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제, 오늘은 오늘
"이렇게 60년을 더 살아야 해?!" 현재 나이 34살. 매일 아침 같은 천장을 보며 눈을 뜨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머릿속을 무자비하게 파고든다. 하지만 나름 타파하는 방법을 안다. 바로 일상에 돋보기를 들이미는 것이다. 하루는 별 다른 것 없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사실 매 순간이 다르다. 작은 차이들이 모여 하루를 만들고, 그 하루들이 쌓여 우리의 삶이 된다. 하지만 변화는 너무 미세해서 쉽게 지나치기 마련이다. 오늘은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매일 아침 8시,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오늘이 또 시작되었음을 실감한다. 샤워를 마치고 나면 온몸에 신선한 공기가 감돈다. 따뜻한 물이 피부를 적시듯, 하루를 시작할 준비도 차근차근 되어간다. 오늘 주방 선반에서 오랜만에 프로틴 음료와 견과류를 챙겨봤다. 주차장까지 가는 길, 오늘은 일부러 다른 길을 택하기도 해 본다. 애써 다른 길을 가보는 것도 꽤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운전하며 간단한 아침을 해결하고, 출근 전 헬스장에 들른다. 1년째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생겼다. 4~5명 정도, 서로 말은 나누지 않지만 같은 루틴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늘 같은 옷을 입던 사람들이 오늘은 각자 모자를 쓰기도, 회원복이 아닌 개인옷을 입었다. 아무 말 없이도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그런 사람들이다.
출근은 정오. 조금 늦은 출근이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면 자리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오후 4시, 하루의 절반이 지나간다. 이때쯤이면 한 번 숨을 고른다. 창밖을 바라보거나,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간식을 집어 들기도 한다. 어제는 바깥공기를 마시며 걸었고, 오늘은 창밖 풍경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순간이 있어 하루가 단조롭지 않다.
저녁 8시. 퇴근을 하지만 요즘은 집이 아닌 창고로 향한다. 이사를 최근에 했다. 짐을 정리하는 중이라, 퇴근 후의 시간은 정리를 위한 노동으로 채워진다. 원래라면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했을 텐데, 요즘은 박스를 나르고 먼지를 닦으며 또 다른 하루를 살고 있다.
하루를 마무리할 땐 글을 쓰거나 전자책을 읽는다. 익숙한 습관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글을 쓰는 동안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고, 책 속의 문장에 기대어 내일을 상상한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면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깊은 잠으로 빠질 준비가 된다.
여러분들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제가 뒤돌아본 하루는 써놓고 보니 꽤나 재밌습니다. 습관처럼 흘렀을 하루가 행위로 느껴졌거든요.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도 좋지만 한 번씩 다른 골목으로 다녀보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요?
매일을 섬세하게 들여보다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삶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면 자신이 평범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고. 권태에 빠지기 또한 쉽습니다. 매일이 똑같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제와 오늘은 미묘하게 다릅니다. 우리는 그 변화를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문득 깨닫습니다. 일상은 예상보다 더 풍부하고, 작은 차이들이 모여 나를 만든다는 것을. 오늘도 그 작은 변화들을 놓치지 않기로 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