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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의 대부분은 기우다

걱정이라는 이름의 불확실성

by 도유영

"유영님, 이번 미팅에 우리 팀 전부 참석하는 게 나을까요? 고민이 돼서요..."

"가시죠. 별일 없을 거예요"


콘텐츠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리드 회의로 모인 자리에서 팀장에게 받은 질문이다. 같은 콘텐츠 회사끼리의 만남이었지만 여러모로 신경쓰였나보다. 회사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실뭉치처럼 엉켜 있다. 하지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 중 대부분은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지 않거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덜 심각한 경우가 많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탐 보르코벡(Tom Borkovec)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이 걱정하는 일의 80%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그렇게 많은 걱정을 하는 것일까?




우리는 종종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불안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프레젠테이션을 망칠 것 같다고 두려워하지만 막상 해보면 청중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또 직장 상사의 질책이 두려워 움츠러 있다가 오히려 더 크게 혼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의 뇌가 불확실성을 과장하여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을 불안하게 여긴다. 이는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으로, 미지의 위험을 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걱정거리는 생존과 직결되지 않는다. 직장에서 실수한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이 우리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큰일이 날 것처럼 걱정하며 불안을 키운다.




원래 일정대로 다른 회사 팀과 미팅 후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팀장이 걱정스럽게 던졌던 질문은 이미 잊힌 지 오래였고, 그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고민하던 일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걱정은 때때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시험이 걱정되어 미리 준비하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지나치게 걱정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정작 핵심에서 멀어지고 걱정 그 자체에 갇혀 버리는 것 같다. 머릿속 걱정을 줄이고, 때론 눈 딱 감고 부딪혀 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걱정을 줄일 수 있을까? 걱정이 밀려올 때마다 나는 이렇게 묻는다. "이 걱정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설령 일어난다 해도 나는 감당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답은 '아니요'였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우리가 두려워했던 순간들도 결국 다 지나갔다. 그때는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 걱정하는 일도 결국은 아무 일도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현재를 살아보는 건 어떨까? 우리가 지금을 충분히 살아내는 순간, 미래의 걱정도 차츰 옅어질 테니까.


글을 쓰다 보니 이동진 평론가의 인터뷰 말이 떠오른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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