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깎지 마세요

by 도유영

여름다운 여름이었다.


매미 울음이 귀 깊숙이 스며드는 한낮,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수건을 목에 두른 어머니들이 서로 부채질을 해주는 모습은 오래된 사진 속 한 장면 같았다. 그 순간, 지난 몇 해 동안 내가 나를 어떻게 다뤄왔는지가 문득 떠올랐다.


나는 한동안 내게 없는 것들을 채우려 애썼다. 취향을 빌리고, 말투를 따라 하고, 걸음새를 흉내 내 보았다. 그렇게 깎아 만든 나의 모습은 어딘가 어설프고 모자랐다.


진심이 아닌 사람을 멀리하고자 애먹은 적도 있다. 좋은 말과 미소 뒤에 숨은 날카로움을 알아차릴 때마다, 나를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두는 건 무겁고 고독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흩어져 있던 마음의 조각들을 손 위에 모아 천천히 주물렀다.


울고, 웃고, 질투하며 붙잡았던 감정들이 둥근 형태가 되었고, 그 위에 반달 모양의 손톱자국을 남겼다. 그리고 그것을 땅에 묻으며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과정을 지나 알게 됐다. 나를 온전히 만드는 건 없는 것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모자란 채로 두는 용기라는 것을. 덜어낸 자리에 바람이 스치고, 비워둔 공간에 빛이 들어올 때 비로소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을.


혹시 지금, 누군가에게 맞추기 위해 자신을 깎아내고 있다면 잠시 멈춰도 좋다. 모자란 채로 서 있어도 괜찮다. 비워둔 공간이 언젠가 당신만의 색과 결로 채워질 수 있도록,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보자. 하늘이 제 얼굴을 바꾸지 않듯, 당신의 모양도 그렇게 단단하게 지켜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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