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자연
간단한 중국의 BIG 4 소개에 이어 신기한 자연 하나를 더 추가합니다. 실크로드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사막과 낙타, 줄지어 가는 대상 그리고 오아시스. 이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한 곳이 바로 둔황의 명사산과 월아천이 아닐까 합니다.
명사산
지구 전체 사막 중 사구가 있는 모래사막은 10%도 안 된다는 것 아십니까? 실제로 사막을 만나면 먼지만 대빵 휘날리고 낭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기 어려운 자갈밭을 헤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둔황의 명사산은 다릅니다.
바로 곁에 마을이 있는데 거짓말처럼 눈앞에 모래 산이 나타납니다. 바람이 불면 모래 산이 사라질 만도 한데 항상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자체가 신기합니다. 예쁜 처자가 맘도 곱다는 말처럼 명사산의 모래는 색도 곱고 예쁩니다.
둔황에서 시작되는 사구의 크기는 동서 40㎞, 남북 20㎞로 대단히 큰 모래사막입니다. 바람에 날려 굴러다니는 모래 소리가 관현악기 소리처럼 들린다 해서 명사(鳴砂)산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사막, 또 고개를 돌리면 도시입니다. 명사산은 모래가 얼마나 고운지 발을 한발 내디디면 이렇게 무너져 내립니다.
월아천
명사산에 월아천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유명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말 그대로 내용 없는 찐빵이 되는 셈이죠. 월아천은 모래 속에 숨겨진 비경입니다. 사방이 모래로 둘러싸여 다가가지 않으면 절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모래 속에 신기루처럼 불쑥 나타나는 작은 오아시스라 더 아름답죠. 현실 같지 않아 영화 세트를 마주한 기분이 듭니다.
선녀의 눈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라는 슬픈 전설을 담은 월아천. 오래전에 지어진 도교 사원이 초록빛 나무와 파란 물과 너무 잘 어울립니다. 중국에서 본 사원의 지붕선 각도 중 가장 편안하고 멋들어진 지붕입니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월아천은 쿤룬산 빙하가 녹아 사막 아래로 흘러 이곳에 샘을 이룹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월아천도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3천 년 동안 마르지 않던 물이 점점 말라가고 있답니다. 1960년대까지 이 오아시스의 수심은 평균 4~5m, 최대 수심 7.5m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현재는 평균 수심 1m, 최대 수심도 2m가 안 된다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둔황 일대에 농지를 개간하면서 지하수를 퍼 올리자 월아천의 수위가 덩달아 낮아지는 것입니다.
지금 월아천에 인공으로 물을 대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데 근거가 확실치 않습니다. 호수 바닥을 풀장처럼 만들지 않고 물을 주입한다 해서 수위가 올라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비경이 사라지지 않고 후대에 전해지길 맘속으로 빌어주고 왔습니다.
막고굴
막고굴은 명사산 동쪽 기슭에 있는 사암 지역의 대단위 인공 석굴입니다. 중국 3대 석굴 중에서도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습니다. 이곳에 처음 석굴을 만든 사람은 서기 366년 낙준이라는 승려로 부처님의 계시를 받고 장인을 불러 석굴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번성기에는 1,000개가 넘는 석굴이 있어 천불동이라고도 불립니다. 이후 13세기까지 수많은 석굴이 만들어지고 파괴된 후 지금은 492개의 석굴이 남아 보존되고 있습니다. 이 석굴 안에는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조각과 벽화가 즐비하여 거대한 미술관으로 칭하기도 합니다.
중국의 관광지를 돌다 보면 깜짝 놀랄 만큼 앞선 시스템을 보고 놀라게 됩니다. 이제는 막고굴 출입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막고굴까지 상당히 떨어진 위치에 이렇게 거대한 건물이 세워졌군요. 예전엔 없던 건물입니다. 이곳에서 입장권을 사고 예약된 시간에 맞추어 입장하면 1호 극장으로 안내합니다. 10여 분쯤 영상으로 둔황 막고굴에 대한 포괄적인 안내를 해주는 것까지는 평범한 듯하였습니다. 2호 돔 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돔 스크린에 영상이 나오는 순간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막고굴의 중요한 석굴들을 실제처럼 생생하게 원형 돔 스크린으로 보여 주는데 영상기술과 처리방식이 뛰어나 저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한국인을 위한 오디오 서비스도 완벽했습니다. 한 가지 흠을 잡자면 해설자의 말투에서 남쪽이 아닌 북쪽 냄새가 난다는 점…. 하하
영상 관람이 끝나면 대형 버스로 진짜 막고굴까지 한참을 이동합니다. 에어컨 설비가 된 버스도 아주 좋습니다. 이런 시설을 갖추고 관리를 하여 입장료도 당연히 비쌉니다. 비즈니스센터 입장료 60위안, 막고굴 입장료 160위안. 해설사 통역비 20위안. 총 240위안 = 우리 돈 약 48,000 정도입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에서 세계 관광지 입장료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중국이 입장료 제일 비싼 나라로 꼽혔습니다. 중국 정부가 입장료를 높여서 밀려드는 자국 관광객을 통제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막고굴의 석실이 492개가 있지만, 관람객을 위해 문을 여는 곳은 몇 곳 되지 않습니다. 작품의 훼손을 막기 위해 개방을 하는 석실이 별도로 관리 되고 한국인을 위한 코스도 별도로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부터는 현지 해설사의 안내를 따라 움직이며 우리는 총 8개의 석실을 관람했습니다. 5개쯤 보고 나서 일행들 표정을 보니 어서 끝나기를 바라는 눈치가…. 저 역시 시원한 그늘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석실 내부는 사진 촬영금지입니다. 안이 어두워 플래시를 쓰지 않으면 사진을 찍을 수 없고요. 어둡지 않은 석굴이 있어 밖에서 몇 컷 촬영하였습니다.
낙타는 참 슬퍼 보입니다. 떼를 지어 쉬고 있을 때는 조용하기 그지없고…. 둔황의 낙타들은 길이 잘 들어서 고분고분하여 더 슬퍼 보입니다. 덩치도 의외로 커서 올라타면 우뚝 선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