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온다
가끔은 미국에 있었던 때를 생각해요.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압도당했거든요. 아마 제가 본 것 중 가장 큰 대륙이었을 겁니다. 한국에서 차를 타본 건 8시간이 최대였어요. 갓난아기였기 때문에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데도요. 그 어마어마한 시간 중 아마 절반 이상은 마치 거기에 뿌리내린 듯 도로 위에 서 있던 시간일 테죠.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데 그만한 시간이 걸리던 것은 이젠 옛날 일이 됐지만요.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장장 6시간 동안 차를 탔어요. 그냥 한 도시에서 한 도시로 이동하는 데에만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리더군요. 아, 미국에는 왜 갔냐고요?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어요. 다들 꿈꾸지 않나요 뉴욕 거리를 거니는 그런 뻔한 일의 현장이요.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쌩쌩 달리는 버스 안에서 저는 까무룩 잠이 들었답니다. 가도 가도 똑같은 풍경이었어요. 그제야 알았죠. 미국은 넓구나. 사람은 참 어리석답니다. 당연한 사실은 꼭 몸으로 익혀야 아는 나쁜 습관이 있죠. 거대한 나라였어요. 그리고 덩치가 클수록 자신의 몸 곳곳에서 나는 소음은 잘 들리지 않는답니다. 그때는 좀 따분했어요. 그리고 우리로 치면 휴게소와 같은 주유소에 들렀을 때 사건이 터졌죠.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웬 덩치 큰 남자가 조급하게 무엇을 말하더군요. 전 알았죠. 미국인이 먼저 말을 걸어주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어드벤처의 시작이구나. 그리고는 그 사람이 무어라고 세 번째 영어로 말했을 때 저는 장난스럽게 웃었어요. 아 그때 저는 영어를 못했습니다. 전혀요. 무어라고 말했을 때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은 ‘YES’밖에 없었죠. 예, 예스라고 답했어요. 그러고 난 다음에는 온통 어둠이더군요.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몸이 어딘가에 끌리고 있었고 그다음 눈을 떴을 때에는 어떤 사람이 제 몸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군요. 어딘가에 제 심장이 있을 거고, 어딘가에는 제 폐가 가고 있을 거라는 둥 끔찍한 농담이었어요. 자, 그게 제 첫 번째 죽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