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에서는 비린내가 났다
어항에서는 비린내가 났다.
주인을 잃은 어항에서는 더 이상 생물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선배가 없다는 것을 아는지 꼬리가 시든 베타 몇 마리가 앞 다투어 배를 내밀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제야 덜컥 실감이 났다. 무언가의 실종을 받아들이는 데는 일종의 유예가 필요하다는 것을 평생 모르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운이 좋은 걸까. 나는 구겨진 표정으로 어항을 내려다본다. 젓가락을 들고 떠오른 베타를 수면 밑으로 밀어 넣었다.
죽지 마, 선배는 너희를, 나를 버린 게 아니라 그저 두고 간 것뿐이잖아. 젓가락에 밀린 베타가 다시 천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죽어버린 몸이 이렇게 가벼운 이유는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요.
물결이 흔들려 잠에서 깬 걸까 베타 한 마리가 수초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나는 그 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베타의 몸을 빤히 쳐다본다. 그래, 너라도 살아 다행이다.
죽어버린 물고기들에게 이름은 없었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주제에 이름을 붙여버리면 정말 정을 주게 된다면서. 이름을 붙이는 것은 한사코 미루었던 선배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이렇게 갈 거면 이름이라도 지어주고 가든가. 나는 고개를 파묻었다. 남은 베타가 힘없이 꼬리로 치는 물소리만이 가끔씩 귀를 간질인다.
죽음은 이렇게도 무거운데.
다 타버린 선배가 든 유골함은 가벼웠다. 이렇게 가벼워도 되나. 계속해서 그런 생각이 맴돌았다. 당신에 대한 기억은 이렇게 무거운데 기억의 주인이 이렇게 가벼워도 될까. 이런 건 정말 이상하다. 죽음이라는 건 정말 이상해. 계속 그렇게만 생각했다. 사춘기 때 마냥 죽으면 어디로 갈까, 하는 생각들이 장례식 내내 현실감 없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뺑소니였다.
선배의 시간은 알바가 끝나고 돌아오던 새벽에 멈췄다. 도로 CCTV가 세상에 선배가 남긴 마지막 기록이었다. 선배를 친 트럭은 잠깐 멈칫하더니 쏜살같이 옆 도로로 빠졌다. 경찰은 곤란한 얼굴로 워낙 빠르게 움직여 놔서 하고 말끝을 흐렸다.
성능이 좋지 않은 CCTV는 차량번호는 제대로 잡지도 못하면서 생명이 꺼지는 모습은 쓸데없이 생생하게 비췄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텅 비어있던 도로에 갑자기 뛰어든 어떤 사람과 함께 도로에는 사람이 꽉 차기 시작했다. 거기서 영상은 끊겼다. 선배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숨이 끊어졌다고 했다.
그거 아세요. 안 좋은 소식을 담은 전화는 유독 벨소리가 무거워요. 그날은 유독 전화를 받기가 싫더라고요.
정신없이 달려온 어머니 앞에서 처음 꺼낸 말은 그랬다. 땅이 울렁거렸다. 장례식은 생각보다 현실적인 일들이었다. 슬퍼하는 것도 미뤄두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눈물도 나지 않는다. 이것저것 계산하고 또 계산했다. 선배한테 무엇을 입혀야 하는지, 상에는 어떤 것을 올려야 하는지, 부조 연락은 어떻게 돌려야 하는지.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와서 여러 가지를 설명했다. 남자의 목소리는 쾌활했다. 제대로 들은 말은 하나도 없었지만 어머니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네, 네, 하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화장으로 하실 건가요? 요즘은 거의 다 화장으로 해요. 옛날처럼 묻기에는 땅이 부족해서. 하고 말했다. 남자의 말투는 너무나 일상적이었다. 마치 점심 메뉴를 묻는 듯한 말투. 나는 입을 열 필요가 없었다. 어머니가 무너지듯 절규하는 소리에 묻혀 누구도 내가 말을 한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어느 쪽도 할 수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딸애가 뜨거운 것도 싫어해요. 그렇다고 깜깜한 곳도 싫어하는데. 어떻게 해요.
어머니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남자는 하던 말을 멈추었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 남자는 어머니를 달래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를 떴다. 속이 답답했다. 화장이니 뭐니 선배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들 같다. 남자는 곧 뒤따라 나왔다. 아까의 쾌활한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하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내 옆으로 다가온 남자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저기, 웬만하면 화장이 나아요. 지금 땅값도 많이 비싸고. 나는 반도 다 태우지 못한 담배를 던져 껐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땀이 번들한 얼굴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상심이 크시겠어요,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이런 형식적인 위로는 교육과정에 없나 봐요.
형식적인 위로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이야기랑 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요 며칠 계속 흐리던 하늘이 바짝 개었다. 건조한 공기가 코끝에 닿아 따가웠다. 비염으로 고생하던 작년에는 선배가 도라지차를 끓여줬었는데. 도라지차가 비염에 좋냐 물으니, 모든 아픔은 그저 따뜻한 차로 퉁 치는 거라며 어설프게 웃었지.
저도 얼마 전에 딸을 잃었어요. 힘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좋은 데 가셨을 겁니다. 이런 말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별로 위로가 안 되더라고요. 제일 힘나는 건 현실적인 이야기였어요.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딸은 어떻게 보내줄 거냐. 뭐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나는 남자 쪽을 끝까지 바라보지 않았다. 선배, 선배는 어떻게 생각해. 남자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공연히 원망을 담은 목소리가 튀어나올 것 같다 나는 입을 다문다. 남자 쪽을 떠나 장례식장 쪽으로 도로 걸어갔다. 볕이 따갑다. 목 뒤로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이 맵다. 장례식장은 조용했다. 어머니는 다시 그 예의 단단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선배는 아마 이 근방을 떠돌며 우리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 아직 안 떠났어. 나 아직 여기 있어. 내가 억울해서 어딜 가겠니. 선배라면 그러고도 남지. 나는 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 어딘가 있는 거지 선배. 그런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한 번 입가를 비집고 나오기 시작한 웃음은 불룩불룩 덩치를 키우더니 기어코 하하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사람들이 쳐다봐도 상관없었다.
선배의 어머니는 그런 나를 바라보다가 따라 웃기 시작했다. 우리는 손을 맞잡고 그렇게 웃었다. 사람들은 우리 쪽을 넘겨다보더니 다시금 자신들의 대화로 돌아갔다. 웃어도, 울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라. 우리는 마음껏 웃었다. 그렇게 높고 낮은 웃음소리가 뒤섞이는 끝에는 결국 울음이 조금 묻어서는 엉망으로 젖었다.
선배는 어머니를 정말 안 닮았다고 했어요. 선배 어머니 반만 닮았으면 나 진짜 선배한테 영혼도 팔 수 있다고 했는데.
나를 하나도 안 닮았지. 순전히 제 아빠를 닮았어. 우리 막내도.
어머니는 졸린 눈을 비비고 있는 아이의 납작한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까 아닌 것 같아요. 선배는 정말 어머니를 많이 닮았어요. 정말로요. 선배는 어머니를 쏙 빼닮았어요.
어머니는 그저 웃기만 했다. 사고로 갑작스럽게 딸을 잃은 어미 치고는 지나치게 절제된 슬픔이었다. 어머니는 가끔은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며 웃었고, 가끔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손님이 그친 시간에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방석으로 대강 만든 베개를 베고 누워있는 늦둥이를 달래는 소리가 상주에게서 들리는 유일한 소음이었다. 나는 그럼에도 어머니의 근처에 가면 축축하게 젖은 공기가 흐르는 듯해 가끔 몸을 떨었다.
밤에는 화장실 제일 안쪽 칸에서 숨이 막히는 소리가 났다. 억지로 비집고 나오는 눈물은 보통 그렇게 무언가를 짓이기는 소리가 난다. 나는 어머니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현실로 돌아왔다. 다정한 사람은 남기는 공백이 크구나. 다정한 사람을 사랑한 사람들은 그런 공백을 아주 크게 느끼겠지. 나는 왜 아무렇지 않을까. 나는 선배를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 잘 모르겠다.
장례식 마지막 날 나는 바닥에다가 블루투스 스피커를 놨다. 손님도 거의 없는 방 한가운데 놓인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라디오헤드의 앨범이 흘러나왔다. 항상 집에 들어오면 틀어져 있던 노래가. 우울한 노래는 골라서 듣는다고 면박을 주던 내 모습도 생생하다. 사람은 밝은데 취향은 왜 그리 우중충하냐며 핀잔을 주던 시간도 있었는데.
노래는 지나치게 천천히 흘러나왔다. 이제 나는 누구랑 밥을 먹어야 하는지 생각했다. 먹지 않고 밀어둔 당근을 자연스럽게 골라 먹는 당신이 없으면 어떡하나. 나는 접시에 남은 당근을 볼 때마다 당신을 생각해야 하는 걸까. 당근이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한가득 채울 때까지 몇 번의 카레를 먹어야 당신을 잊을 수 있는 건가요.
처음으로 누굴 잃었던 기억은 어렸을 때 할머니의 장례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뜨끈뜨끈하게 보일러가 돌아가는 작은 방에서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들었고, 침울한 표정의 할아버지와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를 내는 큰엄마의 모습을 지켜봤다.
엄마, 왜 큰 엄마는 울지도 않으면서 저렇게 곡소리를 크게 내. 으응 저렇게 곡을 해줘야 죽은 사람이 서운하지 않게 떠난다고. 달래는 거야.
나는 눈물 한 줄기 없이 말라있는 피곤한 큰엄마의 얼굴을 아직도 기억한다. 큰엄마는 별로 슬프지 않은가 봐. 이상하지. 그때를 떠올렸을 때야 거짓말처럼 눈물이 터져 나왔다. 오랜만에 흘려보는 눈물이었다. 턱을 타고 흐르는 미지근한 눈물이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선배, 나는 모르겠어. 왜 선배가 죽은 건지. 아니 죽은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왜 하필 나한테, 선배한테 이런 일이 생겼어? 라디오헤드의 우울한 노래는 흐려져 갔다. 나는 앨범 전곡이 다 돌아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