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공연
앞에서도 누누이 강조했지만, 중국에서 가장 신기하고 아름다운 산수 3곳을 추천하라면 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장가계, 계림, 구채구를 꼽습니다. 그다음은 황산이 되겠지만, 여타 다른 곳도 나름의 특색이 있어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Big 3는 어디에도 비교할 대상 없는 독보적인 곳이 아닐까 합니다.
이 중에 계림은 서양 사람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관광 인프라 조성이 잘 되어 있고, 사계절 따뜻하고, 느긋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이 서양 사람들의 여행 패턴과 맞아서 그럴 거란 추측을 해봅니다.
"계림산수갑천하 양삭산수갑계림 (桂林山水甲天下, 阳朔山水甲桂林)"
계림의 산수는 천하제일이요, 양삭의 산수는 계림에서 Top이다. 중국에 있는 말입니다. 어떤 상인이 간판을 내걸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싸게 파는 집" 그 옆에 다른 상인 간판을 걸었습니다. "이 동네에서 가장 싸게 파는 집" 과연 어떤 집이 더 싸게 팔고 있는 거죠?
장예모 감독의 인상 시리즈 1.
인상유삼저 印象劉三姐
이곳을 2003년 이 전에 방문하셨다면 큰 볼거리 하나를 놓친 셈입니다. 그게 바로 장예모 감독이 중국 정부와 합심하여 야심 차게 만든 인상 유삼저입니다. 이 프로젝트 이후 장예모 감독은 중국이 자랑하는 관광지에 이런 공연을 하나둘씩 추가 하고 있습니다. 그 공연들 앞에 붙는 타이틀이 바로 인상/impression 입니다.
2008년 북경 올림픽 개막식 중계를 보면서 인상유삼저가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인상유삼저 공연 연출에서 2008년 북경 올림픽 계패회식을 모두 연습했다는 편이 오를지 기본을 빌린 우려먹기라고 해야 할지는 판단이 서지 않더군요. 아무튼, 이 공연을 만들면서 장예모 감독은 앞으로 만들 모든 공연 연출의 기틀을 잡은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장 감독 특유의 화려한 조명 연출은 이곳에서 모두 테스트를 끝냈다고 보입니다.
아. 중요한 부분. 착각하지 마세요. 계림이라고 하면 행정구역상 계림시 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봉긋한 봉우리가 엄청나게 넓은 지역에 거쳐 퍼져있습니다. 계림 산수의 하이라이트는 계림에서 시작하여 양삭이라는 지역까지 거의 반나절 배를 타고 가는 동안 볼 수 있는 풍경인데요. 봉긋봉긋한 봉우리가 워낙 많아서 얼마나 되는지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만 곳곳의 말이 달라 신빙성이 전혀 없습니다.
중국 현지 가이드들은 3만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이런 봉우리가 3만 개까지는 아닐 것 같고, 진짜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는 됩니다. 아무튼…. 인상 유삼저는 계림시에 공연장이 있는 것이 아니고 양삭(양수오)에 있습니다. 계림과 양삭(陽朔, 양수오)까지의 물길거리는 약 80㎞…. 버스로는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거리입니다. * 인상 유삼저 공연장은 계림이 아니라 양삭입니다.
이 공연 배경을 간략 소개를 하자면...
공연을 준비한 기간은 5년 5개월, 출연 인원 600명이라고 공식 홈에 쓰여 있습니다. 특별한 안무와 노래를 하는 주연급 배우를 제외하면 모두 현지 주민으로 구성됩니다. 전용 예술학교를 설립할 정도로 지역 발전을 위해 준비부터 공을 들였습니다. 공연은 연중무휴로 진행되나 야외 공연 특성상 이강의 강물이 불어나면 안전 때문에 공연이 취소됩니다. 큰비가 아니면 공연이 중단되는 일은 없습니다. 기상상태를 살펴 입장 시 관객에게 우의를 지급합니다. 객석의 수는 3,500석으로 밤에만 진행되며 매회 빈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성수기 때는 2회 공연도 종종 합니다.
참 어마어마한 관객이죠? 일 년 통상 100만 이상이 이 공연을 보는 셈인데요. 중국이 아니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사계절 따뜻하여 연중 공연이 가능하다는 것도 출연자들의 안정된 수익 보장에 좋은 조건입니다.
특별한 무대
인상유삼저가 다른 공연과 차별이 되는 점은 바로 특별한 무대입니다. 실내에서는 불가능한, 거대한 자연이 그대로 무대가 되는 점은 높이 살 만합니다. 멀리 떨어진 12개 봉우리에 한꺼번에 조명을 켜는 깜짝쇼는 대단하다는 말 밖에….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입장료를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극장의 이름을 산과 물이 어우러진 "산수 극장"이라 부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이강을 무대로 공연이 펼쳐집니다. 무대가 교묘하게 자리를 잡아서 공연장이 아니면 이런 풍경을 볼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깜깜한 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저렇게 조명이 들어오면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이 장면 하나로 입장료 198위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상 유삼저 스토리
‘유삼저’는 유씨 집안의 셋째 딸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엔 “셋째 딸은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말이 있는데 중국도 그런가 봅니다. 욕심 많은 지주가 셋째 딸을 탐하지만, 역경을 딛고 사랑하는 목동과 맺어진다는 이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줄거리입니다. 이 지역 소수민족인 장족과 묘족의 노래로 극을 이어가서 중국 사람들도 뜻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합니다. 주제만 알면 극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장예모 감독은 영화 영웅에서 3개의 장을 세 가지 색으로 표현한 것처럼 인상유삼저를 7개의 색으로 나누었습니다.
1. 화이트 - 프롤로그
2. 레드 - 전통 민요
3. 그린 - 정원
4. 골드 - 고기잡이 등불
5. 블루 – 사랑 노래
6. 실버 - 축제
7. 블랙 - 에필로그
공연 입장료는 보통석 198元부터 시작하여 238元, 320元, 480元, 680元 까지 다양합니다. 그냥 쉽게 추산해 보았습니다. 일반석 입장료 198元이면 우리 돈 36,000…. 그냥 4만 원 잡고 1년에 100만 명 입장하면 연 매출 400억. 적은가요? 그냥 차 떼고 포 떼고 이 공연 하나에 먹고 사는 인원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출연자와 스텝, 관리 요원 등, 공연 하나에 천명의 소득원이 확보된 셈입니다. 아이고~~ 제 이야기는 자꾸만 샛길로 빠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