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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부신 Oct 31. 2023

시작에 대하여

나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그런 종류의 사람은 아니다.


행동은 저 멀리 뒤꼍에 앉아 앞서는 생각을 바라보며 지레 겁을 먹기 일쑤였다.


완전한 모양을 갖춘, 내가 보기에도 멋진 나.


환자 계도하고 업계에는 비전을 제시하며 동료 한의사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멋진 의료인.


그러니 최종 목표를 위해 이러한 불안의 시기를 공유한다는 것은 전문가로서 피해야 할 흠이라고 생각했다.


이 얼마나 안일하고 멍청한 생각이었던지.


-


사람의 건강을 업으로 둔 자는 평생 공부하고 배우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뭐, 다른 이들은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그것을 업으로 두었다. 완벽은 요원하고 평생 나의 부족을 탓하며 살아가겠지.


하지만 애초에 완벽한 의료인, 혹은 전문가란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지지부진한 실력이 현생의 최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는 것.


신기루를 좇으며 시작을 미루기보다 비로소 오늘에서야 매일의 진료, 매일의 생각을 하나씩 기록해 보기로 했다.


23. 10. 25. 화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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