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해지리 Nov 11. 2024

(키보드를) 두드려라, 열릴 때까지



(불발되었지만) 첫 출간제의를 받았을 때는 그저 신났었다. 

제안에 성급하게 답했고, 읽씹 당해서 실망스러웠으나 그래도 감사했다. 

나를 알아봐 준 것이 고마웠고, 자극받은 덕분에 결국 출간기획서를 쓰게 만들었으니.

그래서 내 첫 투고는 처음 출간 제의를 해왔던 에디터에게 보냈다.  

앞서 대답이 없음에 섭섭하긴 했지만 덕분에 출간기획서를 작성했으니 검토해 달라고 고스란히 속내를 내비치며. 

이번에는 곧바로 답장이 왔다. 

그간 읽씹한 사정과 오해가 각각 있었던 모양이다. 

간간히 내 블로그를 보았는데 그 사이 다른 곳과 출간 계약을 한 것으로 착각하고 계셨다. 

아마도 여러 사람을 모니터 하다가 정보가 뒤섞인 모양. 

그사이 출판사 내 인원 감축으로 인해 일이 집중되어 나에게 에너지를 쏟을 수 없었다는 상황도 알게 되었다.

출판사도 절차가 있으니 아무것도 아닌 내 블로그를 출간하려고 하면 에디터가 직접 출간 기획서를 작성해서 회의에 부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 상상 속에서는 그저 '여기 한번 보세요. 어때요? 괜찮죠?' 하고 말로 오가는 수준으로 쉽게 생각했었다. 그렇게 품을 들여야 하는 제안을 해줬다는 걸 생각하니 새삼 고마웠다.) 

한켠에 묵은 짐처럼(이건 순전히 내 표현, 그녀는 더 밝고 화사하게 표현했지만) 날 기억하고 있다가 출간기획서를 받게 되었다며 적극적으로 타진해 보겠다는 말을 전해왔다.   



기다렸지만 이번에도 답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지금의 출판사와 인연이 닿아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바쁘던 어느 날 기대하지 않던 순간에 새로운 메일이 왔다. 

받아본 출간기획서 말고 다른 집필 제안을 드려도 되겠냐는 것. 

원고를 완성한 이후에도 블로그에 새로운 글을 꾸준히 쓰고 있었는데 그중 최근 쓴 글에 관심을 보인 것


나를 처음 알아봐 준 에디터가 보낸 새로운 제안



무조건 go.

에디터가 제안한 것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이 앞서 자신의 출판사에서 출간된 시리즈를 이어가 보자는 것이었다. 

긴 시간 생각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큰 주제와 세부 글감으로 엮어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답장을 보냈다. 

이곳과의 대화는 늘 커다란 시간의 틈이 생긴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메일 보내놓고 그저 현재의 출간 작업에 집중했다. 

한 달 하고도 보름이라는 시간이 찰나처럼 흘렀다.



띵똥 ! 

에디터를 VIP지정을 해둔 덕분에 메일 알림이 왔다.  

내가 제안한 주제에 대해 사장님께서도 흥미로워하셨다면서 1 꼭지의 샘플 원고와 간략한 목차를 넣은 기획안을 제출해 달라는 답을 받았다. 

좋았어!

출간 원고를 끝내고, 교정 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쉬지 않고 글을 쓴 보람이 있었다. 

사실, 아직 기획안은 시작도 못했다. 

바쁜 일상의 시간의 틈이 잠시 벌어지면 재빨리 써 내려가기 위해 자료를 모으며 준비만 하고 있을 뿐.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두드린다.

그렇게 쉬지 않고 두드려서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물론 다시 불발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두드릴 것이다.  

언제까지?

열릴 때까지. 



그럼 난 키보드 10개를 밑창 낼 때까지 두드려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