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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bia 김흥수 Mar 06. 2017

하늘을 날다.^^
포카라 페러글라이딩

이색 체험

무거운 마음으로 잠에서 깨어 커튼을 걷을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하늘이 흐려있다면…." 소리 없는 원성이 들리는듯하여 살짝 커튼을 젖혔습니다.


통상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를 이동할 때 단체팀을 세팅하면 육로 이동을 합니다. 항공 이동하면 요금이 올라가는 점도 있지만, 기상 상태가 나쁘면 오전에 칙칙한 포카라에서 할 일이 없어지고,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비행시간 탓에 다음 일정이 차질을 빚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우겨서 카트만두 이동을 항공편으로 바꿨습니다. 2월의 기상상태라면 최소한 비행시간에 차질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저의 여행 운도 그리 나쁜 편이 아니고,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여행에 관한 한 특별한 운을 타고났습니다) 이번 팀의 분위기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호텔 창을 열자 나타난 마차푸차레


창밖 풍경에 환성이 절로 나옵니다. 야호~~. 아침 시간이 갑자기 바빠졌습니다. 이런 날 패러글라이딩을 하지 못하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릅니다. 30분에 100불이면 싼값은 아니지만 이런 기회가 언제 또? 돈보다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20명 중 용기 있는 아홉 분은 사랑코트 하이킹 중간에 패러글라이딩하여 산에서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맑은 날 포카라에선 마차푸차레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때 음악이 빠지면 안 됩니다. 일단 "레썸필리리"로 분위기 업 시키고, 요들송 나와 주시고, 그다음은 고향의 봄이 나가십니다. 여행 준비를 할 때 512기가 DMP에 미리 선곡해둡니다. 기상상태, 장소, 시간에 따라 적절한 음악이 주는 감동은 여행의 기쁨을 배가합니다. 물론, 나라마다 다른 차량 시스템에 맞추려고 제 가방은 늘 무겁습니다.


사진의 MP3는 벌써 분실하고 이제는 DMP로....


정말 오늘의 기상 상태는 100점 만점에 110점입니다. 여행 인솔에서 가장 보람된 때가 있다면 고객이 만족하는 순간입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요소입니다.




페러글라이더를 운반하는 포터와 사랑코트 가는 길


패러 장소에 도착했지만 무조건 뛰어내릴 수는 없습니다. 적당한 상승기류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흥분을 가라앉힙니다. 짧게 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캥거루처럼 얹혀서 가기 땜에 이륙과 착지 시 조종사와 호흡을 맞추는 건 필수입니다.


이륙 준비 대기


앞에 세 분은 아주 가뿐하게 이륙에 성공하여 미끄러지듯 하늘을 활공합니다. 

참 쉽네요. 과연 그럴까?



이번엔 내 차례. “레디... 워킹.... 풀파워.... 꽈다당.!!!” 이거 멍뮈?

집에서 키우는 닭도 웬만한 거리는 나는데…. 그냥 땅바닥에 패대기 쳐졌습니다.

으휴~~~ 맨땅에 헤딩한 기분이 알딸딸합니다.


패러 조종사가 엄청 미안해합니다. “노 플러브럼. 아임 오케이.” 

오히려 제가 조종사를 달래주고, 조금 기다렸다 2차 시도!. “레디... 워킹.... 풀파워.... 다다다다닥!”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듯하다가..... 꽈다당!!! 

아이고~! 이번엔 충격이 아주 큽니다. 하늘에 잠시 떴다 추락하여 어깨부터 머리가 땅에 처박혔습니다. 

정신이 멍~~~.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면 머리에 구멍이 하나쯤은 뚫렸을 듯. 

그~~~ 손이 몇 곳 긁히고 왼쪽 팔이 욱신욱신…….


조종사가 너무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네요. 

이건 머 정신 가다듬는 건 둘째고 조종사 위로하느라 내가 더 침착해집니다. 

개 코나…. 까진 손도 아프고 머리는 멍하고 왼쪽 어깨는 욱신거리고…. 그래도 기분은 상쾌! 

나중에 보니 제 점퍼에 구멍이…. 아픈 건 참겠는데 노르웨이에서 거금 주고 산 H/H 점퍼가 아까워서 훌쩍! 


이 부위가 맨살이나 얼굴이었다면..... -!-


이번에는 자리를 옮겨 세 번째 시도. “레디... 워킹... 풀파~~.... 스톱!!!!!!!!”

이궁~~~~. 우린 안 되나벼~~~~. 

이렇게 퍼덕거리다 네 번째에 하늘로 가비얍게 날랐습니다. 두둥실~~~ 앗싸!! 

이리 쉬운 걸 왜 헤맸지?


일단 고공에 안착하고 배낭에 넣어 둔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는데 또 문제가 헬헬~

카메라도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나 봅니다. 노출이 지멋대로 왔다리 갔다리~~~. 

렌즈 빼서 다시 끼고, 테스트하고, 하늘에서 땅은 안 보고 카메라만 만지작만지작....


아~~ 아까운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틈틈이 내려다보는 풍광은 장관이고...

에라 모르겠다. 수동으로 전환하여 몇 컥 찍은 다음 나머지 시간을 음미했습니다. 


자~ 보시지요. 몇십 컷 중에 우연히 노출이 맞은 사진 몇 장~~.



그리고 아래 사진은 패러 조종사가 옵션으로 찍어주는 170도 와이드 카메라에 담긴 모습. 

(사진과 동영상 CD에 담아 20불에 팝니다.^^)


암튼~~ 기분 짱이에요! 100불 전혀 안 아깝고 CD 20불도 기념으로 쓸 만합니다.

포카라 패러글라이딩 원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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