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새벽부터 가을비가 제법 세차게 내렸다.
비가 오니 나서기 귀찮았지만 그날 밖에는 시간이 없어서 나선 길이었다.
며칠 전 퇴근길에 누군가 내 차를 뒤에서 콩! 박는 작은 사고가 있었고, 다친 사람은 없고 다친 차는 있어서 수리를 맡기러 가던 참이었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카센터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마주한 것은 뜻밖에 두꺼비였다.
주먹만 한 두꺼비 한마리가 도로 위에 있는 게 아닌가.
낯선 뷰에 당황했는데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건 나 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두꺼비도 차가운 도로 위 상황에 놀랐는지 둔한 움직임으로 주변을 살피는 중이었다.
어디서 왔을까
비가 오는 날이라 산책을 나왔다가 길을 잃었나
내리막길 도로 위를 흐르는 물이 개울이라 착각하고 이곳에 왔나
혼자 몽상에 빠지는 것도 잠시, 두꺼비가 위험했다.
차량 흐름이 비교적 적은 도로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두꺼비가 서 있는 건 왕복 4차선 도로 위.
다행히 두꺼비는 2차선 위에 있었고 훨씬 아래쪽에 2차로를 막고 잠시 정차한 차가 있어서 당장은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두꺼비가 조금만 움직여서 1차로에 들어서면 위험한 것이 뻔한 상황.
걱정이 되서 두꺼비에서 시선을 떼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덥석 잡아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줄 용기는 더욱 없었다.
그저 우물쭈물하며 두꺼비를 주시할 뿐.
그때 렌터카 직원분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 차를 수리 맡기면서 바로 렌터카를 이용하기 위해 신청했는데 시간 맞춰 도착하신 모양.
그렇게 직원분과 통화로 만나서 렌터카를 수령하고 전자 서류 과정을 진행했다.
곧바로 카센터 사장님이 나오셔서 사고난 부분을 확인하시고 수리가 필요한 부분을 꼼꼼하게 질문하고 확인을 하셨다.
그 사이에도 두꺼비 안부가 궁금해서 집중을 못하고 계속 고개를 빼꼼하고 도로 위를 주시했다.
다행히 살던 곳을 떠나 놀랐는지 두꺼비는 큰 움직임 없이 같은 자리를 맴돌며 있어서 은근 안심.
맘편히 보험 처리 과정과 몇 가지 안내 사항을 듣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렇게 잠시 자리를 비웠다.
서둘러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없다.
사라졌다.
두꺼비가 있던 자리에, 두꺼비가 없었다.
가슴이 철렁했고 아니길 바라며 시선을 조금 옮겨보니 두꺼비가 있던 자리에서 조금 이동한 바로 옆 1차선에 방금 전까지 두리번거리면 두꺼비와 같은 색의 납작한 점무늬가 보였다.
ㅠ
용기 내서 구해줄걸.
한쪽으로 몰아서라도 도로에서 벗어나게 해 줄걸.
겁먹지 말고 조금만 도와줬더라면 지금 두꺼비는 집에 갔을 텐데.
효과 없는 후회.
살면서 이런 날들이 종종 있다.
딱 봐도 길을 찾는 듯한데 괜히 오지랖인가 싶어서 두리번거리는 어르신을 외면한 적이 있다.
놀이동산에서 너무 어린아이가 보호자 없이 걷고 있는 게 수상한데 아이가 워낙 밝은 표정이라 설마 하며 지나친 적도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전 본 아이 인상 착의를 방송으로 듣고서 후회했지만 이미 아이에게는 멀어진 후였다.
조금만 용기 내서 가시고자 하는 길을 물어보고 찾아드렸다면 어르신은 더 빨리 목적지에 가셨을 게다.
적극적으로 아이에게 한 번만 물어봤다면 아이 엄마의 애타는 시간을 줄여줬을 것이다.
망설이지 않고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겼다면 두꺼비도 집으로 돌아갔을 텐데 후회가 된다.
매번 효과없는 후회를 반복한다.
그래서 다짐했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라 생각하면 하자.
돕는 일에 망설이지 말자.
후회하지 말자.
두꺼비의 명복을 빌면서 다짐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