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체험
어슬렁거리는 말을 여러 번 탄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아무 생각 없이 말 등에 올라탔습니다. 한참을 어슬렁거리다 안내를 하던 마부가 말고삐를 어느 순간 저에게 넘겨주더군요. "흐흐 신난다. 한번 뛰어보면 어떨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해드려야 재미있을 겁니다. 돌아와서 일주일간 의자에 편하게 않지 못했다는 사실. 컥컥. 예~~ 제가 좀 주제넘었습니다. 말 타는 자세에 대해 강습을 조금 받았어야 했는데요. 시건방을 떨고 그냥 말에 올라타 희희낙락한 죄죠. 그래도 그렇지 함께 간 친구라는 넘들이 어떻게 생초보를 말에 태우고 질주를 할 수 있습니까? 골탕먹이려고 처음부터 작정한 겁니다.
후유~ 첫 30분쯤 멋모르고 끌려다니는 동안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휴식할 때 엉덩이가 너무 아파 팬티 속에 손을 넣어 봤습니다. 에구머니~~ 피가 묻어나옵니다. 쓰리고 아리고…. 빨갛게 단 화로에 덥석 앉은 꼴입니다. 그제야 기마 자세가 왜 필요한지 알았습니다. 안장의 끈을 다시 조이고 발의 높이도 조정하고, 그다음 쓰린 엉덩이를 쳐들고 말을 타는데 왜 그리 재미있던지.^^
예~ 몽골에서 말타기는 장난이 아닙니다. 어슬렁어슬렁은 거의 없습니다. 조금 가면 타닥타닥.... 그러다가 조금 더 신이나면 껑충껑충. 켁켁. 잘못하면 낙마를 하여 크게 다칠 수 있으니 긴장에 긴장....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다리에 힘 빼고 엉덩이로 지탱했다가는 바로 내장이 뒤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엉덩이 까지는 건 뻔할 뻔 자.
말이란 놈이 초보자를 바로 알아보더군요. 뛸 때 리듬을 못 맞추면 푸르륵대며 화를 냅니다. 그리고 서버리던지 기회만 나면 은근히 골탕을 먹입니다. 얕은 나무가 있으면 꼭 그 밑으로 들어가고, 큰 나무를 지나칠 때면 나무에 바짝 붙어갑니다. 내 머리? 내 다리? 상황 이해되십니까? 나쁜 놈. -년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말들이 아주 영악합니다.
다음날 또 탔습니다. 이렇게 재밌는 놀이를 안 할 수가 없죠. 말 타는 값도 너무너무 쌉니다. 한 시간에 3불... 앗싸. 이번에도 마찬가지... 아무리 용을 써 봐도 까진 엉덩이는 조금 더 까지고... "깐 엉덩이 또 까!"
테를지에 와서 또 탔습니다. 상황은 전과 동! 이번엔 "안 깐 엉덩이 골라 까!" 집에 돌아와 마누라한데 엉덩이를 보여주었더니 얼마나 무신경하면 그럴 수 있냐고 혀를 찼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내 뱉은 한마디가 내 가슴에 못을 박았죠. "고소하다~."
내가 뭘 그리 잘못하는데 이런 게 고소하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