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만난 보호자분이 전해준 이야기는 놀라웠다. 한약을 복용하는 첫 2주 동안 편두통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엉덩이 종기도 의자에 닿는 한두 개의 증상을 제외하면 모두 사라지고 무엇보다 온 턱을 빼곡하게 덮고 있던 빨갛고 농이 잡힌 여드름이 "마법처럼" 사라졌다고 했다.
일단 방향은 확실히 맞았으니 구성하는 한약의 용량을 조금씩 조절하며 3개월간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다. 환자와는 보름에 한번 전화 혹은 대면하여 상담을 이어갔는데 그때마다 환자분은 확연한 호전 경과를 내게 전해주었다.
한 달의 치료 기간이 지났을 때 12시간씩 지속되던 편두통은 6시간 후에 사라지고 구역과 구토, 그리고 두통의 강도도 반으로 줄어 무척 편하다고 했다.
엉덩이 부위 종기와 턱 부위 여드름, 등과 목에 산발적으로 나타나던 모낭염은 모두 사라져 전신을 통틀어 한두 개씩 올라오는 것 외에 호전 상태를 유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3개월의 치료가 끝났을 때 편두통의 지속시간은 5시간으로 줄고 두통의 강도도 일상생활을 영위할 정도로 참을만하다고 했다. 한번 발생하면 꼼짝도 하지 못하고 12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 있어야했던 것과 다르게 이제는 구역과 구토 반응 없이 약간의 미식거림을 동반한 두통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 됐다.
-
환자의 한약을 지을 때 크게 고려했던 점이 3가지 있다.
첫 번째, 편두통의 발생 빈도를 완화시키는 것. 두 번째, 전신에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피부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 세 번째, 체질적으로 허약한 부분에 대한 보충, 소화 기능과 피로감의 회복이었다.
이는 모두 개별적인 증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약 치료는 이 모든 증상을 치료할 한 무더기의 약을 제각각 넣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 중 가장 근원이 되는 문제를 찾아 풀어주는 것이다.
내 몸에 나타나는 증상은 그들이 내는 볼멘소리이자 몸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창구다. 사람은 기계가 아닌 하나의 유기체기 때문에 그들의 불만을 적절히 풀어주면 동반되는 부수의 증상은 아주 쉽고 빠르게 좋아진다. 몸은 본디 그러했던 것처럼 각자의 호흡과 균형을 찾아 그 스스로 좋아지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각각의 증상을 개별 장부의 문제로만 접근한다면 분명 어느 지점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 몸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지속 가능한 치료. 임상에서 경험을 쌓아갈수록 한약 치료는 그런 부분에서 큰 강점을 지닌 멋진 치료 방법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