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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Feb 08. 2023

평등하게 누리지 못하는 졸업의 기쁨





졸업 시즌이다.

매년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한다.

교복을 벗고 성숙하게 차려입은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다 키운 것인 양 기특하고 뿌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차이가 느껴져서 안쓰럽고 딱하다.  


축제장에 아이들이 들어온다.

그들은 저마다 보이지 않는 풍선 하나씩을 달고 있다.

굳이 말하지 않지만 풍선마다 적힌 글자가 아이들의 기분을 좌우한다.

풍선으로 말미암아 마땅히 누려야 하는 축제의 기쁨에 차등을 부여된다.

 





앞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졸업생 대부분이 동일한 끝맺음을 한다.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함에 있어서도 비슷한 출발선에 함께 서게 되니 모두 처지가 비슷하다.

덕분에 함께 축제를 즐기며 동등한 축하를 받는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은 다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아이들은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각자 성적표에 찍히는 숫자는 다르지만 스트레스의 크기는 별반 차이가 없다.

각자의 방법으로 아등바등 3년을 버텼으니 그것만으로도 참 대견한 아이들이다.

허나 그간의 노력은 허무하게도 대입 결과 하나로 뭉개져 평가받는다.


아이들에게 달린 투명 풍선은 바로 대입 결과다.

축제장에 들어서는 아이들은 그들의 대입 결과에 따라 졸업의 기쁨을 차등적으로 느낀다.







일찍 수시 전형으로 결과로 알고 편하게 즐겼던 아이들.

이미 축하는 충분히 받은 아이들이다. 휴식을 취하며 새내기 될 준비를 해서 인지 여유가 넘친다.

대입 결과보다는 졸업식이라는 본질을 가장 제대로 누리는 그룹이다.


졸업식 하루 이틀 전에야 원하던 정시 합격 소식을 받고 들떠 있는 아이들도 있다.

먼저 달려와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

내가 건넬 수 있는 모든 축복을 담아 힘껏 축하해 준다.

노력하는 모습을 봤기에 충분히 누려야 할 기쁨임을 안다.

지금 이 순간 고등학교 졸업보다 만족스러운 대입 결과를 받아 든 것이 더 즐거울 것이다.


그 곁에 예비 번호를 붙들고 맘조리는 아이와 한번 더 도전하겠다는 아이들도 있다.

먼저 다가가 졸업을 축하한다.

말없이 안아주면 내가 먼저 눈물이 난다. (주책이다)

그들의 3년간 노력을 알기에 지금 순간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나마 일찌감치 재수를 택한 아이들은 기숙학원에 들어가면서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마음으로 격려한다.


이들을 위해 기쁨의 팡파르를 조금 줄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서로 다른 마음이 졸업식에 모인다.

그들이 누리는 졸업의 기쁨을 차등적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내 격려라도 전해본다.

들리지 않겠지만 그래도 진심이다.



"대입이 그대 인생에 모든 걸 차지하지 않습니다.

그대 앞에 펼쳐진 인생 여정은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을 겁니다. "


"그간의 그대의 노력을 압니다.

즐기세요.

오늘을.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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