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해지리 Nov 09. 2024

계약이 제일 쉬웠어요

블로그 글이 책이 된다는 것은



계약 후 출간까지 과정은 편집자 요구에 맞춰 미션을 한 개씩 완수하면 된다.

첫 출간의  과정이 모두 새롭고 설었지만 친절한 안내자를 만나 고달프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첫 번째 미션은 '블로그 글을 한글 파일로 묶어서 원고로 만들어라'였다.

쉽네. (언제까지 건방을 떨 수 있으려나)

글은 이미 블로그에 써 있었고 한데 모아 묶는 것은 약간의 품만 들이면 될 일.

출간기획안을 쓸 적에 나름 목차도 만들었으니 어려울 것이 하나 없겠다, 라고 당시의 하룻강아지생각했다.   

원래 뭘 모르면 용감한 법이다.

블로그 글의 상태를 몰라서 용감 수 있었다.



블로그에 들어가 글을 수정 상태로 바꾼 뒤 드르륵 긁어 ctrl C, 한글 파일에 ctrl V를 반복했다.  

역시 쉽네.

기계적으로 옮겨놓는 일은 르고 신속히 끝났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

한데 모아놓고 나니 실체가 보였다.



블로그 작성에 시간을 줄이는 요령은 바로 나만의 템플릿을 만들어놓고 매번 불러와 사용한다는 것.

나를 규정하는 규격화된 인사말과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독성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서문 틀을 만들어놓고 필요한 부분만 바꿔가면서 글을 쓰면 글쓰는 시간이 단축된다.


저장해 놓고 사용하는 템플렛에 맞춰 늘 비슷하게 사용하는 도입부



지금껏 이 틀에 맞춰 글을 써왔으니 한데 묶어놓고 보니 글의 형식이 모두 비슷하게 전개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중복되는 메시지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블로그는 제목이 이끌려 일시적으로 방문했거나 또는 필요한 정보 검색을 하던 중 유입된다.

글을 단편적으로 접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글에 담아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글마다 내가 어떤 교육 철학을 갖고 있는지 알려야 했고 그러다 보니 반복이 많았다.     

원고에서 블로그 냄새를 지워야 했다.

동일한 패턴, 불필요한 인사말, 글마다 반복되는 메시지를 지우고 지웠다.

그럼에도 오래 베인 땀냄새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게다가 비문은 왜 이리 많은지.

매번 고쳐쓰기를 반복해서 발행했지만 출간하듯 공들여 교정을 하지는 않으니 엉망진창인 것.

따져 읽기 시작하니 손댈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내 글 수준이 창피해서 숨고 싶었다.  



계약은 했으나 계약금은 아직이었다.

사실 계약금 입금에 대한 조항은 찾아보지도 않고 덥석 계약을 했고, 뒤늦게 찾아보니 익월 말일 입금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계약은 8월 중순.

원고를 만들고 있던 시기는 8월 말.

계약금 입금은 아직이다.

다행이다.

아직 도망칠 기회는 남아있었다.




 



이전 07화 도장은 안 찍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