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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Sep 09. 2023

먼저들 가세요. 저는 좀 쉬어갈래요


요즘 좀 힘들었어요.

나만 도태되는 것 같아 불안했거든요.

끝없이 가라앉은 기분에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어요.


저, 그동안 열심히 살았든요.

아니, 열심히만 살았니다.

학창 시절 성적이 높지는 않았어도 정해진 틀 안에서  성실히 따랐고요.

열심히  공부해서 바늘구멍으로 비유되는 중등임용고사를 졸업하며 패스했어요.

스스로 뛰어난 교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의미 있는 수업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매시간 최선을 다하며 19년째 교사 생활 중입니다.

육아도 잘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목이 갈라지도록 책 읽어주며 길렀어요.

매일 일ㅡ육아ㅡ가정 트라이앵글의 균형을 유지시키느라 분초마저도 쪼개 쓰며 요령 없이 열심히만 했습니다.



허무해요.

잠을 줄여 시간을 , 몸뚱이를 갈아 넣어 돈을 벌 미련하게 열심히만  결과 초라 거 같아서요.

허울라도 멀쩡하던 교사라는 직업은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유발하 지경이 되었구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바보처럼 근로소득 밖에 모른 대가로 자산은커녕 빚만 잔뜩이에요.

세월을 혼자 겪어내는지 나잇살이 늘어가니 몸매도 품이 없어서 신감마저 떨어지네요.

더 나은 삶을 위해 삶을 쪼개가며 책 읽고 글 쓰며 바둥거려보지만 땅에 헤딩하는 기분라 길을 잃었습니다.


한없이 가라앉 있었습니다.


내 인상의 허무함을 보상해주는 남매, 쓸데없이 만화책 진지하게 읽는  중






그러다 오늘 티 없이 맑은 아이들 웃음 소리에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이쁜 그녀들, 잘 사는 사람들, 잘 나가는 친구들 부러워하오늘을 비하면 안 되니깐요.


자기 합리화를 위한 안분지족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지금은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소비적인 신세한탄을 접기로 합니다.



먼저 가세요.

저는 천천히 갈게요.

충전이 필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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