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 힘들었어요.
나만 도태되는 것 같아 불안했거든요.
끝없이 가라앉은 기분에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어요.
저, 그동안 열심히 살았거든요.
아니, 열심히만 살았습니다.
학창 시절 성적이 높지는 않았어도 정해진 틀 안에서 성실히 따랐고요.
열심히 공부해서 바늘구멍으로 비유되는 중등임용고사를 졸업하며 패스했어요.
스스로 뛰어난 교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의미 있는 수업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매시간 최선을 다하며 19년째 교사 생활 중입니다.
육아도 잘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목이 갈라지도록 책 읽어주며 길렀어요.
매일 일ㅡ육아ㅡ가정 트라이앵글의 균형을 유지시키느라 분초마저도 쪼개 쓰며 요령 없이 열심히만 했습니다.
허무해요.
잠을 줄여 시간을 벌고, 몸뚱이를 갈아 넣어 돈을 벌며 미련하게 열심히만 산 결과가 초라한 거 같아서요.
허울이라도 멀쩡하던 교사라는 직업은 이제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유발하는 지경이 되었구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바보처럼 근로소득 밖에 모른 대가로 자산은커녕 빚만 잔뜩이에요.
세월을 혼자 겪어내는지 나잇살이 늘어가니 몸매도 볼품이 없어서 자신감마저 떨어지네요.
더 나은 삶을 위해 삶을 쪼개가며 책 읽고 글 쓰며 바둥거려보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라 길을 잃었습니다.
한없이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내 인상의 허무함을 보상해주는 남매, 쓸데없이 만화책 진지하게 읽는 중
그러다 오늘 티 없이 맑은 아이들 웃음 소리에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이쁜 그녀들, 잘 사는 사람들, 잘 나가는 친구들 부러워하다 오늘을 낭비하면 안 되니깐요.
자기 합리화를 위한 안분지족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지금은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소비적인 신세한탄을 접기로 합니다.
먼저 가세요.
저는 천천히 갈게요.
충전이 필요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