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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Feb 07. 2017

나마스테 인디아,  
"인도영화 관람기"

인도를 알려주마 08

인도 영화 본 적 있니? 내 기억으로는 "신상"이라는 영화가 최초로 본 인도영환데…. 이 영화 음악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 코끼리와 주인공의 우정을 다루고 있었지. 내용이 아주 감동적이었어. 여행하는 동안 인도 영화 세 편은 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편만 봤어…. 흑흑. 바쁜 일정 중에 영화를 보기도 쉽지는 않다는 뜻이야. 그래도 인도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극장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 거야.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알고 있던 인도 영화 상식을 말해볼게.

1. 미국에는 할리우드 인도에는 볼리우드.

2. 미국을 제치고 영화 제작 편수 1위인 나라.

3. 마살라 무비로 대표되는 전형적 인도 영화를 끝없이 생산.

4. 인도 영화 런닝타임은 3시간 이상.

5. 영화가 긴 만큼 중간 휴식 시간이 있다.

6. 현재 인도의 국민배우로 칭하는 사람은 사하루 칸.

7. 마살라 무비는 액션, 코믹, 감동이 합쳐지며 중간에 춤과 음악이 합류한다.

8. 해피엔딩이 아니면 흥행에 성공하기 어렵다.

9. 인도 여배우는 정말 예쁘다.

10. 인도인들은 영화 보기를 아주 즐긴다.


영화 반편 본 이야기를 해줄게. 여행 내내 극장을 갈 기회를 놓친 걸 아쉬워하다 바라나시에서 겨우 틈이 났어. 우리가 묵고 있던 숙소가 시내랑 떨어진 곳에 있어서 메인 바자르에서 상영 중인 인도 최고의 흥행작을 보러 나가는 건 포기하고, 바라나시에서 제일 시설 좋은 극장이 가까이 있어서 그곳을 택했지. 16명 일당 중 극장 가는 데 찬성한 사람은 4명. 일단 호텔을 나와 오토릭샤를 잡았어.


그런데 이 오토릭샤 아저씨가 정말 걸작이야.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경험 했다니까) 극장 이름을 말해주고, 가격을 흥정하려 하자 무조건 노 프러블럼이래. 무슨 꿍꿍이인지 몰라 20루피를 주겠다고 하자 예스. 극장에 도착했어. 근데…. 이 키 작은 아저씨가 차비는 이따 달래. 자기도 영화를 보겠다는 거야. 인도인들이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까지인가? 하고 의아해하면서 입장료를 보니 상당히 비싼 금액이었어.


메인 바자르의 극장은 28루피였는데 이 극장은 54루피 (54*30=1,600원)나 받더군. 극장이 상당히 크고 시설이 좋아서 그렇게 받나 봐. 입장하고 보니 돈값만큼 깨끗하고 시설이 정말 훌륭했어. 의자 간격도 넓고, 좌석도 편할 뿐 아니라 화면이 엄청 크더군. 옛날 대한극장이 생각났어. (그보다 시설이 좋았음) 더 놀란 것은 영화를 시작하면서 나오는 음향이 온전한 돌비 스테레오였다는 거야. 인도 영화의 수준이 이 정도일 줄이야…….



우리 4명은 이 아저씨가 무지하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어. 인도 릭샤군 아저씨가 50루피 이상의 거금을 주고 영화를 들어오는 거까진 좋은데 이 영화가 3시간 이상 상영되는 동안 돈벌이를 포기하는 거 아냐? 도대체 왜 우리를 따라 극장에 왔는지 모르겠더라고.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커피 한잔 마시려고 매점에서 커피를 주문하자 끓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돈만 받고 자리에 배달해준다는 거야. 이런…. 극장 안으로 커피 배달이라. 하하. 막상 커피가 배달되었을 때 몹시 찝찝한 거야. 혹시 이놈들이 합당하여 작심하고 커피에다 무슨 약을 탄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 안 들겠어? 함께 간 아가씨들은 겁이 나서 커피를 못 마셨어. 나야 배 째라 정신을 발휘하여 한잔 쭉 들이켰지. 네스카페를 정말 맛있게 끓였더군. 영화가 시작되고…. 옆자리에서 이 요상한 릭샤왈라는 잠을 자고 있었어. 온종일 릭샤 끄느라고 얼마나 피곤했겠어? 갑자기 측은한 생각이 들더군.


영화 이야기는 생략할게. 정통 마살라 액션 무비였어. 특별히 발견한 부분이 있다면 액션 장면이 생각보다 리얼하고 촬영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과 뮤지컬 부분은 환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유럽과 동남아에서 현지 로케이션을 했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부분은 실제 인도의 모습과 영화 속 장면이 너무 다르다는 데 있지. 거리도 너무 깨끗하고 상류층의 모습만 보이는 데다가 실제로 오토릭샤 한 대도 안 보이더군. 영화 안에서만큼은 인도인들의 환상을 깨기 싫은 것 같았지.


이 영화를 1시간 반가량 보고 나자 중간에 휴식 시간을 주더라고. 더 보아도 뻔할 거란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어. 그때까지 옆에서 자고 있는 릭샤왈라가 너무 측은해서 더 앉아 있을 수 없었던 거야. (이 아저씨는 그때까지 어떤 음모도 꾸미지 않고 잠만 잤어.)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영화보다 이 아저씨의 행각이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어. 이 아저씨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단잠을 원했다면 길가에 릭샤를 세워두고 자면 되고. 돈을 벌려고 했으면 태워주고 떠나던가. 그도 저도 아니고 돌아갈 때 태워주려 했다면 54루피 쓰지 말고 밖에서 기다리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더라고.


다른 릭샤꾼은 이렇게 길에서도 잘자는데...


호텔에 도착하여 차비가 얼마냐고 물으니까…. 아까 20루피 준다고 했으니까 왕복 40만 달래.

그럼 이 사람의 정체는 도대체 뭐야? 한국인만 보면 좋아서 따라다니고 싶은 병이 들었나?


딱 한 가지 마지막에 우물쭈물하면서 내일 어디 갈 일이 있으면 자기 릭샤를 타 달라는 거였어. 흑! 우리는 내일 떠날 날이라 릭샤 못 타는데…. 어쩔 수 없이 그러마 하고 약속은 했지만, 우리의 일정도 모르고 그거 하나 바라보고 릭샤 요금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 지금도 아리송해.


뭔지 모르게 가슴이 아파 오더군. 이 사람에게 손해를 보여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었어. 그래서 차비 50루피에 극장비 50루피를 보태 100루피(3,000원)를 주었지. 이 사람이 이걸 노렸다면 성공한 거지만 그래 봐야 자기에게 실질적으로 남는 돈은 그저 태워주고 온 값밖에 없어. 영화관에서는 잠만 잤다니까. 이거야말로 인도판 헷갈려 무비가 아니겠냐고?



인도는 중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 페이지는 15년 전, 인도를 첫 방문하고 받은 문화 충격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지금은 인도가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본문 일부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여행의 재미를 배가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고려하고 읽어주시길…. - 웃/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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