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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돌봄을 시작합니다.

나아가며 길을 만들 것이다.

by 행복해지리



이유를 알 수 없는 갈증이 찾아온 건 남매가 엄마의 절대적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영유아기를 모두 벗어난 즈음이었다.

수년간 내가 가진 모든 시간을 일과 아이들에게만 할애하다가 작게나마 틈이 생기자 목마름이 찾아왔다.

무엇이 고픈 건지 명확하지 않았지만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느꼈고 실체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책 속에는 답이 있을까 싶어 틈나는 대로 읽었다.

하지만 목적 없는 읽기는 허우적거림 뿐이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강연과 강의를 들으며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했다.

다행히 그렇게 보낸 시간이 헛되지는 않아서 점차 포위망을 좁혀져 갔다.


내 갈증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 가 닿아있었다.





스스로 제법 만족하는 직업을 가졌고 알콩달콩 단란한 가족이 곁에 있었다.

현재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행복하다 자부하며 사는 나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불안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지금은 학생들과 라포를 형성하며 아이들이 찾아오는 교사로 산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도 학생들과 잘 소통하며, 그들을 이해하는 어른일 수 있을까 늘 걱정이다.

꼰대 같은 모습으로 변해서 곁에 학생들이 없는 교사는 되고 싶지 않다.

나이 들었어도 학생들 곁에 교사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영유아기는 벗어났지만 아직 초등인 남매는 여적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점차 품을 벗어날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성장을 응원하며 그동안 그들에게 쏟아내던 시간과 마음을 새롭게 둘 곳을 물색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응당 '나'이어야 했다.


나를 위해 시간을 쓰자.

이젠 나를 돌볼 시간이다.

다시 나에게 집중할 때가 되었다.



그러자 막연하게 품고 있던 '출간'이라는 꿈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어려서부터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저 폼나게 저자에 내 이름을 박은 책을 내고 싶었다.

서른 무렵 함께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와 갈피 없이 원고라는 걸 써보자고 의기투합한 적이 있다.

허나 의욕과 달리 길을 몰랐고 차일피일 미루다 둘 다 결혼에 발목 잡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여적 그 원고의 일부를 간직하고 있다.)


그렇게 접은 꿈인 줄 알았는데 다시 불쑥 나타난 것이다.


나도 출간을 할 수 있을까?



지난 토요일.

하루를 통으로 나에게 내주었다.

그날은 나와 의기투합한 글쓰기 동지들의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서 완전한 어둠이 되어서야 들어올 것이라고 딸아이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랬더니 예상밖에 의젓한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 괜찮아. 엄마도 엄마만의 시간이 있어야지. 난 아빠랑 잘 놀고 있을게


아직은 내 시간을 온건히 아이들을 돌보는데 써야 하는 건 아닌가 미련을 두고 있었는데 딸아이는 이미 훌쩍 자라있었다.

기특한 9살의 배려에 정신이 들었다.


내 나이 마흔(+3)

나중에 후회말고 지금의 나를 보살피자 다짐한다.

현재의 나를 성실히 가꿔서 미래에 가 있는 나의 불안을 지워버리자고 결심한다.

하루 하루를 성실히 쌓아서 출간이라는 내 꿈에 가 닿을 나를 기대해본다.


마흔,돌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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