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해지리 Nov 12. 2024

그거 나쁜 책이네




지난 4년간 로그를 운영하며 '글쓴다'는 표현을 쓰지 못했다.

아이들이 '엄마 뭐 해?' 물으면 그저 '일해'라고 뭉그러트렸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쩐지 특정한 사람들의 특권 같이 여겨졌기 때문.

그러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부터 '작가'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덕분에 '엄마 글 써'라고 답할 수 있게 됐다.



엄마 요즘 올린 글 없어?

브런치 글을 가장 열렬히 기다려주는 독자는 다름 아닌 남매다.

늘 옳은 소리만 하고 다 된 어른인 척 굴던 엄마가 속내를 드러내고 민낯을 보여주니 유쾌상쾌통쾌한 모양.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에는 엄마가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응원해 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것도 아들과 딸이었다.


지난 8월 출판사와 계약했을 때도 남매는 누구보다 기뻐해줬다.

엄마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온 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꾀나 자랑스러웠던 모양이다.

꼼꼼하지 못한 엄마는 읽지도 않고 서명해 버린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요약해 알려주는 아들.

엄마 책 표지를 직접 그려주고 싶다는 딸.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으며 출판 과정이 행복했다.


지난주.

막바지 교정 작업 중이었다.

봐도 봐도 나오는 비문, 계속 부족한 것만 보이는 원고를 붙들고 괴로워하고 있을 때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뭐 해?"

"아, 엄마 책 교정 작업 중이야. 고쳐 쓰고 있어. "

"엄마 책은 어떤 내용이야? "

"(아직 몰랐구나) 아, 엄마 책은 지금 너처럼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도 잘 붙잡아 놓고 공부시켜야 하는 101가지 이유와 방법을 말하는 책이야. "


책에는 20년간 입시 최전방 고등학교 교사가 지켜본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일찍부터 학원 다니고 공부만 하며 자란 아이들이 왜 고등학교와서 좌절하는지 고민한 과정을 녹였다.

공부는 하는데 공부를 할 줄 모르는 아이들, 공부근육이 없어서 노력해도 배움이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남매와 집공부를 했고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자 책이다.  

아이에게는 구구절절을 제하고 에둘러 말했던 것이데, 잠자코 듣던 아이가 던진 말.



그거 나쁜 책이네.
내지 마

라고 응원(?)해준다.

그래, 열심히 할게 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