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9월 6일 첫 원고를 넘겼다.
곧바로 일주일 안에 연락을 준다는 답 메일이 왔다.
수정 사항이 담긴 내용이겠거니 짐작했다.
출판 과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주로 추측에 의존한다.
물어보면 인간 온풍기 팀장님이 친절히 알려주시겠지만 수고롭게 메일이 한 번 더 오고 가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내 궁금증이 뭐 대수라고.
일주일을 살피고 다시 원고가 넘어오면 곧바로 추석 연휴가 이어지니 원고 수정을 핑계 삼아 연휴에 혼자 카페에 처박혀 글을 써야겠다고 야무진 계획을 수립했다.
이 부분이 내게는 즐거운 상상이다.
늘 카페에서 글 쓰는 사진을 보면 부러웠다.
아이들이 집공부를 하고, 공부하는 아이들 곁에 같이 앉아있는 걸 원칙으로 하는 나.
아이들 공부하는 시간이 내 글 쓰는 시간이고, 그래서 늘 폼이 나지 않았다.
노트북 타닥타닥 하는 거 사진 찍고 싶은데, 힝!
분위기 있는 곳에서 머그컵에 담긴 커피 한잔을 곁에 두고 카페에 앉아 글 쓰는 모습은 늘 꿈꾼다.
무튼 쓰레기 같은 원고라도 넘기고 나니 홀가분했다.
일주일 후, 연휴 시작 전에 답장은 오지 않았다.
출근 안 하는 기간에 여유롭게 수정을 하겠다는 계획, 혼자 카페에서 작가놀이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물거품이 됐다.
하릴없이 먹고 놀고 자고 신생아 연휴를 보내고 나서도 일주일이 지나도록 답장이 없었다.
대신 초조함이 찾아왔다.
원고가 너무 형편이 없어서 답을 주지 못하나?
고칠게 많아도 너무 많아서 교정을 할 수 없는 건가?
너무 실망스러워서 엎어버리고 싶은 걸까?
하루에 10번씩 메일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눈치 없는 청구서와 프로모션 메일만 잔뜩이고 출판사 메일은 오지 않았다.
피가 마른다.
계약금이 아직 들어오기 전었다.
탈주가능했다.
또다시 읽씹인가?
이대로 잠수인가?
초짜 작가의 자존감은 건조하게 바스러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