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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풀 Jul 10. 2021

속초행 버스는 멈추지 않고

비정기적 우편함



1. 그 아저씨는 무작정 버스에 올라타고 속초로 향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동서울 터미널로 향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 길을 지나던 중 무심코 서울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의 목표지가 속초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가방 하나 들지 않고 홀로 몸을 실은 속초행 버스에서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자신을 살리러 온 사람들 사이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그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자신의 부재를 실감한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자신을 찾으러 온 것을 기뻐했기를 바란다. 나는 그가 내린 후 버스의 무거운 침묵과 함께 다시 속초로 향했다.


2. 그 해 여름의 휴가는 조금 이상했다. 사람들은 무엇에 쫓기듯 다급하게 행복을 외치는 가운데 걷는 사람은 오직 우리뿐이었다. 우리는 차도 없이 우산만 하나 달랑 들고서 멈춘 배들 사이를 가로질러 건너갔다. 지나치게 조용한 항구에서는 멸망한 도시의 냄새가 났다.


3.  비가 내리고 나면 으레 그렇듯 해가 뜬다. 비가 내리기 직전 다시는 밝아지지 못할 정도로 덜컥 어두워진 하늘에 마음은 지레 겁을 먹는다. 언제나처럼 영원한 어둠은 없을 거라는것을 나는 거의 확신하고 있지만은 그 날은 어쩐일인지 겁을 주는 언니의 말에도 마음이 정신이 흔들리는 그런 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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