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에서는 비린내가 났다
선배는 보기 드물게 좋은 사람이었다.
선배는 담배를 피우고 나면 쓰레기통이 보일 때까지 꽁초를 들고 다녔다. 나랑 맞잡을 손은 항상 따로 두고, 손을 잡을 때면 그 손을 내밀었다. 선배는 의식적으로 늘 내 왼편에 섰다. 어쩌다 내가 왼손을 잡으면 선배는 황급히 가방 안 어디 구겨져 있는 물티슈를 찾곤 했다. 물기는 거의 다 달아나고 없는 물티슈를 뽑아서는 내 손을 박박 문질러 닦는 선배를 바라보기만 했다.
넌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니. 어딜 다친 것도, 무엇을 잘못한 것도 아닌데 선배는 자신의 왼손에 닿았다는 이유로 나를 혼냈다.
왜 그렇게까지 해 선배.
꽁초에서 나는 냄새가 얼마나 불쾌한데.
그럼 그냥 땅바닥에 버리면 되잖아 누가 본다고.
남들이 본다고 안 하는 일들이 쌓여서 지금 이렇게 못된 세상이 된 거란다.
아유 재미없어요 선배.
나는 그런 선배의 진지함이 좋았다. 고리타분한 사람. 사랑은 고리타분한 것이 제일 재밌다고 웃는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선배의 왼손 바닥에는 기다란 흉터가 있었다. 어릴 적에 동생이 남긴 상처라고 했다. 동생은 어릴 적 히어로가 꿈이었다고 했다. 플라스틱 칼을 가지고 어설프게 칼싸움을 하던 동생은 조금 더 리얼한 매개를 찾았다. 악당을 정말로 쳐부술 수 있는 그런 리얼한 무기. 동생은 작은 과도를 집어 들었다. 몸을 돌려가며 만화 주인공 흉내를 내던 동생의 연기는 절정에 치달았다.
선배는 그런 동생이 다칠까 그 근처에 앉아 칼을 주시하고 있었다. 악당을 처단한다는 동생의 씩씩한 멘트. 그리고 칼은 손에서 미끄러졌다. 선배가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칼은 곧장 동생의 발등을 찧었을 것이다. 누가 몸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어. 정신을 차려보니까 손에서 피가 나고 있더라고. 손을 깊게 긋고 떨어진 칼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낸 소음은 동생의 울음소리에 묻혔다. 새빨간 피가 이만큼 솟았지. 에이 거짓말 손목도 아니고 손바닥에서 피가 그렇게 나요. 중력이 있잖아 중력이. 안 아팠어요? 아팠지. 기절했을 걸 아마.
선배도 고작 13살이 조금 넘은 나이였다.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났대. 글쎄다. 결국은 흉터가 남았다. 열 바늘을 넘게 꿰맸어. 이거 그거 같지 않냐. 왜 손바닥으로 요괴 빨아들이던 그 뭐냐. 이름을 까먹었네. 풍혈? 맞다 그거. 선배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이리와라 요괴야!
진짜 죽을래요 선배.
선배는 그 흉한 상처를 두고 훈장이랬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동생 몸에 날 상처를 자신이 대신 받았으니 훈장이라나. 선배는 멀리 살고 있는 동생이 보고 싶을 때마다 상처를 본다며 웃었다. 한 번도 원망한 적 없어요? 단 한 번도. 선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당신을 그렇게 좋아하고 아꼈을까.
태생이 다정한 사람을 줄 세운다면 아마도 선배가 그 줄의 맨 앞에서 서 있겠지. 그리고 아마도 맨 끝에 있을 나를 찾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내 모짐과 선배의 다정함이 닿았을 때 미지근해지는 우리의 공기가 좋았다.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집은 지나치게 고요하다. 나는 부러 부지런을 떨었다. 집에는 시끄러운 힙합 음악이 가득 찼다. 속이 허했다. 허한 만큼 냉장고를 채웠다. 선배의 짐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며칠 내내 평소처럼 일을 했다. 출근을 했고 퇴근을 했다. 내 일상에는 변화가 없었다. 통화를 하며 집으로 돌아올 사람이 없었고, 내가 퇴근한 후 몇 시간쯤 뒤 피곤한 얼굴로 문을 여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그러다 어항을 발견했다. 배를 까뒤집은 몇 마리의 베타와 함께 선배의 죽음이 밀려왔다.
어항 가장자리에는 선배의 지문이 짙게 찍혀있었다. 지문에 내 손을 겹치면 혹시나 사라질까. 조심해서 어항을 손으로 잡았다. 내 손으로 무언가의 죽음을 만지는 것은 현실감이 없다. 마치 너무 가볍던 선배의 유골처럼. 선배가 고개를 가까이 하면 말이라도 알아듣는 양 어항 가장자리로 몰려들던 베타의 눈이 기억난다.
손 깨끗이 씻고 와. 먹이 주게. 나는 선배를 따라 손을 씻은 후 사료를 손가락에 조금 덜어 어항 속에 넣었다. 경계를 하던 베타들이 가끔 손에 부딪혀 올 때는 정신없이 물결이 일었다. 가끔 손가락을 치고 가는 까칠한 베타의 지느러미의 힘도 기억한다.
얘네 엄청 팔팔하네. 그렇지. 잘 키웠잖아 우리. 우리가 키운 거야? 무책임한 소리 마, 우리가 공동으로 얘네 부몬데. 물고기가 우리 자식이면 우리는 대체 뭐냐. 심심한 농담도, 어항의 물도 어떠한 미동도 없이 잠잠하다.
부패는 빠르게 시작됐다. 베타들은 미끈미끈한 점액질에 싸인 시체로 둥둥 떠다녔다. 나는 싱크대에 어항의 물을 버렸다. 시체가 튀어나오지 않게 손으로 막고 버린 물에서는 비린내가 올라왔다. 저항 없이 둥둥 떠다니던 베타가 빠져나가는 물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손바닥에 부딪혔다. 집 안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것이 내 입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일그러진 울음소리인 것을 알았다.
생명이 떠난 몸은 볼품없구나. 인터넷에 물고기를 어떻게 묻어줘야 하는지 물었다. 물고기 사체는 일반쓰레기인가요, 음식물쓰레기인가요. 지독하게도 현실적인 질문들 사이에서 나는 한층 더 울적해진다. 선배, 물고기가 죽었어. 우리 자식이 죽었다니까. 이게 뭐가 부모야.
속이 차가워졌다.
차라리 우리가 싸웠더라면. 내가 선배를 조금이라도 미워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남은 베타 한 마리는 작은 어항에 옮겨두었다. 내일은 새 집을 마련해줄 것이다. 베타 세 마리는 선배가 키우던 방울토마토 밑에 묻었다. 가을이 되려면 아직 까마득하게 먼 여름 초다. 나는 이 방울토마토가 끝내는 열리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베타를 묻어주고 나고 나서 나는 고개를 들었다. 적어도 가을까지는 아플 것이다. 아니면 그 다음해 가을까지도.
짙게 찍힌 지문의 어항과 선배가 남긴 편지들, 그리고 방울토마토와 함께 추모를 시작한다.
떠나간 선배와 떠나간 베타를. 나는 베타의 무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했다. 조그만 어항으로 옮긴 베타가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옆에는 선배가 자주 듣던 플레이리스트를 작게 틀어두었다. 선배도, 베타도 모두 다 좋은 꿈을 꿔. 나이스드림 위드 어 선샤인. 그 옛날 라디오 헤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