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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Feb 14. 2017

세상의 절반, 이란 "에스파한"

IRAN, 내 친구 집은 어디인가?

이란의 많은 여행지 중 가장 특별한 곳 한 곳을 뽑아 소개합니다.

에스파한은 이란 중부 에스파한 주의 주도. 인구 150만 정도로 이스파한 (Isfahan)이라고도 합니다. 이란 제3의 도시로 테헤란 남쪽 390Km, 해발고도 1,590m의 고원에 있으며, 연 강수량이 109㎜로 비가 아주 적게 옵니다. 흔히 에스파한을 “세계의 절반”이라고 부릅니다. 이 말은 사파비조(Safavid: 16C~18C)의 압바스 1세가 1597년 수도를 카즈빈에서 이곳으로 옮기면서 많은 건축가와 공예 인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라고 지시한 결과랍니다. 17세기 중엽에는 162개의 모스크, 1,802개의 캐러밴 사라이라는 대상들의 숙소가 있었다 하고, 그의 통치 기간에는 사파비 왕조의 황금기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이란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에스파한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할 겁니다. 에스파한은 현재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맘 스퀘어]


아바스 1세부터 건설한 도시의 중심부 이맘 호메이니 광장 (Emam khomeini Square)은 현지 말로는 메이다네 이맘 호메이니 (Meydan-e Emam khomeini) 또는 "Naghsh-e jahan"입니다. 건물로 둘러 싸인 형태의 광장으로는 세상에서 제일 크다는 "이맘 호메이니 스퀘어"에서 하루를 보낼 예정입니다. 1612년에 지어진 이 건물들은 한 변의 길이가 500m와 160m의 직사각형으로 남측 중앙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모스크라는 "이맘 모스크"가 있고, 동쪽 중앙에는 "세이크 로트폴라 모스크", 서쪽에는 "알리 카프 궁전"이 있습니다.


소문대로 광장에 들어서자 멋지다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2층으로 지어진 건물이 담장 구실을 하여 다른 세상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비췻빛으로 빛나는 이맘 모스크의 곡선이 커다란 직선과 대비되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모스크의 돔과 기하학적인 무늬들의 아름다움을 알고 나면 헤어 나오지 못할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죠. 폴로 경기를 전망하던 곳이라는 알리카프 궁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이맘 스퀘어의 모습은 또 다른 분위기입니다. 밤에 보는 이맘 스퀘어는 낮의 어수선함을 깔끔히 정돈해 버리죠. 이래서 해질 녘에 보는 이맘 광장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을 겁니다.


* 이맘 모스크 (The Royal Mosque)

건축가 오스타의 설계로 18,000,000개의 벽돌과 472,500개의 엷은 파란색 타일로 장식된 이란 건축 예술의 걸작품. 30m의 장엄한 정문과 높이 54m의 중앙 돔, 42m의 첨탑 등은 페르시아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며, 내부의 타일 장식은 화려함의 극치를 달려 보는 이의 탄성이 터져 나오게 합니다. 전체 건물은 메카를 향해 세워져 방향이 틀어져 있고 빛에 따라 돔의 타일 색이 변화하며, 돔 중앙의 회색빛 돌 위에서 바닥을 두들기거나 박수를 치면 7번의 울림을 울린다고 하여 이곳에서 사람들은 발을 굴리거나 박수를 많이 칩니다. 양쪽으로 난 홀과 돔의 공간이 사원의 음향시설 역할을 한다고 하는군요.


* 알리 카푸 궁전 (The Royal Palace)

사파위 조의 힘과 권위를 유감없이 발휘한 궁전으로 6층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건물의 계단은 가파르고 좁게 설계되었으며, 현관의 벽화와 모자이크는 많이 훼손되었으나 천장의 장식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 쉐이흐 로폴라 모스크 (Lotfallah Mosque)

알리 카푸 왕궁과 마주하고 있는 사원으로 이슬람 시아파의 거두인 쉐이흐 로폴라(Sheikh Lotfollah)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아름답게 장식된 사원의 타일 장식은 시간과 빛에 따라 멋지게 변화하여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특이한 점은 첨탑이나 정원이 없다는 것인데, 이는 여자 왕족들이 일반인에게 얼굴이 보이지 않게 기도에 참석하도록 궁전과 사원을 연결하는 지하터널을 만들어 출입하였다고 합니다.


* 체헬쏘툰 (Chehel Sotun)

체헬쏘툰 궁전은 이맘 광장의 알리카푸 궁전 방향 문으로 나오면 길 건너편에 있습니다. 이 궁은 이맘 광장과 마찬가지로 압바스 1세 때 짖기 시작하여 50년 후 1647년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화재로 전소하였다가 다시 지어졌습니다. 이 작은 궁전이 유명한 이유는 아름다운 정원과 테라스 때문입니다. 체헬쏘툰이라는 말은 이란어로 40개의 기둥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이 궁전에서 보이는 기둥은 20개밖에 없습니다. 상상력을 좀 더 동원하여 궁전의 정원 연못에 비친 반영을 보면 40개의 기둥이라는 말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이맘 광장을 가셨다면 체헬쏘툰도 꼭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궁전의 용도가 아닌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내부 전시품을 돌아볼 틈도 내셔야 합니다. 전시품 중 유명한 물품 중 하나는 10세기경에 쓰인 코란입니다. 이 코란은 궁전 입구 문 위에 올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슬람 전통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 코란 밑을 지나가는 풍습이 있는데 책을 문 위에 놓아두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사람들이 축복을 받으라는 의미입니다.



"아이 러브 코리아" 내가 코리안인 걸 어떻게 알았을까? 차 한 잔 마시고 가라며 카펫 가게 아이가 아는 척을 합니다. 장삿속인 줄 뻔히 알면서도 못 이기는 체 가게에 들어가 잘 우려낸 페르시안티를 한잔 얻어 마셨습니다. 이란 홍차는 색이 곱고 맛이 참 깔끔합니다. 마시는 방법도 상당히 독특하여 재미가 있습니다. 일단 각설탕을 차에 적셔서 입에 물고, 천천히 차를 입 사이로 흘려 넣으면 서서히 설탕이 녹아 달콤한 차가 절로 목을 타고 흐릅니다. 처음 한두 번은 차에 설탕을 넣고 저어서 마셨지만, 이 방법이 훨씬 더 정겹고 재밌었습니다. 가끔은 각설탕 대신 끓여서 식힌 노란 설탕을 사용합니다. 단 걸 좋아하는 저는 이것이 더 좋습니다. 이것저것 늘어놓으며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하지만, 나에겐 그림의 떡,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정중히 물러 나왔습니다. 가끔은 확실하고 단호한 행동이 뒷맛을 더 개운하게 합니다.


은세공품 점도 돌아보고, 도자기 가게도 돌아보고…. 이맘 스퀘어의 상가는 수공예품을 직접 만드는 곳이 많아서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호스텔과 붙은 식당에서 제대로 된 점심 겸 저녁을 먹었습니다. 물 1ℓ 포함, 21,000리알 (4,000원) 깨끗하고 먹을 만했습니다.


[ 에스파한의 다리들 ]



에스파한은 자얀데 강(Rud-e Zayande)이 흐르고 있어 더 아름답습니다. 강과 도시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오래되고 유명한 다리들이 많은데 에스파한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다리는 1602년 건설된 시오 세 폴(Si-O Se Pol)입니다. 시오 세는 33, 폴은 다리란 뜻으로 교각이 33개라서 붙여진 이름이며 차량 통행이 금지된 인도교입니다. 다리의 길이는 160m, 다리 밑에 전통찻집이 있어 페르시안 티와 물담배를 즐기는 사람들로 늘 붐빕니다. 사산조(Sassan) 양식의 댐 형식으로 만들어진 폴 레 카쥬 Pol-e Khaju (카쥬 다리)는 아름다움에서 시오 세를 앞지르죠. 티무르의 통치 시기에 세워졌고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된 것은 1650년 압바스 2세에 의해서입니다. 2층으로 된 이 다리의 중앙에는 왕이 임시로 머물렀던 방도 있습니다.


[ 졸파(Jolfa)구역 ]


이란에서 아르메니아 정교회를 본다는 것이 좀 이색적이지 않습니까? 1606년에 세워졌다는 아르메니아 정교회 구세주 성당 (Vank chathdral)에 택시가 섰지만, 교회 문 앞에서 자칫 지나칠 뻔했습니다. 작지만 독특한 형식의 종탑과 성당. 내부 타일과 페인팅 벽화에서 예사롭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죠. 유럽에서 보아 온 성당과는 또 다른…. 다만 성당 내부를 찍을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쉽긴 합니다.



졸파(Jolfa)구역은 오래전부터 이란에 살아온 아르메니아인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사는 지역입니다. 아르메니안은 대부분 아르메니아 정교회를 믿기 때문에 종교적인 박해가 없어도 이슬람 지역에서 살기 어렵습니다. 에스파한에는 6만 정도의 아르메니안이 한 곳에 모여 사는데 이 구역의 이름을 New Jolfa라고 합니다.



성당 곁 박물관의 전시품 중 대부분은 손으로 쓰인 책들인데 특이한 소장품 중 하나를 꼽으라면 확대경으로 보는, 도금한 머리카락에 쓰인 성경 구절입니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성경도 있고 렘브란트의 그림도 있었다는데 난 멀 보고 다닌 걸까? 어쨌든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그림의 내용을 기억하려고 성당 벽화 카탈로그 하나를 샀습니다. (벽화는 20개로 나누어 구약과 신약 부분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노아의 방주. 바벨탑. 모세의 기적. 아브라함과 이삭. 요나와 고래, 예수의 잉태와 수난, 부활, 승천 등) 입구 좌측에 성화를 켜둔 기념비가 있어 궁금하여 자료를 찾아보니 1차 대전 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터키인에게 학살된 아르메니아 사람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였습니다. 아르메니아…. 그리고 아제르바이잔…. 다음 여행지로 이곳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성당 옆 유럽 분위기 카페에서 망고주스 한잔과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피곤이 너무 쌓이나 봅니다. 나도 몰래 눈이 스르르 감겨왔습니다. 30분쯤 졸고 났더니 다시 원기 회복. 근처에 있는 베들레헴 성당을 쉽게 찾아 이번에는 확실하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곳은 비싼 입장료도 없고 마음대로 사진 찍으라고 허락해 줘서 덕분에 한 장 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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