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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부신 Dec 14. 2023

계지탕 같은 사람

근래 들어 계지탕을 즐겨 쓰고 있다.


계지, 작약, 생강, 대조, 감초의 5가지 약재로 이루어진 처방은 그자세히 들여다보면 5개 중 3개가 식품으로 구성되어있다. (계피, 생강, 대추)


맛은 꼭 수정과 같이 연하고 맑아서 환자분들에게 약이 아니라 음료수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는 처방.


하지만 이 계지탕이야말로 심플 속에 강한 한끗을 지닌 이다. 기본이 되는 5가지 약재에 한두가지 약재를 더 넣거나 용량을 높이면 처방을 응용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확장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처방한 계지가후행탕, 계지가부자탕이 바로 그 일례다. 계지탕에 후박과 행자, 혹은 부자를 넣은 처방은 모녀 관계의 환자 두 분에게 처방한 한약이다.


체질적인 골자가 비슷하여 기본을 계지탕으로 잡고 어머니는 수족냉증, 따님은 1년 이상 지속된 기침이 문제 되어 각각 다른 약재를 더했다.


오늘, 약을 낸 지 2주 만에 증상을 체크하니 먹기 전과 비교했을 때 증상이 반 이상 좋아졌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


몸의 어떤 기능을 극하거나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하지 않더라도 이렇듯 각자에게 맞는 한약을 넣어주면 몸은 본디 그러했던 것처럼 중심을 지키고 원래대로 기능할 수 있다.


간단하고 흔한 다섯 가지 약재의 힘. 이 맑은 한약의 힘을 확인한 날이면 새삼스레 기본의 중요성을 느낀다.


심플 속에 강한 힘을 가진 약. 계지탕이야말로 요즘 말로 "힘숨찐" 같은 처방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도 계지탕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어수선하지 않은 명료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복잡한 세상 간단하고 명확하게, 모두들 계지탕처럼 살아봅시다.


22. 12. lis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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