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을 외우고 그대로 대입하는 건 그래도 노력으로 할 수 있었지만 조금만 비틀면 손댈 수 없었다.
물고 늘어져서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도 없었으니 고등학생 내내 수학 점수는 고등어였다.
반토막이라는 얘기.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치른 첫 모의고사에서 한 줄로 찍었다던 친구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서 놀림당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TMI 스토리. 영어 수학을 다 못했으니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갔을 리 없다. 현역으로 점수에 맞춰 원치 않는 학과에 갔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어렵게 반수를 했다. 내 생에 가장 애를 써서 죽기 살기로 공부했고 겨우 목표하던 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지금은 교사로 먹고 산다.)
영알못, 수포자의 삶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영어 울렁증과 더불어 수감각은 아직도 형편없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초등 남매와 함께 5년 차 엄마표로 집공부를 진행한다.
영알못, 수포자가 어떻게 엄마표로 집공부가 가능했을까?
방법은 간단.
엄마가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집 공부에서 1 대 1 과외하듯 하나하나 설명하고 가르치는 과정은 없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하루 스케줄대로 알아서 학습한다.
엄마는 그저 같은 공간에 함께 앉아 있어주기만 한다.
종종 질문하면 대답은 해준다.
앉아서 하는 일은 책을 읽거나 또는 끝내지 못한 내 업무를 한다.
우리 집 엄마표는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엄마는 공부하는 아이들 곁에 있어주는 것, 바로 집공부다.
SNS에 보이는 엄마표 영어 선배들은 다들 원어민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다.
볼 때마다 어찌나 주눅이 드는지.
그럼에도 엄마표 영어를 했다.
영어로 인사조차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도 엄마표가 가능했던 건 학습의 본질을 알기 때문.
엄마가 원어민처럼 이중 언어를 구사해 주는 일부 가정들은 그들만의 특수성을 최대한 누리는 것일 뿐 일반적이지 않다.
보통 학습을 통해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라면 엄마표 영어는 학습 습관을 잡아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니 영알못 엄마도 충분히 아이 학습을 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