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체험
사막 이야기 나온 김에 하나 더 해드리겠습니다. 앞에서 명사산 사구가 멋지다고 자랑을 했는데 원본 중동의 사막을 안 가볼 수 없습니다. (이전 글을 안보신 분은 아래 링크를...)
중동의 사막은 황금처럼 빛나는 고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지고, 예쁜 오아시스가 드문드문 보이면서 낙타를 끌고 가는 대상이 저 멀리 신기루처럼 나타나고, 검은 베일을 쓴 처자가 그윽한 눈망울로 목마른 나그네에게 조롱박을 건네주는 곳이라고 말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카카
https://brunch.co.kr/@utbia/186
지구 전체 사막 중 사구가 있는 모래사막은 10%도 안 된다는 것 앞에서 말했습니다. 실제로 사막을 만나면 먼지만 대빵 휘날리고 낭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기 어려운 자갈밭을 헤매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말도 했습니다. 그럼 열사의 나라 중동은 어떨까요? 혹시나 해봐야 역시나 입니다. 황금모래가 보이는 사구는 중동 지역에서도 귀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실망은 마십시오. 먼지 속에서 눈을 씻고 찾아보면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올 만한 미녀가 있을지 모르잖습니까?
하지만, 사막의 꽃 귀한 모래를 실컷 밟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름도 거창한 사막 사파리!
두바이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웬만큼 우리의 기호를 충족해줄 꽤 넓은 사막이 나옵니다. 모래도 곱고 지형도 평탄하고…. 시간이 있다면 온종일 사막체험을 하거나 낙타를 타고 며칠간 탱자 탱자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단체 관광객들은 사막을 차로 질주해 보는 반나절 투어를 선택하게 됩니다.
오후 3시경 시내에서 미팅.
랜드 크루저에 6명씩 탑승하고 시내를 벗어나 집결.
사막을 한 시간 정도 달려서 일몰 포인트 도착.
휴식과 함께 일몰 감상.
다시 차를 타고 바로 사막을 벗어나 베두인 캠프로 이동
이곳에서 전통식으로 저녁 식사.
음료수는 모두 무료 제공됨.
벨리댄스 공연, 물담배와 전통복장, 헤나(문신 그리기) 체험.
식사 후 적당한 시간에 시내로 돌아오면 밤 10시경 투어 완료.
두바이에서 진행하는 사막 사파리는 대개 오후 3시쯤 출발합니다. 3~40분을 달려 두바이 시내를 벗어나면 본격적인 사막이 나오고 길옆에서 같은 회사 소속의 차들이 모여 무리를 이루어 진행합니다. 일단 랜드 크루저 타이어에 적당히 공기를 빼서 사막을 달리기 좋은 상태로 만든 다음, 인솔하는 차를 따라 수많은 차가 사막을 달리는데 평평한 사막을 차로 달리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시겠지만 그게 아닙니다.
멀리서 보면 평탄할 것 같은 사막이 다가서면 굴곡이 얼마나 심한지 차를 타고 간다기보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습니다. 당연히 길은 없고 기사의 감각에 따라 사막으로 나가는데 종종 무리에서 이탈하는 차가 생겨서 계속 휴대전화기로 낙오된 차의 위치를 확인하더군요. 긴장감 만점에 멀미 확률 99%~~.
우리는 한 차에 6명씩 4대에 나누어 탔는데 4분은 혹독하게 멀미를 하여 위생봉투 신세를 졌고, 절반은 사막에 내려놓으니 기진맥진. 다시 차를 타기 무섭다고 징징…. 저 역시 이런 탈것들에 익숙해서 맨 앞자리에 타고 열심히 셔터를 누르다가 나중에는 속이 좋지 않아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사막 질주가 끝난 다음 저녁 여흥은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전통 음식이 양고기나 닭고기를 바비큐 한 것이 대부분이고 쌀은 역시나 불면 날아갑니다. 현지체험이라는 의미에서는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지만 우리의 입맛에는 썩 당기지 않을 겁니다. 벨리댄스는 애교로 잠시 봐줄 만하고 헤나나 물담배 같은 것은 기분에 따라 즐기면 됩니다. 중동지역 여행이 처음이시라면 이 분위기도 꽤 괜찮으실 겁니다.
여행에서 분위기에 빠져들면 즐겁고 행복해지지만 낱낱이 분해하여 따지기로 들면 기분 엉망이 될 수 있습니다. 여행은 스스로 적응해야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중동의 꽃이라 불리는 두바이를 방문하시면 시내만 보지 말고 한 번쯤 사막 사파리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날 모래에 빠진 차가 많아서 일몰 사진은 아쉽게 없습니다. 대신 사파리 중, 차 앞에서 찍은 사진 올려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