 한다. 밥은 한우 다짐육과 콩나물을 넣어 안치고, 국은 시어머니께서 주신 야채육수에 각종 야채들과 굵게 썬 고기를 넣어 끓이고, 단백질은 한우를 굽거나 달걀말이 생선구이 등을 한다.
안 먹는다. 아기는 국 안에 고기를 들었다 놨다, 밥 안의 콩나물을 들었다 놨다, 계란말이를 입에 넣었다가 뱉는다. 환장할 노릇이다. 엄마가 밥상에 들인 공 따위 아기는 개의치 않는다. 도저히 그 꼴을 못 지켜보고 아기용 케찹을 식판에 조금 짠다. 계란말이를 케찹에 찍어 아기 입에 가져다 대면, 아기는 입을 아주 살짝만 벌려 케찹만 쪽쪽 빨아먹는다. 어쩌다 계란말이를 본인 손으로 집어드는 모습에 양껏 박수를 쳐주면, 내가 했던 것처럼 계란말이를 케찹에 찍고는 다시 케찹만 쪽쪽 빨아먹는다. 재차 환장할 노릇이다. 본인 적정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분유를 먹고도 아쉬워 칭얼대던 내 아가는 어디에 갔나. 엄마가 주는 이유식을 아기새처럼 냠냠 잘 받아먹어 '이제 엄마보다 아가가 먹는 양이 더 많네~'하며 엄마를 기쁘게 만들던 그 아가는 어디에 갔나. 이런 한탄들 보다도 '이렇게 밥을 조금 먹고 아기가 건강하게 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슴을 짓누른다. 어떻게든 한입이라도 더 먹여볼라치면 아기는 양손으로 식판을 쭉 밀어내어 버린다. 이제는 "한 입만 더 먹자! 한 입만~" 애원하던 엄마도 아빠도 없기로 했다. 먹이고자 하는 이의 걱정이 먹고 싶지 않은 자의 스트레스보다 무조건 적으로 우위일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의 평화'와 '돌 전후 아동의 식욕 부진기'를 이유로 엄마, 아빠는 "알겠어. 그만 먹고 싶으면 그만 먹어도 돼.“라고 말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도 아기가 밀가루류는 좋아해 엄마, 아빠를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식빵, 국수 등을 매우 좋아하며 만두를 주면 만두피만 뜯어 입으로 집어넣는다. 나와 남편은 한숨을 애써 삼키면서도, 아기가 맛있게 먹는 모습이 오랜만이라 행복감을 감출 수가 없다. 뭐든 먹어주면 그저 감사하다.
아기는 이가 빨리 났다. 16개월인 지금, 윗니로는 앞니 4개, 송곳니 2개, 어금니 2개로 총 8개. 아랫니도 마찬가지다. 앞니가 나느라 잇몸 간질간질해하던 신생아 시절. 주저 없이 내 손가락을 내어주면 아가는 잇몸으로 내 손가락을 앙! 물거나 잘근잘근 씹어댔다. 그게 또 그 시기의 한정적인 귀여움이라 요즘도 가끔 그때의 동영상을 찾아보곤 한다. 지금은 아가한테 내 손가락을 내어주는 건 악어에게 손가락을 내어주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덕분에 갈비류를 같이 먹는다. 첫 시작은 양갈비였다. 양고기는 육향이 세서 아기가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웬걸! 양손으로 갈빗대를 잡고 앞니로 송곳니로 야무지게 뜯어먹는 것이, 그간에 아기 밥 먹이느라 씨름한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주는 시원스러운 모습이었다. 그 후로 아기는 돼지등갈비도 먹어보고 닭날개도 먹어봤다. 이제는 어엿하게 고기 뜯을 줄 아는 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