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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부신 Dec 09. 2023

젊은 여자 원장은 싫어요

오늘만 벌써 두 번째다. 환자에게 거부당한 일 말이다.

한동안 이런 이슈가 적었는데 근래 들어 젊은 여자 원장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하는 일들이 잦아졌다.

사실 성별의 문제라기보다 원장 개인의 특성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정말 남녀 차이의 문제라면 조금은 남자 원장이 진료를 더 잘 볼 것이다 하는 생각이 이유인 경우도 간혹 있는 것 같다.

갓 한의사가 되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꽤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같은 곳에서 함께 일을 시작한 남자 동기의 경우, 나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젊다는 부분에 대한 마이너스가 전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젊은 원장은 진료에 대한 에너지가 높고 활기찰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 있는가 한 반면, 유독 여자 원장의 경우 보다 그 관심이 미숙함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것은 완전한 개인차가 있는 문제다)

시간이 흐르며 그에 대한 해결책은 자연히 알게 되었다. 서툴고 어린 부분에 대해서는 열심히 공부하여 간극을 메워가고 내가 최고의 원장이 아니라면 여기에 있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여 치료에 임하겠다 다짐했다.

그래서 "젊은 여자 원장은 싫어요"하고 대번 거부를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어쩔 수 없지, 하고 넘기는 법을 배우게 됐다. 내 몫은 최선에서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오늘 같은 두 번의 거절을 맞이한 날이면 여러 생각이 머리를 헤집는다.

모든 환자를 만족시키는 원장은 될 수 없다. 세상에 안티 없는 연예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언제나 겸허히 받아들이고 쓱쓱 무릎을 털고 일어나 어쩔 수 없지, 하는 것.


의료인에게 "의외로" 필요한 자질이란 아무래도 이런 쿨한 품성과 높은 자존감인 것 같다. 그러니 아름답게 거절당하는 방법이 있다면 누가 내게 좀 알려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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