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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Nov 01. 2023

영알못 + 수포자 = 엄마, 엄마표 가능한가

(스포) 누구나 할 수 있다.



알파벳도 모른 채 중학교에 입학했다.

덕분에 첫 수업부터 멘붕.

난 대문자와 소문자 구분도 못하는데 친구들은 막힘없이 Hello Jane을 읽었다. 

이때부터다.

내 영어울렁증의 시작


설상가상.  

내겐 수학 머리도 없었다.  

공식을 외우고 그대로 대입하는 건 그래도 노력으로 할 수 있었지만 조금만 비틀면 손댈 수 없었다.   

물고 늘어져서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도 없었으니 고등학생 내내 수학 점수는 고등어였다.

반토막이라는 얘기.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치른 첫 모의고사에서 한 줄로 찍었다던 친구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서 놀림당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TMI 스토리. 영어 수학을 다 못했으니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갔을 리 없다. 현역으로 점수에 맞춰 원치 않는 학과에 갔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어렵게 반수를 했다. 내 생에 가장 애를 써서 죽기 살기로 공부했고 겨우 목표하던 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지금은 교사로 먹고 산다.)






영알못, 수포자의 삶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영어 울렁증과 더불어 수감각은 아직도 형편없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초등 남매와 함께 5년 차 엄마표로 집공부를 진행한다.


영알못, 수포자가 어떻게 엄마표로 집공부가 가능했을까?

방법은 간단.

엄마가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집 공부에서 1 대 1 과외하듯 하나하나 설명하고 가르치는 과정은 없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하루 스케줄대로 알아서 학습한다.  

엄마는 그저 같은 공간에 함께 앉아 있어주기만 한다.

종종 질문하면 대답은 해준다.

앉아서 하는 일은 책을 읽거나 또는 끝내지 못한 내 업무를 한다.

우리 집 엄마표는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엄마는 공부하는 아이들 곁에 있어주는 것, 바로 집공부다.

 




 

SNS에 보이는 엄마표 영어 선배들은 다들 원어민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다.

볼 때마다 어찌나 주눅이 드는지.

그럼에도 엄마표 영어를 했다.

영어로 인사조차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도 엄마표가 가능했던 건 학습의 본질을 알기 때문.

엄마가 원어민처럼 이중 언어를 구사해 주는 일부 가정들은 그들만의 특수성을 최대한 누리는 것일 뿐 일반적이지 않다.

보통 학습을 통해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라면 엄마표 영어는 학습 습관을 잡아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니 영알못 엄마도 충분히 아이 학습을 도울 수 있다.

그저 엄마는 매니저 역할이면 충분하다.

아이 곁에서 학습 습관이 잡히도록 도우면 끝.




수학은 더욱 그러하다.

초등 남매에게 수학 교재나 교과서를 설명해 준 적이 없다.  

혼자 개념을 읽고 이해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었을 뿐이다.

하기 싫어서 온몸을 비틀어도, 문제가 어렵다며 울어도 끝까지 스스로 하도록 뒀다.

(요즘 초등수학 어려우서 어차피 봐도 모른다. ´▽`)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점차 요령이 생겼다.

빨리 끝내고 노는 것이 유리하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같은 양을 풀어내는 시간이 빨라졌다.

모르는 문제지만 결국에는 혼자 해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인 이후에는 그리든, 돌리든, 사물을 이용하든 어찌 되었든 풀어내기 위해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제법 심화 문제도 풀어낸다.

(정답률은 그 다음 문제)

덕분에 아직까지 사교육 도움 없이 초5, 초2 남매 모두 집에서 심화 수준 교재를 공부한다.


  




난 아이 학업성취도에 대한 욕심이 많다.

아들에게 SKY이 중에 S와 Y는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 K를 가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이어진 애미의 가스라이팅 덕에 아들은 정말 나중에 K를 가겠다고 말하고 다니며, 말뿐임을 알면서도 듣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이렇든 목표가 높은데도 사교육 없이 엄마표를 진행하는 것은 중요한 건 이 아니라 질이라는 걸 알기 때문.

그리고 속도가 아니라 방법이기 아는 까닭이다.


엄마가 운전하는 차에 타서 속도만 낸 아이는 속은 텅 빈 강정일테고 혼자 걷는 법은 알지 못할 거다.

그렇다고 아무도움 없이 너무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가면 경기가 끝나기 전에 결승점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속도는 경보 정도의 다소 빠른 걸음이 좋다.

스스로 온몸을 이용해서 잰걸음으로 나아가면서 주변 경치도 즐기면서 속을 단단히 채운 아이로 자랄거다.

엄마는 그때 아이 곁에서 같이 뛰어주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엄마표를 한다.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아는 아이로,

속이 꽉 차게 여문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엄마표 집공부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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