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인서울은 아니지만 원하던 학과, 집과 가까운 인기 있는 4년제 대학 합격 소식이었다.
12월부터 시작되는 친구들의 합격 소식에 속 아픈 축하를 보내며 얼마나 초조하게 기다렸을까.
이제는 끝인가 보다 싶은 순간 전해 들은 합격 소식에 맘껏 소리치며 좋아하지도 못하고 숨죽이며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내 맘도 같이 아려왔다.
"잘했어. 기다리느라 애썼다. 애간장 다 녹았겠다. 정말 축하해. 실컷 누려. 울지 말고 당당하게 누려. "
기쁜 날 날 떠올려준 고마운 아이들. 있는 힘껏 축하해준다. 그들의 노력을 알기에. 그리고 아픈 손가락들이 겹친다.
이번에도 12월 중순이 지나면서 앞서 2학년 담임을 했던 아이들에게서 합격소식이 들려온다.
같이 마지막을 고생한 고3담임도 아니고 지금은 다른 학교로 전근 가서 얼굴도 못 보는데 기억했다가 기쁜 소식을 나눠준다는 건 교사로서 더없이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인내하며 노력했는지 지켜본 사람이기에 이들이 합격의 기쁨을 마땅히 누릴만하다는 걸 안다. 온 마음을 다해 축하했다. 내 자식이 합격한 거인냥 기쁘고 대견하다.
하지만 한켠 지금 숨죽이고 있을 아이들이 걱정스럽다.
보통 12월 중순이 지나면 수시 합격자가 발표된다.
다시 정시 원서 접수 기간을 지나 2월 초반에 정시 합격자 발표가 시작된다. 이후 기간을 나눠 추가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수시와 정시최초합이 안된 아이들은 하염없이 예비번호를 부여잡고 추가 합격을 기다리거나 빨리 재수의 길을 선택한다.
SNS로 끈끈하게 연결된 아이들이라 학교에 등교하지 않아도 서로의 합격소식은 손쉽게 전파를 타고 접하게 된다. 애타는 마음을 숨기고 혹시나 친구와의 우정을 의심받지 않을까 걱정하며 축하 행렬에 합류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세상은 온통 성탄절, 연말연시 분위기로 화사한데 19년을 올인해 온 대입에서 가타부타 답을 듣지 못한 아이들은 속으로만 전전긍긍 이 찬 겨울을 지나가고 있다.
나 또한 섣부르게 연락하지 못한다.
그저 기다린다.
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 기다리는 것이 맞다.
그저 지금 합격의 기쁨에 들떠 있는 그대들에게 감히 부탁해 본다.
당신의 팡파르 볼륨을 조금 줄여주오.
누려야 마땅함을 안다.
그대들의 수고에 감히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그저 그대의 친구이기도 한 내 아픈 손가락들이 눈에 밟혀서 작은 배려를 부탁해보는 것이다.
함께 고생한 친구들이 모두 원하는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없는 치열한 현실에 놓였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기쁨의 환호를 목청껏 외치지 않아도 그대의 합격은 충분히 가치 있기에 조금 소중히 간직해주면 하는 부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