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알려주마 09
인도라는 나라는 면적이 남한의 33배 (한반도의 15배)로 세계에서 7번째, 인구는 12억 명(세계 인구의 1/6 남한의 24배)으로 중국에 이어 2번째로 큰 나라라는 점을 명심해 두셔야 합니다. 인도가 독특한 이유 중 대표적인 예는 우리에게 낯선 힌두 문화가 주류를 이루며 그 안에서도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고, 영국의 식민 통치를 오랫동안 거치면서 융화되었다는 점도 잊지 마셔야 합니다.
인도에서 영화란 놀이시설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입니다. 자국영화 사랑이 지극하여 매년 1,000편 이상 영화가 만들어지며 이는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영화의 편수를 훌쩍 뛰어넘는 물량입니다. 전체 영화 시장의 90% 이상을 방화가 장악하자 할리우드에서 계속 물량공세를 펴보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신답니다. 외화를 자국 스타일로 만든 짝퉁이 더 인기를 끈다니 인도는 참 묘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철벽 같은 인도영화도 서서히 변화하여 세계화의 추세에 발맞추는 경향이 뚜렷이 보입니다.
전통적인 인도 영화의 특징 몇 가지
1. 러닝타임이 깁니다.
보통 3시간 정도는 기본이며 영화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어 차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옵니다.^^ 요즘 대도시의 극장 시설 짱 좋습니다.
2. 음악과 춤이 절대적인 도구입니다.
대부분 인도영화는 극적인 장면을 춤과 노래로 표현합니다. (우리는 이런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집중의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인도 사람들은 춤과 노래가 없는 영화를 보면 내용 없는 찐빵을 먹은 것 같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영화 자체보다 영화에 삽입된 음악과 뮤직비디오가 더 히트하는 경우도 흔하답니다.
3. 장르의 혼합
인도영화에는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라마가 갑자기 액션 영화로 변하고, 코믹해지다가 급 반전하여 심각해지고….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인도 영화의 특징을 수백 가지 향신료를 섞어 만들어 내는 "마살라" 같다고 해서 인도 영화를 "마살라 무비"라고도 부릅니다.
4. 비현실적인 백 그라운드
제가 느끼는 인도영화의 최고 특징은 깨끗하게 정리된 장소와 현실과 동떨어진 배경입니다. (점차 리얼리즘을 강조하는 영화가 많아지긴 하지만) 삶이 팍팍한 서민들이 영화에서조차 칙칙한 현실을 대하긴 싫을 겁니다. 그래서 인도영화는 그림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인 장면이 많습니다. 여배우들의 빼어난 미모는 필수. 여행 중 마주치는 극악한 주변 환경들을 영화에서는 거의 보고 느끼기 힘들다는 사실. 영화에 냄새가 담긴다면 대부분은 감상하기 힘드실 겁니다. 카카
5. 도덕으로 중무장한 교과서.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감동과 도덕성의 바다에서는 악당조차 착하게 보인다는…. 착하게 살자, 권선징악, 해피엔드. 이런 공식들이 도가 살짝살짝 지나칩니다. 배우들의 오버 액션, 과한 눈물샘 자극이 느끼하여 인도영화를 볼 때면 콜라 한 병 필수로 준비해야 합니다.
1. 조다 & 악바르
인도의 세종대왕이라 할 수 있는 무굴제국의 왕 악바르 대제의 일대기입니다. 이 영화는 인도 역사와 인도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특히 힌두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만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고…. 영화 속 아그라 성과 자이푸르 암베르 성은 인도 성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자이푸르의 암베르 성은 영화 속 그대로 현지에 존재합니다. 영화를 다 보시면 암베르 성을 방문한 것보다 내부를 더 잘 보게 됩니다. (돈 번 거예용) 500년 전 이야기지만 스케일이 크고 재미있습니다.
2. 세 얼간이
이 영화는 세계적으로 히트하였습니다.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인 드라마라 가족이 함께 보시면 더 좋습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호수는 레에서 150Km 떨어져 있는 판공초 호수입니다. (해발 4,100m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염호) 앞부분부터 차분히 읽어 오셨다면 레와 판공초에 대해서는 잘 아시겠지만 복습하는 의미에서 몇 가지 포인트 다시 정리합니다.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해발고도 5,360m 타그랑라와 5,320m 창라를 넘어야 합니다. (참고로 레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동차 도로 1, 2, 3위가 모두 있습니다. 타그랑라는 두 번째, 창라는 세 번째 높은 도로며 제일 높은 도로는 레에서 누브라 밸리 가는 길에 있습니다) 판공초 호수를 본다는 것은 일반 관광지를 가는 것과는 개념이 다릅니다. 이곳을 다녀온 사람은 세상 어디든 다녀올 수 있는 자격증을 얻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3. 내 이름은 칸,
4. 비르와 자라,
5. 신이 맺어 준 커플
요즘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우 "샤룩 칸"이 주연한 영화입니다. (소개하는 9편의 영화 중 샤룩 칸이 주연하는 영화가 3편, 국민 배우라는 칭호가 어울립니다.
"내 이름은 칸"은 미국에서 올 로케이션 한 영화로 세계적인 히트작입니다. 인도를 보는 것이 아니고 인도의 감성이 담긴 미국 영화를 보시게 되지만 분명 인도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비르와 자라"는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파키스탄과 인도의 관계를 아는데 도움이 될 영화로 감동 러브스토리입니다.
"신이 맺어 준 커플"은 인도 현지에서 대 히트한 뮤지컬입니다.
인도 북부 펀잡주가 주 무대로 시크교도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황금빛 사원은 펀잡주의 주도 암리차리에 있으며 시크교도의 성지로 실제 순금으로 덮여 있습니다. 이 사원은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한 "죽기 전에 가 보아야 할 50곳" 가운데 6번째로 선정되었습니다. 암리차르 소개는 할 이야기가 많아 뒤로 미루겠습니다.
6. 블랙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했고 관객의 평도 좋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관객 대부분 이 영화가 인도 영화라는 걸 모르고 지나칩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짧고, 인도 영화 특유의 춤과 노래가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의 톤도 블랙이라는 이름에 맞혀 검정, 백색, 청색이 주를 이루며, 아주 세련된 영국풍 영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실제 영화의 무대며 로케이션 장소인 "쉼라(Shimla)"는 히마찰 프라데시주의 주도로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의 여름 휴양지로 가꾸어졌기 때문에 영국식 건물이 주류를 이룹니다. (앞서 소개한 레, 라닥편의 마날리와 가깝고 비슷한 분위기의 도시입니다) 지금도 쉼라는 뜨거운 여름을 피하는 인도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입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헬렌 켈러" 전기를 인도판으로 옮겨 왔습니다.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아를 헌신으로 돌보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감동적입니다.
7. 청원
이 영화 눈여겨보십시오. "블랙"을 만든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이 4년 후에 만든 작품입니다. 이 감독의 미적 감각은 남다릅니다. (CF를 찍다 감독이 된 애드리안 라인 감독이 생각나네요) 이번에도 장애인을 주인공 내세워 무거운 주제 안락사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는데 화면은 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아마도 두 시간짜리 뮤직비디오나 광고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을 겁니다. 단, 인도가 이렇게 몽환적이고 깨끗한 곳일 거라고 착각하시면 곤란…. 이 영화의 무대는 남인도 고아입니다. 비주얼 뛰어나고, 음악도 좋고, 내용도 적당히 감동적입니다. 중반부 주인공이 부르는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가 또 다른 맛이 있네요.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굿모닝 베트남"에서 처럼....
8. 카하아니
특이하게 주인공이 임산부입니다. 배부른 여자를 두 시간 넘게 지켜 다는 자체가 고역일 거라 생각하시면 오산. 실종된 남편을 찾아 사건에 연루되는 과정이 스피디하진 않아도 나름 긴장감 있습니다. 영화의 무대는 인도 동부 켈커타고요. 정리되지 않은 뒷골목과 시장 풍경이 실제와 닮아서 인도 같습니다. 추리물 좋아하시면 재미있습니다.
9. 라아바난
인도의 액션물입니다. 2010년 부산 국제 영화제 초청작으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이 영화는 똑같은 내용을 다른 배우를 써서 힌디어와 타밀어 두 편을 동시에 찍었다고 합니다. (인도는 나라가 커서 남인도 타밀어와 북쪽 힌디어가 다릅니다) 더빙으로 처리하지 않고 같은 장면을 다른 배우로 반복해서 찍었다는 것이 특이해서 봤습니다. 치마 입은 남인도 남자들도 액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본 좋은 영화가 다섯 편 정도 더 있는데 다른 페이지도 마무리해야 하니 다음으로 미루고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