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ss Band의 매력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추천 영화 두 편!
옛날, 옛날….
산 높고 물 맑은 심심산골, 꿈 많은 아이가 살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산은 늘 새 옷을 갈아입고 소년의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새와 노래하고, 들꽃과 이야기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태풍이 몹시도 거센 어느 날,
소년의 놀이터는 더는 그곳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살길을 찾아 머나먼 곳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너무도 낯선 땅….
이 아이에게 앞뒤가 뚫린 평야는 메마른 사막과 다를 바 없습니다.
꿈속에선 늘 고향의 산이 보이고, 큰 눈망울의 소가 고삐를 끌며 함께 가자고 졸랐습니다.
몇 년이 지나 꿈이 점점 사그라질 무렵….
훌쩍 큰 아이 앞에 음악이라는 새로운 친구가 나타났습니다.
너무 감격하여 잠을 이루지 못한 그 날 이후,
하루도 이 아이는 악보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잠시,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 때가 되면서부터
아이는 더 이상 나팔을 불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차가운 마우스피스를 입에 대고 호흡을 가다듬던 꿈을….
입술의 작은 떨림이 관을 타고 확장할 때의 느낌,
가슴 속까지 울리는 진동,
귓가의 공기가 묘하게 전율하는 기분,
여러 소리가 모여 절묘하게 어우러질 때의 무아지경에 빠져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리듬에 맞추어 엇박자를 연주할 때의 쾌감을….
트럼펫의 경쾌한 스타카토, 클라리넷의 현란한 트릴,
으르렁대는 트롬본, 튜바의 깊고 깊은 저음,
상반된 두 개의 곡이 교차하며 화음을 이룰 때의 짜릿함,
포르테 시모의 장중함과 숨이 멎을 듯한 피아니시모….
이 아이는 이제 중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 느낌을 잊지 못합니다.
"언젠가는 다시 연주할 거야."
그 언제가 흘러 흘러 40년이 훌쩍 넘고, 아직도 언제인지 기약을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 위 이야기는 영화 스토리가 아니라 저의 이야기였습니다. 죄송함다~~~^^.
감독 류장하 출연 최민식 개봉 2004 대한민국
한 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깁니다. 소심해지는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도피처가 필요한 청년…. 더는 추락할 곳이 없었습니다. 자괴감만 남은 노총각에게 사명이나 의지는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하루를 죽일 뿐. 어느 날 문득, 퀭한 두 눈으로 맑은 아이들에게서 타오르는 열정을 봅니다. 이대로 무너지기에는 너무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겠지요. 다시 시작합니다. 그리고 봄은 소리 없이 찾아와 만개한 꽃잎을 머리 위로 눈처럼 휘날립니다.
최민식의 "꽃피는 봄이 오면." 이 영화가 바로 꿈 많은 아이가 어린 시절 살았던 바로 그곳, 강원도 삼척군 도계읍을 무대로 중학교 밴드부와 한 남자의 만남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는 도계중학교 음악 선생님을 실존 모델로 각색해 나갔습니다. 스토리를 완전히 재구성했지만, 실제 선생님의 이야기도 알고 보면 참 대단합니다. TV 인간 시대를 통해 만난 이 음악 선생님의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처럼 감동적이었죠. 폐광으로 황폐해진 시골구석에서 아이들을 조련하여 우리나라 관악 계에서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 낸…. (도계중학교 밴드는 실제로 전국 관악 경연에서 우승할 만큼 쟁쟁한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내 고향 후배들에게 이런 실력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영화 거의 모든 로케이션도 도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출연진이 전문 배우 몇 명을 제외하고 실제 도계중학교 관악부 멤버라는 것도 놀랍습니다. 제 후배들은 인생에서 정말 멋진 경험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튼~~ 저에게 이 영화는 너무나 각별합니다. 제 고향, 그리고 저의 꿈이 담긴 관악부 이야기…. 더 이상 어떤 영화도 이 영화만큼 가슴에 와 닿지는 않을 겁니다. 내 꿈의 모든 것을 담아 준, 젊은 류장하 감독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어졌습니다.
이 영화는 어떤 분이 보셔도 "좋다"는 느낌을 받게 되실 겁니다. 사람이 따뜻한, 우리 주변의 이야깁니다.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고, 그리고 또 좌절하면 일어나 내일을 준비하는….
DVD 써플을 보면 최민식이 트럼페터 김평래 씨에게 틈틈이 사사를 받아 "연희의 테마"를 실제로 연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대단하군요. 트럼펫이라는 악기는 몇 개월 연습으로 제대로 소리가 나는 악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최민식의 연주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이래서 배우는 다르다고 하나 봅니다.
아쉽다면 브라스 밴드의 웅장하고 화려한 연주가 극 중에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아주 비슷한 “브래스드 오프”는 음악이 정말 좋았는데….
1996 / 드라마 / 영국, 미국 / 105분
감독 : 마크 허만 / 출연 :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타라 피츠제랄드, 이완 맥그리거
"Brassed Off" 이 영화가 출시되었을 때 제목이 저를 좀 당황하게 했습니다. Brass는 사전적 의미로 놋쇠나 금관악기를 뜻합니다. Brassed Off 라면... 무슨 뜻인지 참 모호하더군요. 이 영화가 브라스 밴드 이야기를 그린 영화여서 더 그랬습니다. 숙어집엔 be brassed off (with) 넌덜머리 내다, 지긋지긋해 하다. 이렇게 나오는데…. 무슨 영화 제목이 이렇다냐?
나중에 알았습니다. "Brassed Off"는 우리말로 "열 받아서 뚜껑이 벌컥 열리는 상태"를 뜻하는 영국 슬랭입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 제목이 좀 이해가 가는군요. 폐광을 앞둔 탄광 밴드 광부들이 참다 참다 드디어 뚜껑이 열린다는 그런 이야기죠. 그럼 우리나라 제목은 "뚜껑 열림" 이렇게 했어야 옳지 않았을까요?^^
"브래스드 오프"의 무대는 탄광이 많은 영국 요크셔 지방,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대처 수상이 영국의 산업을 재편성하면서 채산성이 떨어지는 탄광을 하나둘 폐광할 무렵을 그린 영홥니다. 평화롭던 그림린 탄광에도 어두운 분위기가 서서히 몰려오고, 당장 일자리가 없어지는 판에 팔자 좋게 연주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 하지만, 밴드 리더인 대니는 음악이 곧 삶과 같은 사람이라 이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결성된 밴드는 일자리를 잃는 두려움보다 연주를 할 수 없다는 슬픔이 더 큰 법. 이 영화는 이들의 투쟁을 브라스 밴드 연주로 통쾌하게 보여줍니다.
사실 영화는 재미를 위해 억지스러운 설정을 한 부분도 있고, 눈물샘을 자극하려 한 흔적이 지나친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라는 것이 극적 재미가 없다면 실패를 할 테니 애교로 봐 줘야죠) 하여, 영화의 완성도 면에서 그리 큰 점수는 줄 수 없습니다. 대신, 데니 보일 감독은 브라스 밴드 팬들에게 영화를 통해 확실한 팬 서비스를 합니다. 브라스 밴드에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하시는 분들도 마지막 부분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연주하는 "윌리엄 텔의 서곡"을 들으실 때쯤이면 금관악기의 매력에 흠뻑 빠지실 겁니다.
데니 보일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이완 맥그리거가 이 영화에서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어설프지만 바리톤을 연주하며 감초처럼 사랑 이야기 한 부분 엮어 가니 주인공일거란 기대는 하지 마시고…. 중간중간 귀에 익은 곡들이 많이 나옵니다. 발을 굴러가며 박자를 맞추며 듣는 재미도 있겠죠.^^
참, 이 영화에 연주를 담당하는 그림도프 탄광 밴드의 역사도 "브레스드 오프" 내용과 많이 닮았습니다. 석탄 산업이 재편성되면서 자금문제로 해체 위기를 맞았다가 워낙 훌륭한 팀이라 후원을 받아 지금도 연주를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처럼 브라스밴드 팬이시라면 100% 추천!
음악을 연주하거나 합창단에서 활동하시는 분에게도 추천!
디즈니 스타일의 영화에서 감동 받으시는 분들에게도 추천!
영국 요크셔 지방의 모습이 궁금하신 분에게도 추천!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추천!
액션물이나 스피디한 영화를 원하시는 분에게는 절대로 비추!