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쓴다'는 표현을 쓰지 못했다.
아이들이 '엄마 뭐 해?' 물으면 그저 '일해'라고 뭉그러트렸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쩐지 특정한 사람들의 특권 같이 여겨졌기 때문.
그러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부터 '작가'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덕분에 '엄마 글 써'라고 답할 수 있게 됐다.
엄마 요즘 올린 글 없어?
브런치 글을 가장 열렬히 기다려주는 독자는 다름 아닌 남매다.
늘 옳은 소리만 하고 다 된 어른인 척 굴던 엄마가 속내를 드러내고 민낯을 보여주니 유쾌상쾌통쾌한 모양.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에는 엄마가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응원해 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것도 아들과 딸이었다.
지난 8월 출판사와 계약했을 때도 남매는 누구보다 기뻐해줬다.
엄마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온 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꾀나 자랑스러웠던 모양이다.
꼼꼼하지 못한 엄마는 읽지도 않고 서명해 버린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요약해 알려주는 아들.
엄마 책 표지를 직접 그려주고 싶다는 딸.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으며 출판 과정이 행복했다.
지난주.
막바지 교정 작업 중이었다.
봐도 봐도 나오는 비문, 계속 부족한 것만 보이는 원고를 붙들고 괴로워하고 있을 때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뭐 해?"
"아, 엄마 책 교정 작업 중이야. 고쳐 쓰고 있어. "
"엄마 책은 어떤 내용이야? "
"(아직 몰랐구나) 아, 엄마 책은 지금 너처럼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도 잘 붙잡아 놓고 공부시켜야 하는 101가지 이유와 방법을 말하는 책이야. "
책에는 20년간 입시 최전방 고등학교 교사가 지켜본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일찍부터 학원 다니고 공부만 하며 자란 아이들이 왜 고등학교와서 좌절하는지 고민한 과정을 녹였다.
공부는 하는데 공부를 할 줄 모르는 아이들, 공부근육이 없어서 노력해도 배움이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남매와 집공부를 했고 그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자 쓴 책이다.
아이에게는 구구절절을 제하고 에둘러 말했던 것이데, 잠자코 듣던 아이가 던진 말.
그거 나쁜 책이네.
내지 마
라고 응원(?)해준다.
그래, 열심히 할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