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빠르기도 하고 크기도 한 엄마는 늘 김치통 한가득 만두소를 해놓고 딸 셋을 앉혀서 만두를 빚게 했다. 만두를 빚어서 쟁반 위에 줄을 세우면 바로바로 주방에서 쪄와 한 김 식혀 앉은 자리에서 양념 간장 올려 바로 먹어버렸다. 한 접시를 다 비우면 다시 묵묵히 만두를 빚고 다시 만두가 오면 먹는 일을 반복했다. 언제까지? 내 앞에 만두소가 모조리 사라질 때까지. 품이 들긴 하지만 만들어서 바로 먹는 맛이 좋아서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우리 집에서는 자주 해 먹던 음식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엄마 만두가 떠올랐다.
만든 자리에서 바로 김 올려 쪄낸 만두를 한 김 식혀 앙 입에 넣는 생각을 하니 군침부터 돈다. 곧바로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나중에 만나서 얘기해보니 엄마도 만두 한번 해 먹어야지 싶었는데 내가 연락을 해서 신기하셨단다. 역시 이렇게 더운 날은 엄마 만두를 배 터지게 먹어줘야 기운이 나는게 우리집이다. 약속한 날 일손을 보탤 딸아이까지 대동해서 엄마네로 갔다. 본격적으로 3대가 모여 만두 빚기를 시작했다.
고작 9살이 얼마나 빚을까 싶었는데 다소곳하게 앉아서 엄마보다 야무지게 만두를 빚어내는 딸아이가 기특했다. 손이 작아서 자기 손 위에 피를 올리고 만두 모양을 잡기는 어려우니 작은 접시를 가져다가 만들면서도 반달 모양, 주름 모양, 복주머니 모양 등 다양한 만두를 만들어내는 딸아이 솜씨가 으뜸이었다. 만두를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는데 울엄마는 솜씨가 별로였고 난 엄청났는데 딸아이는 나를 능가할 모양이다 ˘◡˘
딸아이가 빚어낸 서로 다른 모양의 만두들
우리 엄마의 만두소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으니 하나는 씹히는 맛이 좋다는 것이다.
무와 애호박을 넣어서 만들다 보니 삭삭거리면 씹히는 맛이 있어서 사다 먹는 만두와 비교가 안 되는 식감을 준다. 무와 애호박 모두 달근한 맛이 있으니 쫑쫑 썰어 넣은 김치의 매콤함과 어울려 환상적인 조합을 이룬다. 신기한 것은 어려서는 무 특유의 맹맹함이 싫었는데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서 슴슴한 그 맛이 더 좋아지니 참 신기한 세월의 힘이다.
또 하나 엄마 만두소의 특징은 어마무시한 양이다.
김장 김치를 담아두는 통 하나 가득 만두소를 준비하고 슈퍼에서 판매하는 만두피는 10개쯤 쌓아둬야 본격적인 만두 빚기 공장이 돌아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꾀 소박한 양푼에 다소곳하게 담긴 만두소를 보고 울엄마도 나이 드니 손이 작아졌네 하고 은근 서운함이 들었다. 그걸로 만두를 빚어 누구코에 붙일까 싶은 만두 욕심에 아쉬웠던게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고쳐먹었다. 해드리지는 못할 망정 아직도 엄마를 부려먹는 못된 딸이 양이 적다고 불평을 품은 것이 미안해서 반성하며 양푼 바닥까지 싹싹 긁어 마지막 만두를 빚었더니 조용히 양푼이 사라졌다. 그리고는 금세 새것처럼 만두소가 한가득 리필이 되어 돌아왔다. 뒤돌아보니 손이 작아지기는 커녕 보던 중 가장 큰 통에 한가득 만두소가 들어있었다. 엄청난 양에 기겁을 해대니 엄마는 사위에 손주들까지 사람이 몇인데 이 정도도 많지 않다며 손사레를 치신다. 날이 더워서 조금씩 꺼내서 빚어야 한다며 현명함을 뽑내시고는 성급히 일어나려던 일꾼들을 다시 주저 앉히셨다. 다시 돌려라 만두 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