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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부신 Dec 16. 2023

경추 디스크와 추나 약침, 그 효과에 대하여

나는 오랜 시간 피부와 다이어트를 주 과목으로 보는 한의원에서 일했다. 한의사로 지낸 기간의 반 이상을 특화 진료를 하며 보낸 것이다. 그래서 오래 머문 직장을 떠나게 되었을 때 상대적으로 통증 환자에 대한 케이스가 적어 고민이었다.


유독 겁을 먹고 있던 환자군이라면 역시 급성 디스크 환자들일 것이다. (정확한 질병명은 급성 추간판 탈출증) 당장의 호소 증상이 매우 극렬하기 때문에 환자분을 만나면 지레 겁을 먹기 일쑤였다.


하지만 요즘은 디스크 치료가 재밌다. 발생한지 얼마 안 된 초기 디스크는 그 정도에 따라 초반 치료만 잘 진행해도 정말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는 경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그런 케이스가 있었다. 60세 남성 환자분이 급성 디스크 증상으로 내원한 것이다. 환자분은 오전 진료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자다가 쪽 어깨가 자지러지게 아파 밤을 꼬박 새우고 오셨다고 했다.


혹시 모를 어깨 관절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이학적 검사를 해보았지만 어떤 동작에서도 어깨 자체의 불편감을 발견할 수 없었다.결국 경추의 문제를 확인할 때, 환자분에게 천천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뒤로 젖혀 하늘을 바라보는 동작을 할 수 있겠냐 물었다.


고개를 돌리는 과정에서도 뻐근함을 호소하던 환자는 목을 살짝 뒤로 젖힐 때 화들짝 놀라며 간밤의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목뒤에 위치한 협척혈 몇 자리를 눌러보니 당연스럽게도 다시 아찔한 신경통이 재현됐다. 뼈와 뼈 사이, 신경이 나오는 위치의 주변 근육은 이미 잔뜩 굳어져있었다.


엎드리는 자세가 가능하여 일단 추나 치료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COX라 불리는 동작은 척추 사이 공간을 넓히는 신연 동작으로 문제가 되는 경추 사이 공간을 넓혀 신경 자극을 줄이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약침을 디스크 레벨 위아래에 주입하고 염증이 예상되는 부위에 침을 놓아 전기 자극을 걸었다.


그렇게 3번의 치료가 끝나자 환자는 경추 부위 아무런 불편감을 느끼지 못했다. 단단하게 잡히던 덩어리도 사라지고, 고개를 돌리고 젖힐 때 아찔하게 따라 내려오던 통증도 사라졌다. 눌렀을 때 불편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경증상을 동반한 디스크의 경우 보통 작게는 5회에서 10회 이상의 치료를 권하지만 환자분의 경우 3번 만에 불편감이 모두 소실됐다. 물론 이런 호전 경과가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환자 개별의 동반 증상과 여러 요건에 따라 경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직접 치료해 보기 전까진 주저가 있었던 내가, 그 효과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혹시 목에 찌릿한 통증이 발생했을 때는 가까운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언제나 지속 가능하게, 내 몸의 기능을 극하거나 제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치료해 드릴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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